인도 차세대작가 포트니스
인도 차세대작가 포트니스
뭄바이 일상에 상상력 버무려
뭄바이 일상에 상상력 버무려
“소통 없는 사회는 암 종양이 퍼진 조직과 같아요.”
‘막과 여백’을 제목으로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여는 프라작타 포트니스(28)는 인도의 여성작가. 수보드 굽타, 지티쉬 칼라드, 저스틴 폰마니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작가들에 이어 인도 당대미술을 이끌어갈 차세대 작가로 꼽힌다. 얌전한 겉모습과 달리 작품의 주제가 몹시 무겁다.
인도 서부의 대도시 뭄바이에서 나고 자란 작가는 마구 커가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꿈과 현실을 잘 알고 있다. 특히 뭄바이는 도심에 커다란 슬럼이 형성돼 있고 외곽에 고층빌딩으로 된 신시가지가 자리한 구조. 큰 길에서 갈라진 골목의 끝에 형성된 주택가들은 각각의 종교에 따라 주머니처럼 폐쇄된 공동사회를 이루고 있다. 힌두교가 다수를 차지하고 무슬림, 기독교, 가톨릭 등이 소수 종교로 된 인도에서는 각자의 종교에 따라 지지하는 정당이 다른 것처럼 사람들끼리도 종교가 다르면 공동체의 일원으로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작가는 말했다.
몽글몽글 뭉쳐있는 핑크빛 작은 알갱이들. 물고기 알 같기도 하고 색깔이 특이한 포도송이 같기도 하다. 그림에서 떨어져 보면 아름다운 몽환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핏줄이 불거진 게 징그럽다.
“7년 전 엄마가 자궁근종을 앓아서 수술을 했어요. 당시 대학 2학년 때 쯤이었는데, 잘라낸 종양 덩어리를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사회를 보는 안목이 생기면서 옛 기억 속의 끔찍함에 현실과 상상을 버무려 작품화한 것이다. 겉보기는 멀쩡하지만 속으로 곪아있는 사회를 닮았다. 직전까지는 도시인들의 이룰 수 없는 꿈을 골판지로 만든 집, 자동차, 부엌, 트로피 등으로 표현했었다.
그러면서도 자기 작품을 사회적인 발언으로만 읽지 말고 색감과 표현방식에도 주목해 달라고 덧붙였다. 중국에 이어 세계시장에서 떠오르는 인도 미술계의 젊은 작가의 풋풋함과 에너지가 읽힌다.
전시회는 서울 청담동 갤러리 엠(02-544-8145)에서 20일 시작돼 4월19일까지 이어진다.
글·사진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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