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며 소장하는 아프리카 미술
미술품은 애호와 구입이 일치하지 않는다. 작품이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주머니가 얇으면 살 수 없다. 미술품이 주요한 투자대상이 되면서 작품값이 훌쩍 뛰어올라 불일치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런 세태 속에 예외적인 동네가 있다. 아프리카 미술이다. 아프리카 미술품은 예술성이 높은 반면 값이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이다.
영혼을 불러낸다는 쇼나조각품
섬유화폐·문양·민예품·산족 판화
강렬한 분위기 현대회화도 주목
예술성 비해 싼값…마니아 형성
■ 쇼나조각, 화폐섬유, 현대회화=국내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지고 가장 인기 높은 아프리카 미술품은 쇼나조각이다. 오랜 석조문명을 가진 짐바브웨의 쇼나족이 돌 안에 존재하는 영혼을 불러내는 행위로서 완성한 돌 조각품. 인위적인 조작을 최소화하고 원석의 자연미를 노출시키는 방식이다. 1950년 한 영국인 비평가의 지도를 받아 쇼나족의 재능이 현대적으로 발현되면서 70년대 이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아프리카의 원시적인 생명력과 피카소, 마티스, 미로 등의 자연주의가 결합해 작품 완성도가 높다. 버나드 타카위라, 파니자니 아쿠다, 콜린 마다몸베, 라멕 본지시, 에드론스 루콧지 등이 유명한 작가다.
그 다음은 나무조각품들. 문자가 드물고 이동생활을 한 아프리카 부족에게 나무조각은 일종의 문화 대물림이었다. 그런 탓에 생활, 의례용품에는 그들의 신앙과 염원이 고도로 압축돼 있다. 비를 고대하는 파형무늬, 다산을 기원하는 여성상 등이 대표적인 사례. 짐바브웨, 잠비아, 탄자니아, 케냐, 말라위, 보츠와나 등 흑단나무가 자라는 동남부 나라의 것이 유명하다. 흑단 통나무에 여러 인체를 새겨 가족애를 상징한 탄자니아 마콘데족의 조각이 가장 알려진 편이다. 콩고민주공화국 바쿠바족이 신부 지참금으로 쓴다는 섬유화폐와 아플리케 제례용 치마, 피그미족의 추상화 ‘엠부티 드로잉’도 특별한 문양으로 눈길을 끈다.
전통적 작품 외에 70년대 이후에 등장한 현대회화도 주목받고 있다. 전래의 문화와 서양회화를 접목해 단순한 형태, 낙천적인 정서, 강렬한 색감이 특징이다. 민화풍의 탄자니아 팅가팅가 그림, 암각화에 색채를 입힌 듯한 산족(부시맨)의 판화가 유명하다. 집단 창작촌에서 엄격한 관리를 받으며 제작되는데, 수요가 늘면서 값이 많이 뛰어 짝퉁도 많은 편이다. 서양 미술의 세례를 받은 작가들도 많다. 이들의 작품은 유럽화상들에 의해 입도선매돼 주로 유럽에 유통된다. 가나의 글로버, 세네갈의 마마두와 두츠, 아마르, 콩고의 보템베, 무칼라이, 세르지 등이 알려져 있다. 2007년 베니스비엔날레에 처음으로 별도의 아프리카관이 만들어졌으며 본 전시에도 아프리카 작가 7명이 초청될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 아프리카 예술을 즐기는 사람들=아프리카 작품은 예술성에 비해 저렴한 게 특징. 국내 작품보다 훨씬 싸게 팔리고 있어 중산층이면 사서 즐길만한 수준이다. 스프링갤러리 서정신 대표는 “구입층은 나이에 구분없이 다양하며 예술계 종사자, 해외여행 경험자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바쿠바족의 제례용 치마를 구입한 안아무개씨는 “고암 이응노의 <군상>과 분위기가 비슷하지만 작품값은 60분의 1 정도여서 매우 흡족하다”고 말했다. 쇼나조각을 주로 취급하는 터치아프리카 정해종 관장은 “간판업을 하는 이가 들어와 30분쯤 쳐다보다가 사서는 트럭에 싣고 간 적도 있다”며 “좋아하는 사람과 구매하는 사람이 대체로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환금성이 떨어지는 탓에 되팔아 이익을 남기기 위해 사는 사람은 거의 없고, 순수하게 작품이 좋아서 구매하는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전시 또는 판매자들도 대개 작품에 반해서 수집한 게 인연이다. 서귀포의 아프리카박물관 한종훈(68) 관장은 1970년대에 영국을 여행하던 중 아프리카 가면을 산 것이 인연이 돼 수집을 시작해 1998년 대학로에 박물관을 열었다가 2005년 제주도로 옮겼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사간동에 아프리카미술관을 연 정해광씨 역시 조각품의 매력에 푹 빠져 20년 동안 15차례 이상 아프리카를 방문해 카메룬 바문족의 잔을 비롯해 500여 점을 수집했으며 4년 전부터는 회화로 종목을 바꿔 120점을 모았다. 스프링갤러리 서정신 대표 역시 미국의 언니가 보내준 아프리카 민예품에 반해 수집을 하다가 아예 미술품 무역으로 들어선 경우다. 김종우(46) 화백은 2007년 초 탄자니아를 여행하다 팅가팅가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색깔과 형태는 다르지만 동물, 꽃, 나비를 그린 것이 우리 민화와 흡사했던 것. 그는 그들의 색채와 형태를 자신의 그림에 접목해 새로운 민화를 그렸다. 바뀐 화풍의 가을 전시회는 호평을 받았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섬유화폐·문양·민예품·산족 판화
강렬한 분위기 현대회화도 주목
예술성 비해 싼값…마니아 형성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는 아프리카의 조각인 짐바브웨의 쇼나조각 (오른쪽)과 콩고의 화폐섬유.
남부 아프리카 산족의 회화작품.
■ 아프리카 예술을 즐기는 사람들=아프리카 작품은 예술성에 비해 저렴한 게 특징. 국내 작품보다 훨씬 싸게 팔리고 있어 중산층이면 사서 즐길만한 수준이다. 스프링갤러리 서정신 대표는 “구입층은 나이에 구분없이 다양하며 예술계 종사자, 해외여행 경험자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바쿠바족의 제례용 치마를 구입한 안아무개씨는 “고암 이응노의 <군상>과 분위기가 비슷하지만 작품값은 60분의 1 정도여서 매우 흡족하다”고 말했다. 쇼나조각을 주로 취급하는 터치아프리카 정해종 관장은 “간판업을 하는 이가 들어와 30분쯤 쳐다보다가 사서는 트럭에 싣고 간 적도 있다”며 “좋아하는 사람과 구매하는 사람이 대체로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환금성이 떨어지는 탓에 되팔아 이익을 남기기 위해 사는 사람은 거의 없고, 순수하게 작품이 좋아서 구매하는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전시 또는 판매자들도 대개 작품에 반해서 수집한 게 인연이다. 서귀포의 아프리카박물관 한종훈(68) 관장은 1970년대에 영국을 여행하던 중 아프리카 가면을 산 것이 인연이 돼 수집을 시작해 1998년 대학로에 박물관을 열었다가 2005년 제주도로 옮겼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사간동에 아프리카미술관을 연 정해광씨 역시 조각품의 매력에 푹 빠져 20년 동안 15차례 이상 아프리카를 방문해 카메룬 바문족의 잔을 비롯해 500여 점을 수집했으며 4년 전부터는 회화로 종목을 바꿔 120점을 모았다. 스프링갤러리 서정신 대표 역시 미국의 언니가 보내준 아프리카 민예품에 반해 수집을 하다가 아예 미술품 무역으로 들어선 경우다. 김종우(46) 화백은 2007년 초 탄자니아를 여행하다 팅가팅가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색깔과 형태는 다르지만 동물, 꽃, 나비를 그린 것이 우리 민화와 흡사했던 것. 그는 그들의 색채와 형태를 자신의 그림에 접목해 새로운 민화를 그렸다. 바뀐 화풍의 가을 전시회는 호평을 받았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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