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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또래집단과 소통한 ‘진정성의 힘’

등록 2008-03-27 19:49

프랭키 라이몬 앤 더 틴에이저스의 <와이 두 풀스 폴 인 러브>(1956년)
프랭키 라이몬 앤 더 틴에이저스의 <와이 두 풀스 폴 인 러브>(1956년)
[세상을 바꾼 노래]
프랭키 라이몬 앤 더 틴에이저스의 <와이 두 풀스 폴 인 러브>(1956년)
신동이 거장으로 성장할 확률은 생각만큼 높지 않다. 연예산업 내부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자본의 탐욕과 대중의 기대는 어린 연예인의 희생을 요구한다. 주디 갈런드는 십대 초반부터 각성제를 복용했고, 셜리 템플은 불과 스물한 살에 연기활동을 접었다. 최근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보이고 있는 광기도 그와 다를 바 없다. 반면, 스티비 원더와 마이클 잭슨은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거장의 반열에 올라섰다는 점에서 돋보이는 경우다. 로큰롤 1세대 스타 가운데 하나였던 프랭키 라이몬은 불행하게도 전자의 대표 격에 해당한다. 그는 극적으로 파멸한 신동이었다.

1956년 자작곡인 <와이 두 풀스 폴 인 러브>가 빌보드 팝 차트 3위에 올랐을 때, 프랭키 라이몬(1942~1968)은 불과 열세 살이었다. 뒷날 1963년의 스티비 원더와 1971년의 마이클 잭슨이 그와 같은 나이에 음반 데뷔를 하게 되지만, 당시만 해도 전례가 없는 기록이었다. 소프라노를 방불케 하는 변성기 전의 고음미성으로 라이몬은 틴에이저스의 ‘두웝’ 하모니를 이끌었던 것이다.

당대 흑인음악 스타일의 전형 가운데 하나였던 두웝은 ‘덤-두-다-우-워’와 같이 의미 없는 음절들로 보컬 하모니를 치장하는 방식을 일컫는데, 리듬 앤 블루스 연주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오직 목소리만으로 구성되는 아카펠라의 방법론과 구분된다. 그 차이를 지적해서 비평가 찰리 질레트는 두웝 스타일을 ‘보컬 그룹 로큰롤’이라고 칭했다. 그는 <와이 두 풀스…>가 “당대의 결정적인 보컬 그룹 로큰롤 음반”이라고 평하며, 무엇보다 “효과적으로 청소년들에게 진심을 설득시키는” 노래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와이 두 풀스…>는 뛰어난 노래가 아니라 일등급 마케팅의 산물이었을 뿐”이라고 단언한 비평가 데이브 마시의 역설적 견해도 결론은 비슷하다. 그는 이후 많은 가수들이 이 노래를 불렀지만 오직 프랭키 라이몬만이 그것을 “예술에 근접한 상품으로 만들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라이몬의 존재감이 노래를 구했다는 의미다. 그의 존재감은 동시대의 동년배들에게 동질감을 주었다는 점에서 더욱 확실하게 부각된 종류다. 당대 뮤지션들인 빌 헤일리와 척 베리는 이미 삼십 줄에 접어들었고, 패츠 도미노와 리틀 리처드 또한 이십대 중반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로큰롤의 급부상을 청소년 또래집단의 동류의식 분출이라고 한다면, 라이몬은 관객의 눈높이에서 소통한 그 최초의 스타였다고 할 수 있다. 질레트가 언급한 ‘진정성’의 바탕이다.

데뷔곡으로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던 프랭키 라이몬은 그러나, 이후 추락을 거듭하며 약물에 의존하는 생활을 했다. 군복무가 그를 구원하는 듯 보인 때도 있었다. 심신을 일신하고 제대한 뒤 레코드 계약을 따내고 활동재개에 나섰을 때였다. 그러나 운명의 가혹함은 바로 그 순간에 라이몬의 발목을 잡았다. 1968년 2월 27일, 재기작의 녹음을 앞둔 밤에 새로운 시작을 자축한다며 손댄 약물이 그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 불과 스물다섯. 라이몬은 가파르게 성장하던 음악산업의 꿈과 악몽을 그 짧은 인생으로 연기하고 사라졌다. 그리고 <와이 두 풀스…>는 로큰롤이 작품과 제품으로 분기하던 지점에 그가 세운 이정표로 남았다.

박은석/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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