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노을 음악극 ‘술로먼의…’
극단 노을 음악극 ‘술로먼의…’
극단 노을(대표 오세곤)이 통일 뒤 비무장 지대에 불어닥칠 개발바람을 우려하고 한반도 대운하 건설 등 무분별한 개발논리를 꼬집는 대형 음악극 <술로먼의 하얀 동그라미>를 공연한다.
28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 무대에 올리는 이 작품은 독일의 극작가이자 연극연출자인 베르톨트 브레히트(1898~1956)의 번안극 <코카서스의 백묵원>을 오세곤 순천향대 교수가 한국적 상황으로 번안·각색한 것이다. <코카서스의 백묵원>은 가 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코카서스’라는 가상의 계곡 마을을 둘러싼 소유권 분쟁과 해결을 다룬 서사극이다. 이 작품을 번안한 오 교수는 연극연출가이면서 평론가, 번역가, 극단 대표이기도 한 연극계의 팔방미인으로 불린다. 이번 작품은 20004년 11월 창단 이후 ‘초저예산 연극’ ‘명작의 정확한 무대화’를 고집해온 극단 노을이 처음 시도하는 대형 공연으로, 연극과 음악, 무용, 영상이 어우러지며, 출연진도 무용수를 포함해 42명에 이른다.
<술로먼의 하얀 동그라미>는 2030년 남북 통일 후 비무장지대 한 계곡을 놓고 개발과 환경보존의 다툼을 다루면서 결국 비무장지대를 자연의 힘에 맡겨 놓는 것이 올바르다는 것을 일러준다. 특히 비무장지대에 200층 짜리 건물을 200개나 짓겠다는 연사1과 한반도 동서 대운하를 뚫겠다는 연사2를 등장시켜 관심을 끈다. 현재 논란이 일고 있는 초고층 빌딩 붐과 이명박 대통령의 한반도 대운하 정책을 희화화해 꼬집은 셈이다.
오세곤 교수는 “원작처럼 ‘무엇이든 그것을 가장 이롭게 하는 쪽에 맡겨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삼았다”며 “아이의 양육은 모성이나 사랑처럼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성에 맡기는 것이 옳은 것아니냐”고 말했다.
원작의 등장인물인 재판관 아츠닥의 이름을 ‘술로먼’으로 한 것은 원작의 아이디어가 ‘솔로몬의 재판’으로부터 나왔다는 것과 재판관이 늘 술에 취해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또 온누리아, 사다르몬 등 주인공의 이름은 온누리, 사달 등 우리 고유어에서 따왔다. 중견배우 남명렬과 길해연을 비롯해 김왕근, 정훈, 공승아 등이 출연한다. (02)592-0917.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극단 노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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