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남자도 큰 여자 지배하는 가부장 모순 풍자
극단 ‘마부 마인’ 연출가 리 브루어
실험성 강한 ‘인형의 집’ 서울 공연
실험성 강한 ‘인형의 집’ 서울 공연
미국 현대연극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연출가로 불리는 리 브루어(71)가 그의 극단 ‘마부 마인’을 이끌고 한국을 찾았다. 그는 주인공 ‘노라’의 가출로 19세기 유럽을 뒤흔들었던 헨리크 입센의 원작 희곡에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덧입힌 <인형의 집>을 3~6일 엘지아트센터 무대에 올린다. 2003년 뉴욕 초연에서 관객의 허를 찌르는 상상력과 날카로운 풍자로 화제가 됐고, 12개국에서 공연한 작품이다.
그는 31일 엘지아트센터에서 노라 역의 여배우 머드 미첼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2000년 <하지>로 서울연극제에 참가한 이후 8년 만의 한국 방문이다. 한국 관객들이 이 포스트모던적이고 반어적인 해석을 지닌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기대되는 동시에 약간 두렵기도 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 작품은 여자는 은행계좌를 가질 수도, 이혼을 요구할 수 없었으며, 매춘을 제외하고는 남편이나 아버지 허락 없이는 일도 할 수 없었던 입센이 살던 시대의 모든 요소가 반영된 최초의 여성주의 작품이자 이 세상 여성들의 문제를 다루는 가장 중요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실험성으로 유명한 마부 마인의 창단 멤버이자 연출가 겸 극작가인 리 브루어는 미국 연극계에서 ‘아방가르드 연극의 전설적인 거장’ ‘마법사와도 같은 연출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고전을 재해석한 <마부 마인 리어> <콜로노스의 가스펠> <피터와 웬디> 등 혁신적인 연극을 끊임없이 선보였으며, 상업적인 뮤지컬 작품 위주인 브로드웨이의 토니상과 견주는 실험극의 산실 오프브로드웨이의 오비상을 8차례나 받았다.
한국에 첫선을 보이는 그의 <인형의 집>은 노라의 남편 ‘토어발트’를 비롯한 남성 배역들을 키가 130cm도 안 되는 왜소증 남성들을, 주인공 노라를 포함한 여성 배역에는 키 큰 배우들을 캐스팅해 화제가 되었다. 리 브루어는 “남자가 키가 작아도 여자의 보스의 위치에 서는 것은 부르주아 가정에 대한 패러디를 반영한 것”이라며 “키 차이를 통해 가부장제와 그 모순을 풍자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미첼도 “많은 사람들이 입센의 원작에서 멀리 떨어져 작품을 바라보며 현대화하는데, 우리는 반대로 작품의 원작에 더 깊게 파고 들어 많은 아이디어들을 얻었고 원작의 기본 의미를 상실하지 않으면서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02)2005-0114.
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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