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척 베리의 <조니 비 굿>(1958년)
세상을 바꾼 노래
■ 척 베리의 <조니 비 굿>(1958년)
1985년 최대 흥행작이었던 영화 <백 투 더 퓨처>에서 사건의 대부분이 벌어지는 시공간은 30년 전의 과거, 곧 1955년이다. 영화가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댄스파티 장면의 배경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주인공 마이클 제이 폭스는 요란한 쇼맨십으로 로큰롤을 연주하여 극중 관객들의 어안을 벙벙하게 만들어버린다. 그리고는 “여러분은 아직 그것(로큰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군요. 하지만 여러분의 아이들은 그걸 사랑하게 될 겁니다”라고 덧붙인다. 그가 연주했던 곡은 척 베리의 <조니 비 굿>이었다.
<조니 비 굿>은 1958년 처음 발표된 노래다. 영화가 굳이 발표연도를 왜곡하면서까지 이 노래를 사용한 이유는 분명하다. 시간여행이라는 소재에 재미를 더하기 위한 장치였던 것이다. 뿐만 아니다. 더욱 중요한 이유는 노랫말에 있었다. “배운 것은 없지만 기타 연주만은 끝내주는” 소년의 얘기를 담은 <조니 비 굿>의 가사는 극중 주인공이 록 스타를 꿈꾸는 소년이라는 점을 환기시키는 동시에, 50년대의 청소년들이 로큰롤을 ‘아메리칸 드림’의 성취도구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또한 척 베리 본인의 성공담이기도 했다.
척 베리(1926~)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록 기타리스트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힌다. 단 한 번만 들어도 결코 잊을 수 없는 특유의 연주로 일렉트릭 기타의 신기원을 이룩한 그에게 <기타 월드>지는 “로큰롤 기타 연주를 발명했다”며 경의를 표하기도 했다. 실제로 베리의 기타는 블루스와 컨트리의 전통을 황금비율로 연계하는 지점이었다. 로큰롤이 흑백 간의 음악적 인종통합의 산출물이라고 할 때, 척 베리는 버디 홀리와 함께 각각의 피부색을 대표하는 궁극의 뮤지션으로 우뚝 선다. 흑인으로 빌보드 컨트리차트 정상에 오른 <조니 비 굿>의 연주가 바로 그 표상이다.
더불어, 척 베리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작사가로서의 능력이다. 그의 절충적 감각은 노랫말을 다룸에 있어 더욱 탁월한 솜씨를 발휘했다. 베리가 써낸 가사들은 블루스의 운문적 성격보다 컨트리의 산문적 특성에 가깝다. 서정보다 서사를 중시하는 작법은 짧은 기타 솔로의 마디마디에 엮여 정곡을 찌르는 드라마가 된다. 그래서 에어로스미스의 조 페리는 그를 “로큰롤의 어니스트 헤밍웨이”라고 했고, 비평가 로버트 크리스트고는 “미국적인 극단성”이라는 측면에서 월트 휘트먼과 비교했다. 척 베리의 노랫말은 무엇보다, <조니 비 굿>의 경우처럼 사춘기 청소년들의 심리를 다루는 방식에서 로큰롤의 전형으로 남았다.
존 레넌은 “로큰롤에 다른 이름을 붙인다면 척 베리라고 할 것”이라고 얘기한 바 있다. 로큰롤이 척 베리에 이르러 완성을 보았다는 의미다. 그 같은 견해를 뒷받침하는 흥미로운 사례도 있다. 1977년 미국이 발사한 우주탐사선 ‘보이저’는 지구 문명을 압축 수록한 골든 레코드를 싣고 떠났다. 세계 각국의 인사말과 민속음악을 담은 그 음반에 로큰롤로는 유일하게 수록된 노래가 바로 척 베리의 <조니 비 굿>이었다. 이에 “외계인들이 척 베리의 곡을 더 보내라는 메시지를 전해왔다”고 주장한 코미디언 스티브 마틴의 농은 덤이다.
박은석/대중음악평론가
박은석/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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