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자신을 열기 위한 몸부림

등록 2008-04-24 11:31

조각가 신옥주의 ‘지혜의 문’.
조각가 신옥주의 ‘지혜의 문’.
신옥주 ‘지혜의 문’
“열려라! 지혜의 문.” 철판에 대고 외치면 문이 열릴까? 천만에.

그러니 잘라서 만들어 낼 수밖에. ‘지혜의 문’이 될까? 글쎄. 그러니 몸부림칠 수밖에.

조각가 신옥주(54)의 문을 열기 위한 몸부림이 김종영미술관에서 ‘2008 오늘의 작가-신옥주:지혜의 문’이란 제목으로 5월15일까지 선보인다.

평면 철판에서 자른 종이처럼 죽죽 뽑아낸 평행선들. 며칠을 달군 뒤 벌리고 구부리고 비틀어 올렸다. 어떤 것은 사각 맴돌이로 잘라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그렇게 해서 세우니 ‘문’이 되기도 하고 ‘그네’가 되기도 하고 나무나 풀벌레처럼도 보인다.

“암울한 70년대 말 탈출구를 찾으려는 시도였습니다. 차갑고 딱딱한 제 자신을 깨어 세운다는 기분으로 제 키와 몸무게만한 철판과 씨름했지요.”

7년 만의 개인전이다. 더 이상 쓰레기를 만들지 않겠다며 작품활동을 접었다가 활활 되살아난 욕구의 결과다. 1988년은 재앙의 해였다. 과욕으로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심장 옆에 커다란 혹이 생겼다. 가슴뼈를 열어 혹을 떼어내다 오른쪽 팔 근육을 건드려 조각가의 생명이 끝나는 듯한 나락에 떨어졌다. 재활치료로 차츰 팔힘을 회복했지만 쉽사리 작업에 들지 못했다. 1993년 남편 직장을 따라 담양으로 이사하면서는 작업실을 정리하고, 집짓기와 나무 가꾸기에만 전념했다.

“이제는 쓰레기를 만들지 않을 자신이 생겼어요.”

전화위복. 병상에서 경험한 세상의 모든 아픈 존재에 대한 연민에 더해 ‘정자의 고장’ 담양에서 산과 들과 물을 품는 정자의 넉넉함을 배웠다. 그 두 가지가 작업 속에 녹아들면서 작품은 스스로 빛을 내게 됐다. 전에는 철판에서 강제적으로 공간을 연출했다면 요즘은 철판의 속성을 자연스럽게 끌어내는 방식이다.


한발짝 떨어져 보면 그의 작품은 춤추는 붓자국 같다. “붓글씨에서 보이는 선비의 기상과 에너지를 제 조각에서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작품 속으로 들어와 ‘지혜의 문’을 공감하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그동안 무척 외로웠던 듯하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