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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한낮의 자연, 그 붉음

등록 2008-04-24 20:46수정 2008-04-24 20:51

한낮의 자연, 그 붉음
한낮의 자연, 그 붉음
■ 왕열 개인전 ‘여행-무릉도원을 가다’ =영은미술관(031-761-0137) 6월1일까지.

“빨간색이 이토록 아름다운 줄 몰랐어요.”

무모하게 보일 정도로 화면 전체에 붉은색을 깔았다. 적외선 필터를 통해 바라본 자연이랄까. 자연을 향한 천석고황을 상징하는 것일까. 태양의 기운이 절정에 이르는 한낮의 자연이라는 작가의 설명이다. 아크릴로 바탕을 붉게 깔고 그 위에 검정과 하양 수성아크릴로 먹의 번짐과 흡사한 효과를 냈다. 화면을 둘로 가른 듯한 한줄기 흰 폭포가 도드라지고 기억 속에서처럼 황새가 날아가거나 말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다. 새는 여행, 말은 사색을 뜻한다고 설명하는 작가는, 그들이 자연 속에 녹아들지 않고 겹쳐진 듯이 그려진 것은 원이로되 자연에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현대인의 정서를 대변한다고 말했다. 작가는 붉은 원경에 거대한 흰색 파초를 그림으로써 한여름 유리창을 배경으로 에이컨이 시원한 실내를 대비시킨 듯한 구도도 실험하고 있다.

그의 붉은색은 최근 들어 하나둘 차용하는 후배 작가들이 생길 만큼 수묵에 갇힌 동양화단에서 파격적인 시도였다. 작가는 푸른 기운 가득한 새벽의 고요를 그리다가 근년에 붉은색으로 전향한 바 있다.  

“집안에 걸어두고 보니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분위기가 활기차게 바뀌더군요.” 그는 중국 작가들의 붉은색은 가라앉은 편인 데 비해 자신의 색은 밝고 맑은 편이라고 소개했다.  

 

기하와 자연의 대비

■ 세키네 노부오 개인전 =표갤러리(02-543-7337) 5월13일까지.


이우환과 함께 일본 모노파(物派)의 선구로 알려진 작가의 한국 내 첫 개인전.

기하와 자연의 대비
기하와 자연의 대비
1968년 지표에 원통형으로 커다란 구멍을 내고 파낸 흙을 원통형으로 쌓아 마치 땅에서 원통을 뽑아낸 듯한 모습을 보여준 <위상-대지>를 통해 ‘대지예술’을 처음 소개했다. 당시 그는 지구를 뒤집어 보이겠다는 기발한 발상으로 일본 미술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창조는 없다. 이동만 있을 뿐이다’ 라는 게 그의 지론.

한국에 소개된 그의 환경조각들, 신라호텔의 <무지개>, 부산아시아드 광장의 <천지의 대화>등을 보면 자연과 인공이 함께 등장하지만 인공은 무한자연 속에 일시적인 현상임을 나타낸다. 이번에 소개되는 조각과 회화에서도 문명의 상징인 기하와 유기체적인 자연의 대비는 되풀이된다. 작가는 벌레 먹은 듯이 피라미드 내부를 파내어 긁어낸 형상의 브론즈 작품 <피라미드 잔해> 앞에서 “파낸 재료는 다른 데 써서 여기에는 없다”고 ‘썰렁한’ 조크를 했다. 다섯 겹의 금박에 못으로 자국을 내어 붙인 금박회화 연작에서 뚫어낸 평면의 소재는 화면 어딘가에 형태가 조금 바뀌었을 뿐 반드시 존재한다.

그는 “대형건축물에는 환경조각을 의무화한 한국이 부럽다”고 말하고, 외국작가들의 참여가 금지돼 있지만 신라호텔에 자신의 작품이 설치된 것은 리모델링 형식을 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종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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