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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대학로 ‘쿨한 사랑’에 빠졌다

등록 2008-05-08 18:07수정 2008-05-08 19:32

인터넷 데이팅 / 썸걸즈
인터넷 데이팅 / 썸걸즈

현대인의 사랑에는 깊은 울림이 없다. 목적을 갖고 연애하고 작업으로 사랑을 얻으려는 것이 현대인의 사랑의 정석인 듯하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라디오에 지나지 않았다…끄고 싶을 때 끄고 켜고 싶을 때 켤 수 있는 라디오가 되고 싶다.”는 장정일 시 <라디오와 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처럼 쉽게 만나고 가볍게 헤어진다.

현대인의 타산적인 사랑법을 보여주며 꼬집는 연극 <썸걸즈>와 <클로져>, 뮤지컬 <인터넷 데이팅> 세 작품이 대학로 연극무대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썸걸즈’ ‘클로져’ ‘인터넷 데이팅’
현대인들의 사랑법 무대 위로
이기심·비겁함이 주는 상처 드러내

클로져
클로져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장기공연 중인 연극 <썸걸즈>는 결혼을 앞두고 자신이 배신한 옛 여자들을 훑어나가는 한 나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블랙코미디 멜로극이다. 외국에서 잘나가는 영화감독 강진우는 찝찝한 과거를 정리하려고 귀국해 자신이 차버렸던 여자 4명을 묵고 있는 호텔로 차례로 불러낸다. 그는 헤어진 여자에게 자신이 떠나야 했다고 변명을 늘어놓지만 속내에는 이별의 책임에서 도망치려는 비겁함과 이기심이 감춰져 있다. 여자가 몰랐던 남자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까발려 여성 관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하지만 남자 관객은 불편해지는 연극이다. 지난해 국내 초연해 좋은 반응을 얻어 올해 다시 공연하게 됐다. 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닐 라뷰트의 원작을 연출가 황재헌이 각색, 연출했다. 인기 뮤지컬 배우 이석준과 최덕문이 뺨을 한 대 갈기고 싶어질 만큼 바람둥이 남자 주인공을 번갈아 맡고, 박호영·정수영·서정연·김광덕이 헤어진 여자 역으로 나온다. 8월10일까지. (02)766-6007.

뮤지컬 <인터넷 데이팅>은 인터넷 공간에서 클릭 한번으로 사랑을 구하려는 네트워크 세대의 사랑 세태를 경쾌한 노래와 춤으로 깔끔하게 보여준다. 극작가, 작곡가 겸 프로듀서인 론 웨이너가 대본을 쓰고 작사 작곡까지 맡은 작품으로 대학로 아티스탄홀에서 백훈기 연출로 한국 초연 중이다.

29살의 독신 직장여성 제니는 친구의 권유로 인터넷으로 데이트 상대를 찾는다. 이상형인 의사 에스왈도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데, 에스왈도가 실은 바람둥이 양성애자임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다급한 마음에 닥치는 대로 남자들의 프로필을 검색해서 만나지만 실패를 거듭한다. <인터넷 데이팅>은 손쉽게 사랑을 구하려는 신세대에게 사랑의 과정이 얼마나 어렵고 소중한 것인가를 일러준다. 다양한 음악과 빠른 무대전환, 가수 출신인 임진아와 지니, 성악을 전공한 김에셀과 김지숙의 탄탄한 가창력, 제니 엄마와 컴퓨터버그 두가지 역으로 나오는 장혜리와 에스왈도 역 김준겸의 톡톡 튀는 연기가 호평받고 있다. 6월29일까지. (02)786-3134.

17일부터는 네 남녀가 위험한 사랑에 빠져 파멸해 가는 과정을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풀어내 인기 높은 연극 <클로져>가 다시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신문사 부고 전문 기자이지만 소설가가 꿈인 35살 꽃미남 대현의 쾌락적이고 이기적인 사랑, 겉으로는 발랄하지만 속은 여린 20대 스트립댄서 지현의 정열적인 사랑, 지적이고 도도한 35살의 이혼녀 사진작가 태희의 이성적인 사랑, 타락한 30대 후반의 피부과 전문의 운학의 저돌적인 사랑 등 4가지 사랑법을 보여주며 “당신은 어떤 사랑을 하고 있나?”라는 질문을 던지는 연극이다.

패트릭 마버 원작으로 영화로도 만들어진 <클로져>는 날카로운 대사, 감각적이고 사실적인 장면 묘사로 마니아들을 확보했다. 이번 무대에선 2007년 지현 역을 맡았던 송민지가 복귀하고 전병욱, 김영애, 김나미, 김주환, 성한경 등이 첫 도전에 나선다. 6월19일까지. (02)764-8760.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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