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원 장승업 화파’전 18일부터…미공개작 선뵈
조선 말기의 천재화가, 영화 <취화선>의 주인공인 오원 장승업(1843~1897)과 그의 화파를 일별할 기회가 왔다.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02-762-0442)이 봄 정기전으로 18일부터 6월1일까지 여는 ‘오원 장승업 화파’전.
오원의 그림 40여점을 중심으로, 그의 화풍을 이은 심전 안중식(1861~1919), 소림 조석진(1853~1920), 백련 지운영(1852~1935)과 위사 강필주 등의 작품 100여점을 선보인다.
오원은 열 살 무렵, 추사 김정희에게 <세한도>를 받은 화가 이상적의 사위인 이응현의 집 심부름꾼으로 일하다 발탁돼 그림을 그리게 됐다. 이응현과 같은 역관 출신인 변원규의 소개로 궁중으로 들어간 오원은 1868년께 단청장이 되어 경복궁 중건에 참여했다. 그림 솜씨를 인정받아 정식 화원으로 승급했지만 분방한 성격으로 진득하니 그리지 않았다. 궁궐을 몰래 빠져나와 술을 마시다가 고종의 노여움을 사자 민영환(1861~1905)이 오원을 자기 집에 가두고 그림을 그리게 하겠다고 청을 올려 사건을 무마한 일화도 있다.
오원이 활동한 때는 척족이 집권하면서 사대부층이 몰락하고 중인계급 등 상공인과 지역의 부농이 떠오르던 시기. 그들 신흥계층
과 오원이 감각적으로 그려낸 그림의 정서가 일치했다. 일자무식인 오원은 대상의 본질을 파고들기보다 회화적인 미를 추구한 탓에 그의 그림은 유치하고 허술해보이는 측면도 있다. 화제는 대부분 심전 등 제자들의 대필이다. 중국 명가의 그림을 베끼거나 흉내낸 것도 상당수. 한번 본 그림은 10년 뒤에도 기억한다는 그는 주문을 받으면 일필휘지 그려냈다. 그런 탓에 중국풍과 조선풍이 뒤섞이기 일쑤다. 예컨대 도인의 경우 문어대가리 모양의 머리는 전형적인 중국풍이지만 얼굴은 넙데데한 조선인이다. 하지만 이런 단점이 친근한 요소로 작용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간송미술관 최완수 실장은 이번 전시가 한국 동양화단의 뿌리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훗날 왕조가 몰락하면서 도화서가 해체되고, 오원의 제자였던 심전 등이 조선서화협회를 구성했으며, 심전이 자기 호 두 글자를 쪼개 나눠준 심산 노수현과 청전 이상범(1897~1972)이 각각 서울대 동양화과와 홍익대 동양화과를 창설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화원시절 고종에게 그려 진상한 <추남극노인> <춘남극노인>, 민영환이 소장했던 말 그림 4폭 병풍, 2m가 넘는 두루마리 그림 <계산무진> 등이 처음 공개되며 10폭짜리로 구성된 <귀거래도>는 8폭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지운영의 그림들 역시 보기 힘든 작품들이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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