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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삼성미술관 ‘엄마 거미’를 풀어주세요

등록 2008-05-21 14:07

삼성미술관 리움의 ‘마망’은 작품이 놓인 곳에 자갈을 깔고 관객이 다니는 곳은 나무통로로 만들어 관객과 작품을 떼어 놓았다.(왼쪽사진) 일본 모리그룹은 도쿄 롯폰기 모리타워 어귀에 ‘마망’을 놓아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오른쪽)
삼성미술관 리움의 ‘마망’은 작품이 놓인 곳에 자갈을 깔고 관객이 다니는 곳은 나무통로로 만들어 관객과 작품을 떼어 놓았다.(왼쪽사진) 일본 모리그룹은 도쿄 롯폰기 모리타워 어귀에 ‘마망’을 놓아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오른쪽)
관람통로 떨어져 모성 상징 ‘알주머니’ 보기 힘들어
외국선 경계없이 전시…개방공간 이동 검토할 만
국내 최고의 민간 미술관인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을 대표하는 소장품을 꼽으라면 단연 미술관 입구 야외광장에 놓여 있는 거미 조각 <마망>이다. <마망>은 거대하면서도 인상적인 모습으로 미술관을 찾는 관객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다. <마망>은 국내에 들어온 유명 작품 중에서도 거의 최고가 수준으로, 리움 쪽이 정확한 구입가를 밝히지 않지만 미술계는 100억원 정도일 것으로 추정한다.

그런데, 세계적으로도 비싼 수준인 이 작품이 뜻밖에도 잘못 전시되어 있다면? 관객들이 이 유명 조각 작품의 의미와 느낌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다면?

■ 한국에서만 관객과 교감이 차단된 어미 거미

조각은 원래 오리지널이 여러 점이다. <마망> 역시 전 세계 주요 미술관과 미국 뉴욕 등 여러 곳에 전시돼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리움이 전시 중인 <마망>([사진 맨 위])과 다른 곳의 <마망>에는 차이가 있다. 세계적 미술관인 영국 테이트모던에 있는 <마망>과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의 <마망>, 프랑스 파리에 야외 전시하는 <마망>([사진 가운데])을 보면 관객들이 <마망>의 거대한 다리 사이로 드나들 수 있도록 작품과 관객 사이에 아무런 경계가 없다. 반면 리움의 <마망>은 울타리는 따로 없지만 작품이 놓인 곳에는 자갈을 깔고 관객이 다니는 곳은 나무통로로 만들어 관객과 작품을 떼어 놓았다.

이 정도의 분리는 불가피해 보이고 작품을 보는 데에도 별 차이가 없을 듯하지만, <마망>의 의미를 알고 나면 사정이 전혀 달라진다. ‘엄마’란 뜻인 <마망>은 어미 거미다. 세계적 여성 미술가 루이스 부르주아(97)가 자신의 어머니를 생각하며 ‘모성애’를 주제로 만든 청동 작품이다. 부르주아는 <마망>의 배에 대리석 알을 품고 있는 알주머니([사진 아래])를 달아 작품 주제인 모성애를 표현했다.

그런데 리움에 있는 <마망>은 관객들이 작품 아래쪽에 접근할 수 없어 거미의 배를 올려다보면서 <마망>의 주제의식을 느끼기가 어렵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마망>은 외국에 있는 같은 작품들과 달리 관객들과 진정으로 소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파리에 야외 전시하는 ‘마망’ (왼쪽사진). 세계적 여성 미술가 루이스 부르주아는 자신의 어머니를 생각하며 ‘마망’을 만들었다. ‘마망’의 배에 달린 알주머니가  작품 주제인 모성애를 잘 표현한다 (오른쪽)
프랑스 파리에 야외 전시하는 ‘마망’ (왼쪽사진). 세계적 여성 미술가 루이스 부르주아는 자신의 어머니를 생각하며 ‘마망’을 만들었다. ‘마망’의 배에 달린 알주머니가 작품 주제인 모성애를 잘 표현한다 (오른쪽)

■ 마망에 대한 즐거운 상상

리움은 세계적 건축가 3명이 설계한 건물 자체도 작품이고, 소장품의 수준은 국내 사립미술관 중에선 경쟁 상대가 없다. 대중적 전시보다 미술계 흐름을 보여주는 전시에 치중하는 것이 리움의 컨셉트다. <마망>은 가격 면에선 리움의 이런 고급 지향성에 걸맞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 속성상 많은 사람과 만날 때 빛이 나는 대중적 공공미술품의 특성이 강하다. 삼성과 같은 재벌로, 역시 미술에 관심이 많은 일본 모리그룹은 도쿄 롯폰기 모리타워 입구에 <마망>([사진])을 놓아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미국 재벌을 대표하는 록펠러센터 앞의 <마망>도 시민들과 직접 만나며 벗으로 자리잡고 있다.


삼성이 이 작품을 소수만이 접근하는 한남동 리움이 아니라 서울 태평로 삼성타운 앞 길이나 서초동에 들어서는 전자계열사 단지 앞 같은 개방 공간에 옮겨놓으면 어떨까? 아예 공원 같은 곳에, 삼성이 일정 기간 임대해주는 식으로,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전시한다면? 물론 사람들이 커다란 어미 거미를 만져도 보고 그 아래로 들어가 알주머니를 볼 수 있게 해서 말이다. 100억원짜리 작품을 모두가 즐기도록 해주는 삼성의 호의에 사람들은 더욱 감탄하지 않을까. 글·사진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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