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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의식의 물구나무서기

등록 2008-05-29 20:13

황은화 <Red Studio>(왼쪽) 임선이 <붉은 눈으로 본 산수-산의 그늘(오른쪽)
황은화 (왼쪽) 임선이 <붉은 눈으로 본 산수-산의 그늘(오른쪽)
경기도미술관 ‘이미지 반전’전
물구나무를 서서 본 풍경의 낯섦과 신기함.

경기도미술관(031-481-7000)이 7월6일까지 여는 ‘이미지 반전’ 전은 일상에서 경험하기 힘든 ‘거꾸로 세상’으로 안내한다.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작가 24명의 작품 87점을 전시하고 있다. 거꾸로의 전형은 상하좌우, 순서의 뒤바뀜. 나아가 흑과 백 또는 보색, 요철의 뒤바뀜을 포함한다. 무의식의 세계를 다룬 작품도 있다. 무의식도 의식의 반전으로 해석해 거론하는 것이다.

전시는 충격, 역설, 흔적, 무의식 네 개의 장으로 나누었다. 열쇠구멍처럼 뚫린 황혜선의 작품을 통하면 낯선 세상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는 흑백 또는 요철이 뒤집힌 회화 또는 사진, 동판이 우리가 ‘정상’이라고 여겨온 시각을 버릴 것을 요구한다. 진보라 작가는 술잔과 화장품의 색깔을 보색으로 처리해 술 취한 도시 또는 환락의 밤을 만들어내고, 박주욱은 눈을 감았다가 떴을 때 나타나는 순간적인 이미지를 작품으로 만들었다. 어둠에서 갑자기 맞은 밝은 세상의 이미지를 낚아챈 것이다. 송민철의 흑백 반전 비디오는 괴기스러움이 우스꽝스러움으로 전이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요철의 뒤집힘은 몹시 철학적이다. 김동숙은 사각기둥 속에 몸의 흔적을 떠냄으로써 ‘색즉시공’을 조각해내고 볼록남과 오목녀는 산자와 죽은자의 만남처럼 보인다.

관념-실재, 또는 2차원-3차원을 이동하는 작가도 있다. 황은화는 2차원에 잠긴 오브제를 3차원으로 끄집어내고 임선이 역시 지도 속 등고선에 갇힌 인왕산을 원래의 모양으로 뽑아내어 우리를 설화의 공간으로 이끈다.

시간 토막내기는 주술적이다. 전원길은 반쪽사과들을 석고틀에 박아넣고 말라 비틀어진 정도에 따라 나열함으로써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을 만져볼 수 있도록 하고 나진숙은 빗방울 흔적을 고무판에 남겨 비오는 날의 오후를 화석화했다.

별것 있겠어? 하고 들어갔다가 기가 막혀 나온다.

전시를 기획한 박우찬 학예사는 “반전된 이미지 속에는 근대 이후 우리한테서 멀어진 밤, 저승, 설화의 공간이 남아 있다”며 “온전한 삶을 위해 그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종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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