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립미술관 개관10돌
내달 6일까지 160여점 전시
미술보다는 지역성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가기 시도 항구, 오륙도, 갈매기, 해운대, 광안대교…. 언뜻 떠오르는 부산에 관한 단어들이다. 작가들한테는 어떨까. 부산시립미술관(051-744-2602)이 개관 10돌을 맞아 7월6일까지 여는 ‘돌아와요 부산항에’ 전시회는 ‘부산성’(釜山性)을 작품을 통해 찾아보자는 시도다. 부산 출신 작가들, 현지 활동 작가들, 방문작가 등으로 구성해 160여점을 전시한다. 미술관 2~3층 전체를 채우고도 남아 뜰과 현관으로 넘쳤다. 작가들이 보는 부산성은 제각각이다. 출향 20년 만에 부산에 카메라를 들이댄 안세권의 부산 야경은 빛으로 가득 차 있다. 긴 꼬리를 문 배의 궤적과 밤새 불을 밝힌 시가지와 산동네가 깊은 바닷빛 가운데서 휘황하다. 항구를 바다가 에워싼 모양의 부산은 빛이 흩어지지 않아 같은 노출조건에서도 서울보다 더 밝게 찍힌다. 동료 3명과 공동작업을 한 최소영의 <부산시>(사진)는 청바지로 그린 부산의 지도. 전시장의 거대한 벽과 바닥에 설치한 작품은 푸른색이 단연 압권이다. 작가는 놀이시설 등 관광지화하는 가운데 살아가는 일상생활에 주목해 달라고 말했지만 짙푸른 바다와 하늘이 작품을 압도한다. 우장춘, 조용필, 유치환, 박생광 등 부산 출신 명사를 소재로 한 박영근의 작품은 특징을 빠르게 그려내고 그라인더로 발산하는 기를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부산은 외래문화의 유입이 빠르다”며, 자신의 그림 그리기 방식이 그런 영향을 받았을 거라고 말했다.
2층 전시장을 몽골 텐트(성동훈)로 열고 실크로드 텐트(정재철)로 닫은 것도 부산인들의 유목성을 반영한 것으로 읽힌다. 들어오는 인구보다 나가는 인구가 많고 사회 곳곳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양상을 보여주고자 한 것. 전시를 기획한 박천남 큐레이터는 “부산은 서울에 바다가 추가됐을 뿐 대도시의 특징을 모두 가진 곳”이라고 말했다. 작품들은 작가가 시간·공간적으로 부산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에 따라 상징-구체, 기억-현실, 회화-설치 등으로 내면화의 차이를 보인다. 출향 작가들한테 이 전시는 홈커밍데이와 흡사해 보인다. 이들은 추상, 기억 또는 상징으로 기울어 있다. 오래전 떠난 만큼 부산은 바다, 섬, 꽃, 인물 등으로 미니멀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영상과 설치가 주를 이루는 젊은 현지 작가들은 부산성보다는 인간의 욕망 등 보편성을 추구한 게 특징. 돼지 모양의 세계지도(김지문), 사냥하는 쇼핑카트(문진욱), 서양미술사(임국), 호접난무(최규식) 등. 박병춘 배병우 등 방문작가들은 금정산성, 산복도로, 오륙도, 동백섬, 등대, 해운대처럼 소재성이 두드러진다. 김준기 학예사는 “이번 전시는 미술이 아닌 지역성으로 접근해 시민들에게 다가가려는 시도”라며 “작은 차이점에 눈길을 주면서 진정한 지역주의가 무엇인지를 자성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내달 6일까지 160여점 전시
미술보다는 지역성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가기 시도 항구, 오륙도, 갈매기, 해운대, 광안대교…. 언뜻 떠오르는 부산에 관한 단어들이다. 작가들한테는 어떨까. 부산시립미술관(051-744-2602)이 개관 10돌을 맞아 7월6일까지 여는 ‘돌아와요 부산항에’ 전시회는 ‘부산성’(釜山性)을 작품을 통해 찾아보자는 시도다. 부산 출신 작가들, 현지 활동 작가들, 방문작가 등으로 구성해 160여점을 전시한다. 미술관 2~3층 전체를 채우고도 남아 뜰과 현관으로 넘쳤다. 작가들이 보는 부산성은 제각각이다. 출향 20년 만에 부산에 카메라를 들이댄 안세권의 부산 야경은 빛으로 가득 차 있다. 긴 꼬리를 문 배의 궤적과 밤새 불을 밝힌 시가지와 산동네가 깊은 바닷빛 가운데서 휘황하다. 항구를 바다가 에워싼 모양의 부산은 빛이 흩어지지 않아 같은 노출조건에서도 서울보다 더 밝게 찍힌다. 동료 3명과 공동작업을 한 최소영의 <부산시>(사진)는 청바지로 그린 부산의 지도. 전시장의 거대한 벽과 바닥에 설치한 작품은 푸른색이 단연 압권이다. 작가는 놀이시설 등 관광지화하는 가운데 살아가는 일상생활에 주목해 달라고 말했지만 짙푸른 바다와 하늘이 작품을 압도한다. 우장춘, 조용필, 유치환, 박생광 등 부산 출신 명사를 소재로 한 박영근의 작품은 특징을 빠르게 그려내고 그라인더로 발산하는 기를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부산은 외래문화의 유입이 빠르다”며, 자신의 그림 그리기 방식이 그런 영향을 받았을 거라고 말했다.
2층 전시장을 몽골 텐트(성동훈)로 열고 실크로드 텐트(정재철)로 닫은 것도 부산인들의 유목성을 반영한 것으로 읽힌다. 들어오는 인구보다 나가는 인구가 많고 사회 곳곳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양상을 보여주고자 한 것. 전시를 기획한 박천남 큐레이터는 “부산은 서울에 바다가 추가됐을 뿐 대도시의 특징을 모두 가진 곳”이라고 말했다. 작품들은 작가가 시간·공간적으로 부산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에 따라 상징-구체, 기억-현실, 회화-설치 등으로 내면화의 차이를 보인다. 출향 작가들한테 이 전시는 홈커밍데이와 흡사해 보인다. 이들은 추상, 기억 또는 상징으로 기울어 있다. 오래전 떠난 만큼 부산은 바다, 섬, 꽃, 인물 등으로 미니멀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영상과 설치가 주를 이루는 젊은 현지 작가들은 부산성보다는 인간의 욕망 등 보편성을 추구한 게 특징. 돼지 모양의 세계지도(김지문), 사냥하는 쇼핑카트(문진욱), 서양미술사(임국), 호접난무(최규식) 등. 박병춘 배병우 등 방문작가들은 금정산성, 산복도로, 오륙도, 동백섬, 등대, 해운대처럼 소재성이 두드러진다. 김준기 학예사는 “이번 전시는 미술이 아닌 지역성으로 접근해 시민들에게 다가가려는 시도”라며 “작은 차이점에 눈길을 주면서 진정한 지역주의가 무엇인지를 자성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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