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범석희곡상 받은 ‘침향’ 초연
지난해 제1회 차범석 희곡상 수상작으로 뽑힌 연극 <침향>(작 김명화)이 지난 11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첫선을 보였다.
<침향>은 ‘땅속에 천년 동안 파묻혀 있던 향나무에서 나는 심오한 향기’를 뜻하는 이름 그대로 우리의 굴곡진 현대사, 이념 문제를 인간적인 측면에서 진솔하게 다룬 작품이다.
한국전쟁 당시 좌익활동 때문에 스무살 청년으로 월북했던 강수가 중국 연변에서 낳은 딸을 데리고 56년 만에 경북 김천 고향으로 돌아와 그리움으로 실성한 아내 애숙과 얼굴도 보지 못했던 아들 영범, 늙은 형 강득과 여동생 수원 등 피붙이들, 부친을 잃고 복수심에 불타는 옛친구 택성 등 이웃들과 슬프고도 짧은 재회를 한 뒤 다시 연변에 있는 가족에게 떠나는 과정을 그렸다.
이 작품은 무엇보다 강득 역의 김길호(73), 죽은 노모 역의 박정자(66), 강수 역의 박인환(63), 애숙 역의 손숙(64)과 길해연(44), 택성 역의 정동환(59), 매제 재동 역의 박웅(68) 등을 비롯해 이경미, 홍성경, 성기윤, 이지하, 심영민, 황만익, 김호영 등 한국 연극을 이끌어온 백전노장과 중진배우들을 한자리에 만난다는 것이 큰 매력이다.
또한 한국전쟁부터 현재에 이르는 긴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과거 상처를 받았던 각 인물들이 지난 이야기를 들려주기보다는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건강하게 살아온 현재의 삶을 담담하게 보여준다는 것도 특징이다. 4년 만에 연극무대로 돌아온 중견연출가 심재찬(55·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무처장)씨는 “지금까지 무대에서 보여주었던 기승전결의 사실주의 구도를 벗어나 일상의 단면을 보여주는 새로운 사실주의 형태의 연극”이라고 설명했다.
감정을 표현하기보다는 감추는 것에 익숙한 우리 아버지 세대의 특징을 헤아려 대사 이면에 감정의 기폭을 함께 전달하는 작가의 말솜씨가 맛깔스럽다. 뮤지컬 전문 신시뮤지컬컴퍼니가 제작을 맡아 10년 만에 연극무대에 도전하는 것도 화젯거리. 29일까지. 1544-1555.
정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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