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에고’ 내한 공연하는 카르멘 모타

무용수 카르멘 모타(75·사진 왼쪽)
집시춤의 진화 선보여
어린아이의 눈으로 보라 플라멩코는 정처없이 세계를 떠돌던 집시들이 15세기에 ‘집시의 고향’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에 정착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춤과 노래다. 때로는 구슬프고 때로는 격렬한 노래와 현란한 발동작, 우아한 손놀림에는 자유와 방랑의 영혼이었던 옛 집시들의 한과 슬픔, 저항정신, 고달픈 삶의 흔적이 배어 있다. 영혼의 슬픔까지 달래주는 듯한 플라멩코의 과거와 현재를 볼 수 있는 ‘카르멘 모타의 푸에고’ 공연이 17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엘지아트센터에서 펼쳐진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라는 뜻의 ‘푸에고’는 스페인의 국보급 무용수 카르멘 모타(75·사진 왼쪽)가 제작하고 그의 아들 호아킨 마르셀로(43)가 안무한 무대다. 2005년 첫 내한공연 이후 3년 만에 한국 공연을 앞둔 ‘카르멘 모타 무용단’ 단장인 카르멘 모타에게 전자우편으로 플라멩코의 매력을 물었다. “플라멩코는 음악과 신체적인 동작을 통해 인간 내면의 깊은 감정, 곧 기쁨, 슬픔, 분노, 사랑, 희망 등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국적이나 언어를 뛰어넘어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그러한 감정들은 세계 어디서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이것이 바로 플라멩코의 매력이라 생각한다.” 그는 “2005년 첫 한국 공연에서 한국 관객들로부터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며 “관객들이 공연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박수갈채와 열광적인 반응을 우리에게 전해주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이번 ‘푸에고’ 공연에서는 가장 유명한 플라멩코 노래에 최신의 플라멩코 곡들을 결합한 음악을 선보이겠다”며 “그동안 다른 플라멩코 공연에서 사용되지 않았던 새로운 음악적 특징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번 ‘푸에고’ 공연의 하이라이트가 궁금했다.
“여자 무용수와 남자 가수의 러브스토리가 나온다. 남자는 여자를 위해 노래하고 여자는 남자를 위해 춤을 춘다. 이들은 실제로 연인 사이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랑의 느낌이 진심으로 관객들에게 전해질 것이다. 조용하지만 상당히 강렬한 순간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카르멘 모타는 3살 때부터 플라멩코를 배워 17살 때 세계적인 ‘안토니오 무용단’의 수석 무용수 자리에 올랐고, 이듬해에는 ‘집시의 여왕’이라 하는 카르멘 아마야의 무용단에 솔로 무용수로 뽑힌 뒤 안무까지 맡아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 후로도 카르멘 아마야와 더불어 ‘플라멩코의 아이콘’ 롤라 플로레스 등의 안무 요청을 받아 안무가로 활동하다 1977년 ‘카르멘 모타 무용단’을 창단하면서 전통을 뛰어넘은 플라멩코를 세계에 선보이고 있다. 특히 그는 8살 때부터 심한 청각장애를 앓던 아들 호아킨 마르셀로에게 무용이라는 희망을 가르쳤다. 호아킨은 소리가 아닌 음악의 진동과 무용수들의 발짓, 손뼉의 진동만으로 춤을 배워 21살 때 어머니가 이끄는 카르멘 모타 무용단의 무용수가 됐으며 현재 수석 안무가로 활동하고 있다. 아들에게 플라멩코를 가르친 동기를 묻자 카르멘 모타는 “아들 호아킨이 어느 순간 스스로 플라멩코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곁에는 항상 플라멩코가 있었다. 호아킨은 자신의 장애 때문에 어떤 것이든 멈추기를 원하지 않았다. 나는 스승으로서, 어머니로서 엄격하게 대하는 편이었다.” 2004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첫선을 보였던 ‘푸에고’는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쇼를 보는 듯한 현대화된 플라멩코와 칸테(노래), 바일레(춤), 토케(악기연주)가 어우러지는 공연이다. 1부에서는 퓨전 플라멩코라고 할 만큼 현대적으로 해석한 플라멩코 군무와 만난다. 세련된 현대 옷차림의 남녀 무용수들이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팔을 흔드는 동작(브라세오), 우아한 움직임(파세오), 발의 움직임(사파테아도), 손뼉소리(팔마스), 손목과 손가락의 움직임 등 플라멩코 특유의 매력을 선보인다. 2부에서는 스페인 전통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우리의 남도 창법과 비슷한 스페인 노래에 맞춰 추는 독무가 압권이다. 무용수들은 바닥을 끌며 겹겹이 나풀대는 치맛자락을 발끝으로 살짝 쳐내 곡선의 미를 보여주고, 캐스터네츠와 발구름으로 숨막힐 듯 격렬한 리듬을 끌어낸다. 원작은 무용수 25명, 연주자 5명, 제작진 60여명이 참여하는 대작이지만, 한국 공연에서는 무용수 13명과 연주자 5명이 참가하는 것이 아쉽다. 1544-1555.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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