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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리뷰] 유럽 코미디와 ‘어색한 만남’

등록 2008-06-19 18:06수정 2008-06-19 19:50

지난해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화제가 되었던 뮤지컬 <유로비트>가 지난 17일 ‘대구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DIMF) 개막작으로 대구 오페라하우스에서 국내 첫선을 보였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웨스트엔드 오리지널’팀이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팝 콘테스트인 ‘유로비전’을 뮤지컬 형식으로 변환한 작품이다. 이탈리아, 러시아, 에스토니아, 독일, 스웨덴, 그리스 등 유럽 10개국의 대표로 변신한 배우들이 나나 무스쿠리, 아바 등 유로비전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가수들의 모습과 히트곡을 교묘하게 풍자해 우스꽝스런 춤을 곁들여 보여주었다. “누드 올림픽, 염소와 말싸움 등 올림픽 본고장 그리스” “음탕한 남성들의 팬티와 꿈이 넘쳐흐르는 독일” “세계 최고의 뚱보 비둘기의 고장 아일랜드” 등 각국을 소개하는 남녀 사회자의 야하면서 재치 있는 말솜씨와 10개국의 다양한 문화를 보여주는 배우들의 의도된 어설픈 1인 다역의 코믹 연기가 공연 내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개막 공연은 최근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의 주된 흐름인 코미디 뮤지컬 양식이나 각국 청중들의 투표로 우승팀을 뽑는 유로비전의 독특한 진행 과정, 유럽인들이 즐기는 세련된 성적 농담 등 서양식 웃음 코드에 익숙지 못한 한국 관객들에게 시원한 웃음과 재미를 끌어내기에는 미흡했다. 일부 관객들 사이에서는 ‘개그콘서트’나 ‘웃찾사’보다 못하다는 불만도 터져나왔다.

무엇보다 에딘버러에서 100석 미만의 소극장에서 낄낄대며 즐길 만한 뮤지컬을 1500석 규모의 오페라 전용 대극장 무대에서 공연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 또한 독특한 발음으로 중의적인 효과를 노리는 유럽식 대사의 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번역 또한 관객들이 대사를 씹는 즐거움을 주지 못했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코미디는 그 나라의 사회상이나 문화를 이해하지 않으면 재미가 줄어들 수 있다”며 “차라리 사회자를 한국인으로 하고 자막 번역에 좀더 한국 사람들이 웃을 수 있는 코믹한 요소들을 집어넣으면 흥미로울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로비트>는 오는 22일까지 대구에서 공연한 뒤, 25일부터 7월6일까지 한전아트센터 무대에도 오른다.

대구/정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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