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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대학로 가뭄에 단비 ‘창작예찬’

등록 2008-06-19 18:16수정 2008-06-19 19:50

창작예찬 공연작 ‘부드러운 매장’ (왼쪽)과 ‘원전유서’
창작예찬 공연작 ‘부드러운 매장’ (왼쪽)과 ‘원전유서’
문화예술위 희곡 지원작 4편 신고식
최근 몇 해 동안 한국 연극이 침체된 주된 원인으로 힘있는 창작극의 부진을 꼽을 수 있다. 뮤지컬이나 영화, 드라마 등 멀티 비주얼 공연예술의 성황이 극작가들의 활동을 주눅들게 만들지만 무엇보다 극작가들의 열악한 작업환경이 작품 생산의 발목을 잡으면서 한국 연극의 침체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부드러운 매장’ ‘원전유서’ 등
7월4일부터 아르코예술극장서
노련·파격·슬픔·해학 버무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한국 연극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창작희곡 활성화 지원사업의 결과물을 ‘창작예찬’이라는 기획공연으로 내놓았다. 오는 7월4일부터 8월10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의 대극장과 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부드러운 매장>(작 오태영·연출 박광정 민복기)과 <원전유서>(작 김지훈·연출 이윤택), <초원빌라 B001호>(작 최은옥·연출 윤우영), <충분히 애도되지 못한 슬픔>(작 최치언·연출 박상현) 등 4개 작품이다.

지난해 4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모한 창작희곡 70편 가운데 선정된 4편의 희곡이 1년3개월 동안 기성작가와 연출가, 평론가로 구성된 책임지도강사의 1 대 1 개별지도와 수정 및 심화작업, 세미나, 낭독공연, 워크숍 발표 등 꼼꼼한 제작과정을 거쳐 관객들과 만난다. 극작가들에게 좋은 작품을 창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창작극의 활성화를 꾀하고 연극계 현장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노력이다.

‘창작예찬’의 첫번째 작품 <부드러운 매장>(7월4~13일 소극장)은 <빵> <호텔 피닉스에서 잠들다> <조통면옥> 등 주로 우화나 사회 정치상황을 비틀어 풍자한 극을 발표해온 원로작가 오태영의 신작이다. 독립유공자와 반공투사 집안이라는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는 두 사돈지간 가문의 어이없는 추태를 고발함으로써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은유와 상징으로 의뭉스럽게 보여준다.

오태영 작가는 “오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진단하려면 어제를 뒤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며 “해롤드 핀터의 초기작과 같이 우화적이면서 관조적인 모습으로 현대사의 비극을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극단파크 대표인 박광정과 극단 차이무 대표 민복기가 공동연출하고 윤복인, 윤상화, 박지아, 오용, 김무신, 황순영 등의 배우가 나온다.

두번째 <원전유서>(7월16~21일 대극장)는 “신인이 아니면 도전하기 어려운 파격적인 형식과 내용으로 최근 한국 희곡 가운데 가장 독특하고 독창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은 기대작이다.


쓰레기 매립지라는 버려진 공간에서 폭력과 착취 등 본능적인 욕구로 살아가는 인간 군상들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준다. 4시간30분의 공연과 30명이 넘는 출연진 뿐 아니라 아르코 대극장 무대를 쓰레기로 가득 채우고, 그 쓰레기 산이 무너지면서 나무가 피어나는 무대 메커니즘은 기존의 한국 연극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식이다.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이윤택 동국대 연극학과 교수가 연출을 맡고 김소희, 김미숙, 이승헌, 문원령, 오성택, 홍민수 등 연희단거리패의 노련한 배우들이 무대에 선다.

<초원빌라 B001호>(7월17~27일 소극장)는 최은옥 작가의 치밀한 글쓰기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봉천동 연립주택의 반지하에서 딸 양경희를 혼자 키우며 살고 있는 양순애라는 편모가정의 모습을 통해 ‘어머니’ 혹은 ‘아줌마’로 불리우는 이 시대의 여성의 고통을 들려준다.

연출자인 극단 청맥 윤우영 대표(대진대 연극영화학부 교수)는 “비극의 원인인 환경과 욕망에 지배되는 세 사람의 모습과 반지하라는 공간의 이미지를 부조리극적인 상징성을 부여해 표현하고, 배우들의 침묵과 무언의 움직임으로 언어를 대신해 심리상태를 묘사하겠다”고 밝혔다. 박명신, 전진기, 장정애 등이 출연한다.

<충분히 애도되지 못한 슬픔>(8월1~10일 소극장)은 3인조 자해 공갈단을 등장시켜 광주의 비극을 재치있게 패러디한 블랙코미디이다. 세수와 타짜, 그리고 띨박 세 명의 친구들은 한탕벌이로 위장사고를 계획했으나 광주민주항쟁에 휘말려 모든 계획은 실패하고 만다는 것이 줄거리. 최치언 작가는 “우리들의 가슴을 아직도 원죄의식처럼 짓누르고 있는 80년 그날의 기억들을 조금이나마 치유하려는 바램을 담았다”고 말했고, 연출가 박상현은 “철저한 비극이면서 지독한 코미디로 만들겠다”고 귀띔했다.

이들 작품이 한국 연극계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고 창작연극에 목말라하는 관객들에게 시원함을 선사할지 기대된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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