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오케스트라’와 한국서 협연
“한국팬 열광적…팝공연 느낌
간장게장·막걸리 즐긴답니다” 7일 밤 일본 나고야 아이치현 아트센터.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1번의 힘있는 여운 뒤로 무라지 가오리(30)가 무대에 등장했다. 기다렸다는 듯 터져나온 갈채가 잦아들고, 무라지는 바흐의 <쳄발로 협주곡> 5번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작은 기타 소리를 조금이라도 더 생생하게 들으려고 객석은 숨을 죽였다. 침 삼키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였다. 평균 연령 50대인 연륜 있는 바흐 연주자들 사이에서 야리야리한 무라지는 강단있는 기타 소리로 기타가 협연 악기임을 증명했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바흐 오케스트라도 탄탄하게 무라지를 받쳐주며 기타의 울림을 잘 살려냈다. <쳄발로 협주곡> 2번에선 콘트라베이스 주자가 2명에서 1명으로 줄고 대부분의 현악기들이 손으로 뜯는 주법으로 바뀌었다. 현악기들의 합창이 계곡의 바위로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무라지의 기타는 계곡에 비치는 반짝이는 햇살같이 소리의 물결을 더욱 선명하게 그려냈다. 오는 15~17일의 국내 공연에 앞서 미리 가본 무라지 가오리의 공연은 클래식 기타의 매력을 만나보기에 부족함이 없는 무대였다. 한없이 듣는 이를 감상적으로 만들다가도 더없이 흥겹게 만드는 기타 특유의 다채로운 느낌을 무라지는 한 무대에서 자유자재로 오가며 들려줬다. 무라지는 14살 때부터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내며 ‘클래식 기타의 요정’이란 별명을 얻었다. 세계적 기타 거장인 호아킨 로드리고가 스승을 자처해 실제 제자는 아니지만 ‘로드리고의 마지막 제자’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객석은 10대부터 머리가 희끗한 노인층까지 연령대가 다양한 가운데 유난히 남성 팬이 많았고 평균 연령대가 높았다. 일본에서 방송 진행자로도 활동하는 무라지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난 뒤 만난 무라지는 협연에 무척 만족스러워했다. “리허설에서부터 ‘이런 게 바흐 소리인가’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현악기부에서 받쳐주는 소리가 환상적이었어요. 독일 오케스트라와의 작업은 언제나 기대됩니다.” 이번이 독일 오케스트라와는 두번째 협연이었다고 한다.
그가 협연한 바흐 오케스트라는 유서 깊은 명문인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안에서 생겨난 산하 오케스트라 중에서도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1962년 창단돼 현대 악기로 바흐 음악을 완벽히 재현해 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바흐 시대에는 없었던 기타라는 악기를 도입한 것도 바흐 오케스트라의 새로운 시도였다. 무라지 역시 그런 도전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거장 로드리고의 ‘마지막 제자’
14살때부터 두각…폭넓은 인기 “바흐는 기타곡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쳄발로 협주곡 2번 5번을 기타를 위해 편곡해서 연주했는데, 그래서 더욱 폭넓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어요. 특히 5번 2악장 아리오소는 유명한 곡이어서 단악장으로는 여러 번 연주했지만 전체 3악장으로 연주할 때가 더 의미 있을 거라는 생각에 골랐습니다. 이 악단의 더블베이스 주자(라인하르트 로셔)가 편곡을 했는데 기타에 맞게 아주 잘 됐습니다.” 무라지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바흐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국으로 건너와 15일 창원 성산아트홀, 1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바흐의 <쳄발로 협주곡> 2번과 5번을 들려준다. 이번이 세 번째 내한공연으로, 올해에만 지난 3월에 이어 두 번째 공연이다. 17일에는 바흐 오케스트라가 지난 2006년 공연해 좋은 반응을 얻었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전곡을 연주한다. “한국 팬들이 특히 바흐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첫 내한공연(2000년)에서 바흐의 <샤콘느>를 연주했는데, 반응이 남달랐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또다시 바흐를 들고 찾아가는 만큼 한국 공연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무라지는 “한국 관객들은 열광적이고 즉각적이라 마치 팝공연장에서 연주하는 것 같다”며 “지난 3월 한국 공연을 마치고 얼마 되지 않아 다시 가게 돼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 “한국 음식 중에는 간장게장을 좋아하고, 막걸리 마시기도 즐긴다”고 덧붙였다. 한국 공연 뒤에는 독일 라이프치히로 건너가 바흐를 녹음한다. 연주자로서 그는 음악의 고향을 찾아가서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스페인의 역사를 느낀 뒤에 <아란후에스>를 더욱 잘 연주할 수 있게 됐어요. 이번 연주 전에 라이프치히에 가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는데, 아시아 투어가 끝나면 라이프치히로 건너가 바흐와 관련된 자취를 찾아볼 생각입니다.” 공연 틈틈이 여행을 하며 음악적 영감을 얻는다는 무라지는 공연이 없을 때는 에이미 와인하우스와 한국 재즈기타리스트 잭 리의 음반을 즐겨 듣는다고 한다. 나고야/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사진 빈체로 제공
간장게장·막걸리 즐긴답니다” 7일 밤 일본 나고야 아이치현 아트센터.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1번의 힘있는 여운 뒤로 무라지 가오리(30)가 무대에 등장했다. 기다렸다는 듯 터져나온 갈채가 잦아들고, 무라지는 바흐의 <쳄발로 협주곡> 5번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작은 기타 소리를 조금이라도 더 생생하게 들으려고 객석은 숨을 죽였다. 침 삼키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였다. 평균 연령 50대인 연륜 있는 바흐 연주자들 사이에서 야리야리한 무라지는 강단있는 기타 소리로 기타가 협연 악기임을 증명했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바흐 오케스트라도 탄탄하게 무라지를 받쳐주며 기타의 울림을 잘 살려냈다. <쳄발로 협주곡> 2번에선 콘트라베이스 주자가 2명에서 1명으로 줄고 대부분의 현악기들이 손으로 뜯는 주법으로 바뀌었다. 현악기들의 합창이 계곡의 바위로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무라지의 기타는 계곡에 비치는 반짝이는 햇살같이 소리의 물결을 더욱 선명하게 그려냈다. 오는 15~17일의 국내 공연에 앞서 미리 가본 무라지 가오리의 공연은 클래식 기타의 매력을 만나보기에 부족함이 없는 무대였다. 한없이 듣는 이를 감상적으로 만들다가도 더없이 흥겹게 만드는 기타 특유의 다채로운 느낌을 무라지는 한 무대에서 자유자재로 오가며 들려줬다. 무라지는 14살 때부터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내며 ‘클래식 기타의 요정’이란 별명을 얻었다. 세계적 기타 거장인 호아킨 로드리고가 스승을 자처해 실제 제자는 아니지만 ‘로드리고의 마지막 제자’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객석은 10대부터 머리가 희끗한 노인층까지 연령대가 다양한 가운데 유난히 남성 팬이 많았고 평균 연령대가 높았다. 일본에서 방송 진행자로도 활동하는 무라지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난 뒤 만난 무라지는 협연에 무척 만족스러워했다. “리허설에서부터 ‘이런 게 바흐 소리인가’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현악기부에서 받쳐주는 소리가 환상적이었어요. 독일 오케스트라와의 작업은 언제나 기대됩니다.” 이번이 독일 오케스트라와는 두번째 협연이었다고 한다.
그가 협연한 바흐 오케스트라는 유서 깊은 명문인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안에서 생겨난 산하 오케스트라 중에서도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1962년 창단돼 현대 악기로 바흐 음악을 완벽히 재현해 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바흐 시대에는 없었던 기타라는 악기를 도입한 것도 바흐 오케스트라의 새로운 시도였다. 무라지 역시 그런 도전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14살때부터 두각…폭넓은 인기 “바흐는 기타곡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쳄발로 협주곡 2번 5번을 기타를 위해 편곡해서 연주했는데, 그래서 더욱 폭넓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어요. 특히 5번 2악장 아리오소는 유명한 곡이어서 단악장으로는 여러 번 연주했지만 전체 3악장으로 연주할 때가 더 의미 있을 거라는 생각에 골랐습니다. 이 악단의 더블베이스 주자(라인하르트 로셔)가 편곡을 했는데 기타에 맞게 아주 잘 됐습니다.” 무라지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바흐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국으로 건너와 15일 창원 성산아트홀, 1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바흐의 <쳄발로 협주곡> 2번과 5번을 들려준다. 이번이 세 번째 내한공연으로, 올해에만 지난 3월에 이어 두 번째 공연이다. 17일에는 바흐 오케스트라가 지난 2006년 공연해 좋은 반응을 얻었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전곡을 연주한다. “한국 팬들이 특히 바흐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첫 내한공연(2000년)에서 바흐의 <샤콘느>를 연주했는데, 반응이 남달랐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또다시 바흐를 들고 찾아가는 만큼 한국 공연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무라지는 “한국 관객들은 열광적이고 즉각적이라 마치 팝공연장에서 연주하는 것 같다”며 “지난 3월 한국 공연을 마치고 얼마 되지 않아 다시 가게 돼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 “한국 음식 중에는 간장게장을 좋아하고, 막걸리 마시기도 즐긴다”고 덧붙였다. 한국 공연 뒤에는 독일 라이프치히로 건너가 바흐를 녹음한다. 연주자로서 그는 음악의 고향을 찾아가서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스페인의 역사를 느낀 뒤에 <아란후에스>를 더욱 잘 연주할 수 있게 됐어요. 이번 연주 전에 라이프치히에 가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는데, 아시아 투어가 끝나면 라이프치히로 건너가 바흐와 관련된 자취를 찾아볼 생각입니다.” 공연 틈틈이 여행을 하며 음악적 영감을 얻는다는 무라지는 공연이 없을 때는 에이미 와인하우스와 한국 재즈기타리스트 잭 리의 음반을 즐겨 듣는다고 한다. 나고야/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사진 빈체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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