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만혁 개인전’ 서울·상하이서
엎드린 가장의 등에 물구나무 선 아들과 팔짱 낀 딸이 타고 있고, 그 뒤에 서 있는 단발머리 아내는 두 아이를 보듬고 있다. 뒤로 선캡에 선글라스를 낀 이가 주스를 마시며 지나간다. 공통점은 서로 눈을 맞추고 있지 않다는 것. 남자는 “우리, 이렇게 산다우. 사는 게 별 수 있겠어요?”라고 말하는 듯하다.(<가족이야기 07-6 2007>) 가족이야기 연작을 통해 우리 시대 가족의 쓸쓸한 표정을 그려 온 임만혁 작가의 개인전이 서울과 중국 상하이의 박여숙 화랑(서울, 02-549-7574~6)에서 동시에 열린다. 서울은 22일, 상하이는 31일까지. 명목상 한 가족이지만 실제로는 따로 사는 현대 가족의 실태를 속속들이 보여주는 작가는 뜻밖에도 올해 초 결혼한 신혼이다. 강릉에서 동양화가 김혜연씨와 함께 산다. 작가는 가까운 친척한테서 인물과 소재를 찾아왔다고 말했다. 올해 신작에는 그의 아내가 등장한다. 빼빼 마른 말라깽이로. 실제보다 날씬하게 그려 아내가 좋아한다는 귀띔이다. 작가는 전공을 서양화에서 한국화로 바꿨다. 그의 작품에는 분채를 이용한 채색과 도끼로 찍어내린 것 같은 부벽준법을 이용한 전통화법과 목탄을 이용한 서양식 화법이 뒤섞여 있다. 팝아트나 만화 같은 독특한 느낌, 그리고 말라깽이 몸·퀭한 눈을 가진 등장인물의 특징이 한번 본 사람들에게 ‘임만혁표 그림’을 쉽게 잊지 못하게 한다. “한복을 입은 김홍도의 시대는 붓이 제격이었어요. 한복이 곡선으로 돼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현대의 옷은 직선이에요. 당연히 표현도구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가가 목탄과 직선을 애용하는 연유다. 그의 그림에서 대부분의 대상은 직선의 조합이다. 둥그런 대상, 예컨대 눈조차도 다각형이다. 목탄과 직선의 팍팍함을 습윤한 맛의 분채가 덮어줘 균형을 맞춘다. 강아지, 까치 등 동물의 등장은 내용의 보완 도구. 가족의 팍팍함을 유머로 승화하는 구실을 한다. “스케치 단계부터 아내의 조언을 들어요.” 남이라면 마음 상할 수 있지만 아내의 말이라서 그렇지 않다는 전언. 신혼 생활과 작품 속 내용의 불일치는 계속될 전망. 그는 기법은 계속되겠지만 등장인물은 바뀔 거라고 말했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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