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기억하라, 분단과 냉전의 거리

등록 2008-07-20 19:09수정 2008-07-20 19:54

김상돈은 <4분간 숨을 참아라>
김상돈은 <4분간 숨을 참아라>
‘동두천~’ 전시회
<좁은 슬픔>
<좁은 슬픔>
동두천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미군을 상대로 몸을 팔았던 여인들은? 무엇보다도 도대체 이런 질문을 해 본 적이 있었는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사미술공간(인미공)이 2007년부터 진행해온 프로젝트 ‘동두천: 기억을 위한 보행, 상상을 위한 보행’은 이런 것을 함께 고민해 보자는 시도다. 고승욱, 김상돈, 노재운, 정은영 4명의 작가들이 2년에 걸쳐 지역을 답사하고 주민을 인터뷰하고 자료를 뒤져 작업한 결과물들을 8월24일까지 서울 원서동 인미공 전시실에서 전시한다.

이 프로젝트는 인미공이 뉴욕의 뉴 뮤지엄으로부터 ‘이웃’을 주제로 한 ‘접점으로서의 미술관’ 프로그램에 초청받으면서 시작됐다. 인미공은 ‘이웃’으로 동두천과 기지촌 여성을 골랐다.

동두천은 냉전과 분단이 만든 군사도시. 전체 도시 면적 96㎢ 가운데 미군기지가 42㎢를 차지하고 있다. 미군 기지는 모두 6곳. 볼스 훈련장과 케이시·호비·캐슬·모빌·님블 등의 캠프로 돼 있다. 1970년대에는 미군 전용 클럽 26개에다 정부 통계에 잡힌 성매매 여성만 2700여명에 이를 정도였다. 2006년 캠프 님블의 반환을 시작으로 상당수의 미군이 평택으로 옮겨갔고, 신시가지가 활성화하면서 이제는 지역 재개발 문제와 구도심 공동화 현상이 떠오르고 있다.

네 작가의 작업은 모두 비디오로 구현됐다. 주제의 복잡성이 자연스럽게 그런 장르로 기울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고승욱은 <침을 부르는 노래>에서 ‘창녀’ ‘양갈보’ ‘외화벌이꾼’ ‘민족의 누이’ 등 클럽여성들의 자칭·타칭을 소개하고, 아무도 기억하지 않고 불러주지도 않는 그들의 죽음을 뭐라고 불러야 하는가 자문한다. 김상돈은 <4분간 숨을 참아라>(사진)로 수풀 사이로 땅에 박힌 번호 말뚝 장면에다가 그곳에서 채집한 벌레, 바람, 물 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겹쳤다. 정은영은 기지촌 여성들이 드나들던 클럽의 쪽문에 주목해 <좁은 슬픔>(사진)이란 작품에서 그들이 거주했을 법한 공간과 무연고로 죽어 묻히는 장면 등을 담아 짧은 팩션처럼 제시한다. 노재운은 할리우드 전쟁영화를 재구성해 미군의 재배치 문제를 제기한다.

인미공은 그동안 기지촌 문제가 국가·군대·분단 등 권위에 눌린 채 묻혀 있었으며 당사자들 역시 자체 검열로 입이 닫힌 상태였다며, 이번 작업은 그들에게 합당한 언어를 찾아 제공함으로써 스스로 말하게 하고 외부와 소통할 수 있게 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