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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춘천인형극제 ‘화려한 성년식’

등록 2008-07-24 18:56

8월8일부터 국내외 89개 극단 참가…10만 관객 세계적 축제로
싱가포르 핑거 플레이어즈의 ‘퍼페츠 얼라이브’ (왼쪽) 헝가리 미크로포디움의 ‘스톰, 콘 애니마’ (오른쪽)
싱가포르 핑거 플레이어즈의 ‘퍼페츠 얼라이브’ (왼쪽) 헝가리 미크로포디움의 ‘스톰, 콘 애니마’ (오른쪽)

극단 수레무대의 ‘유모차에 실린 작은 동화, 어린 왕자’ (맨위) 프랑스 프티몽드 극단의 물체 인형극 ‘톡톡’ (가운데) 러시아 퍼펫하우스의 ‘신데렐라’
극단 수레무대의 ‘유모차에 실린 작은 동화, 어린 왕자’ (맨위) 프랑스 프티몽드 극단의 물체 인형극 ‘톡톡’ (가운데) 러시아 퍼펫하우스의 ‘신데렐라’
국내 최대의 인형극 축제인 춘천인형극제가 오는 8월8일 스무살 생일을 맞는다.

국내에 16개의 인형극단밖에 없었던 1989년 강원도의 호반도시 춘천에서 첫발을 내디딘 축제는 20년 세월을 버텨내면서 프랑스 샤를르빌 인형극제, 스페인 티티리문디 인형극제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적인 인형극 축제로 우뚝 섰다.

8월8일부터 16일까지 춘천인형극장과 춘천문화예술회관 등에서 열리는 춘천인형극제는 스무살 성년식에 걸맞게 해외 7개국 8개 극단, 국내 81개 극단에서 인형극인 900여명이 참여할 만큼 몸피가 실해졌다. 1회 축제 당시 2천~3천명을 헤아렸던 관객도 10만명에 이를 정도로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1회 축제부터 춘천인형극제를 이끌어온 강준혁(61) 이사장은 “춘천인형극제는 한국의 인형극단과 인형극축제의 성장동력이 되었으며, 더 나아가 아동극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고 소개했다. 강 이사장은 또 “국내외 인형극인들이 와서 공연만 하고 가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축제 기간 내내 어울리면서 대본과 공연, 기술 등 인형극 정보를 교환하는 교류의 장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춘천인형극제의 성공에 자극받아 한국인형극협회 인형극제, 경기인형극제, 전주인형극제, 대학인형극제, 듀오퍼펫페스티벌 등 인형극 전문축제가 전국에서 해마다 열린다. 또 춘천인형극제 출범 당시 16개에 불과했던 전문 인형극단은 축제를 통해 2~3세 극단들을 키워내며 현재 100여개로 늘어났다. 인형극 동아리 활동도 활발해 전국 각 대학 및 직장의 인형극 동아리를 비롯해 인천 기찻길옆작은학교, 서울 광진학교 등 어린이극단과 해바라기인형극단, 실버그림자인형극단 은빛여울 등 60대 이상의 인형극단 등 40여개 아마추어 인형극단이 해마다 축제에 참여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01년에는 춘천에 국내 최초의 인형극 전용극장이 지어져 1년 내내 인형극이 공연되고 있다.

이런 춘천인형극제의 성공 요인으로는 우선 ‘민간의 힘’이 꼽힌다. 처음부터 정부나 지자체 등에 기대지 않고 안정의(정선 아라리인형의집 대표)씨와 강승균(우리 인형극 대표)씨 등 전문 인형극인들과 전문 공연기획자 강준혁 이사장이 뜻을 모아 주도를 했다. 춘천인형극제가 관에 휘둘리지 않고 인형극인들의 축제로 20년간 일관된 뜻을 지켜올 수 있었던 배경이다.

1989년 첫 축제에는 국내 16개 극단과 일본 극단 1곳이 참여했는데 예산이 부족해 극장 로비에 침낭을 깔고 숙식을 해결하면서 행사를 꾸려나갔다. 또 처음 인형극을 접하는 아이들이 공연 도중 공연장을 뛰어다니고 심지어 무대 위에 올라와 인형을 만지는 바람에 공연이 중단되는 등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그러나 축제는 해를 거듭하면서 알차졌다. 서용선(41) 사무국장은 “해마다 자원봉사자의 도움이 큰 힘이 되었다”고 귀띔했다. 춘천에서 용달차를 운영하는 한 시민은 6회 축제부터 10여년간 공연 소품과 집기를 날라주었고, 초등학교 5학년 때 고향 춘천에서 인형극제와 만났던 한 서울대생은 해병대 입대 후 휴가 때마다 자원봉사에 참여했다.


그럼에도 인형극만이 가진 독특한 매력을 빼놓고는 춘천인형극제의 성공을 설명할 수 없다. 강 이사장은 “인형극은 인간이 아닌 물체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서 표현하기 때문에 그 표현의 폭에 한계가 없다”며 “아이들에게 감수성을 길러주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는 인형극 만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강원도 정선 아라리인형의집에서 2인 인형극 축제 ‘듀오퍼펫페스티벌’을 벌이고 있는 안정의(68)씨는 “인형극은 아이들에게 환상의 세계를 걸을 수 있게 만든다”며 “교육적인 효과도 커서 최근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성교육 프로그램과 이닦기 등 위생교육 프로그램에도 인형극이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시 부평구 실버그림자인형극단 은빛여울의 이윤호(78) 단장은 “지난해부터 유치원, 복지관, 어린이집, 장애학교 등을 찾아가 매달 5번씩 무료공연을 하고 있다”며 “나이는 먹었어도 소외계층에게 즐거움과 활력소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보람과 함께 젊어지는 것을 느낀다”고 자랑했다. 60~70대 남녀 노인 16명으로 이뤄진 은빛여울은 이번 인형극제에서 <브레멘 음악대>로 기량을 선보일 예정이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톡톡’ 튀는 작품들 골라 보세요

올해 춘천인형극제(www.cocobau.com)는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다. 해외 7개국 8개 극단과 국내 45개 전문 인형극단, 그리고 국내 아마추어 극단도 36곳을 초청했다.

해외 초청작으로는 각종 주방용품을 인형처럼 활용하는 프랑스 프티몽드 극단의 물체 인형극 <톡톡>을 비롯해 러시아 퍼펫하우스의 <신데렐라>, 헝가리 미크로포디엄의 <스톱, 콘 에니마>, 이탈리아 필리프 파라의 <풀치넬라쇼 구와라뗄레> 등이 무대에 오른다. 국내 초청작으로는 극단 상사화의 <인형의 전통나들이>, 극단 수레무대의 <유모차에 실린 작은 동화, 어린 왕자>, 금설의 <이불꽃>, 예술무대 산의 <달래이야기> 등이 기대를 모은다.

인형극 공연 말고도 인형극을 직접 만드는 체험을 해볼 수 있는 1박 2일 캠프, 염색이나 공작, 공예 체험 프로그램, 어린이 벼룩시장 등 어린이 관객용 체험·학습 프로그램들도 함께 진행된다. 닥종이 인형 전시, 중요무형문화재 발탈·봉산탈춤·줄타기 공연도 있다.

개막 전 6~7일에는 아마추어 인형극 경연대회가 열리며, 개막일인 8일에는 춘천 팔호광장에서 시청까지 거리퍼레이드가 펼쳐진다.

이밖에 연출 이론에 대한 워크숍과 창작인형극 대본 공모, 인형극 아트마켓 등 부대행사도 마련된다.

입장료는 공식 초청작 1만원, 일반 공연작 6000원이며, 실외공연은 무료. (033)242-8450.

정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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