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의 미묘한 에너지-이탈리아 현대조각전
방학이 시작되면서 미술관들이 전시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여러 전시 속에서도 기획이 똑 부러지는 두 전시가 있다.
조각의 다양한 변주
물질의 미묘한 에너지-이탈리아 현대조각전 “이런 것도 조각이야?” 전시작품이 눈을 거쳐 입으로 튀어나오는 결과물. 그만큼 조각의 다양한 변주를 보여준다. 폐타이어로 만든 거대한 바나나 껍질. 흙발자국 찍힌 것이 들면 훌렁 뒤집힐 것 같은데 웬걸, 300kg짜리 검은 대리석이다. 거울에 웬 종이비행기? 만져보라는 권고. 얇게 저민 대리석이다. 이것은 약과다. 엄청나게 큰 여행가방. 알고 보니 지점토로 만든 조각이란다(사진). 바닥에 구멍이 뚫린 쓰레받기는 어떤가. 구멍에서 새어나온 먼지로 마룻바닥에 그림을 그렸다. 이것을 그들은 ‘설치조각’이라고 이름 붙인다. 필름 없는 환등기와 팽팽하게 당겨놓은 줄도 조각. 줄을 당겼다 놓자 요란스럽게 흔들리면서 환등기의 원형 빛을 받아 무지갯빛 원을 만든다. 아예 형체가 없는 것도 있다. 씨를 심어 가꾸고 수확하고 요리를 만들어 함께 먹었다. 한해에 걸친 행위조각. 파티가 끝나면 없어진다.
전시기획자인 알레산드로 카레르는 “이탈리아 현대조각의 다양함을 보여주기 위한 전시”라며 전통적인 조각의 경계를 넘나드는 젊은 작가들의 것이 많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자신의 머리가 굳어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꼭 한 번 볼만하다. 서울대미술관에서 9월5일까지.
행복한 유년의 잔상
반응하는 눈-디지털 스펙트럼전 소용돌이 무늬가 있는 막대사탕. 달콤한 맛과 더불어 무늬 속으로 한없이 빠져들던 기억. 마술 같은 전시장에 머무는 동안은 행복한 유년 시절로 돌아간다. 착시·잔상효과 또는 시각적 트릭이야, 라고 되뇌어도 마찬가지다.
숲속에서 출몰하는 털보 거인. 수많은 종잇조각들이 각도를 달리해 꽂혀 있고, 측면에 위아래로 달린 두 개의 불빛이 명멸하면서 빚어지는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요술이다. 바닥과 천장에는 형광 스트라이프, 허공에는 살바도르 달리의 늘어진 시계를 걸어놓은 커다란 방은 숫제 블랙홀이다(사진). 각각이 빙빙 돌아가는 두 개의 길쭉한 바위. 어, 이건 뭐야? 하는 순간 두 바위의 옆모습이 합쳐져 허공에다 비너스상을 만든다. 돌아가는 바위에 주목하면 보이지 않는다. 또다른 방. 영상을 찍어 벽에 투사하고 그 영상 속으로 들어가 행위를 하고 그것을 다시 영상으로 찍어 벽에 비춘다. 영상으로 들어오라는 강력한 권유. 그 속으로 들어가면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다. 이쯤에서 마주치는 구수한 벽화. 한쪽 벽을 온통 촘촘선반으로 만들고, 거기에다 삶은 찻잎을 쏟아부어 그린 그림자 그림이다. 구석구석에서 혹시 작가들이 킬킬거리지 않는지 찾아볼 것. 서울시립미술관에서 8월23일까지. 임종업 선임기자
반응하는 눈-디지털 스펙트럼전
숲속에서 출몰하는 털보 거인. 수많은 종잇조각들이 각도를 달리해 꽂혀 있고, 측면에 위아래로 달린 두 개의 불빛이 명멸하면서 빚어지는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요술이다. 바닥과 천장에는 형광 스트라이프, 허공에는 살바도르 달리의 늘어진 시계를 걸어놓은 커다란 방은 숫제 블랙홀이다(사진). 각각이 빙빙 돌아가는 두 개의 길쭉한 바위. 어, 이건 뭐야? 하는 순간 두 바위의 옆모습이 합쳐져 허공에다 비너스상을 만든다. 돌아가는 바위에 주목하면 보이지 않는다. 또다른 방. 영상을 찍어 벽에 투사하고 그 영상 속으로 들어가 행위를 하고 그것을 다시 영상으로 찍어 벽에 비춘다. 영상으로 들어오라는 강력한 권유. 그 속으로 들어가면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다. 이쯤에서 마주치는 구수한 벽화. 한쪽 벽을 온통 촘촘선반으로 만들고, 거기에다 삶은 찻잎을 쏟아부어 그린 그림자 그림이다. 구석구석에서 혹시 작가들이 킬킬거리지 않는지 찾아볼 것. 서울시립미술관에서 8월23일까지. 임종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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