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정훈희(57)
데뷔 40주년 음반 낸 가수 정훈희
“‘정훈희씨 40주년 음반을 꼭 내고 싶다’던 이영훈씨가 올 2월 세상을 떠난 뒤로 한동안 넋을 놓았죠. 반년을 멍하니 지내다 5월에야 부랴부랴 준비한 음반인데, 반응이 좋으니 더욱 그분 생각이 나네요.”
최근 데뷔 40주년 기념 음반 <40th 애니버서리 셀러브레이션스 정훈희>를 내고 활발하게 활동 중인 가수 정훈희(57)씨는 “이영훈씨가 없었다면 이 앨범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꽃밭에서’ ‘안개’ 등으로 1970년대를 주름잡으며 국제가요제에서 여러 차례 상을 거머쥐었던 최고 스타였지만, 79년 결혼 이후 공개활동을 접고 대중들 앞에서 사라졌다. 직접 노래를 부르기보다는, 가수협회 수석부회장을 역임하며 후배들을 챙기는 데 신경을 써 왔다. 그런 그가 78년 <꽃밭에서> 이후 30년 만에 새 음반을 내게 된 것은 작고한 작곡가 이영훈 때문이다.
“2006년 <옛사랑 플러스> 음반 때문에 처음 만났어요. 이영훈씨의 곡을 여러 가수들이 다시 부르는 프로젝트 앨범이었는데, ‘사랑이 지나가면’을 불러줄 가수로 절 강력히 추천했다고 하더군요.” 세번 만에 녹음을 마친 그를 보고 이영훈은 “음반을 낼 생각이 있다면 내가 곡을 쓰고 싶다”고 청해 왔다.
“전 운이 좋은 가수예요. 가수 하겠다며 곡을 받으러 다닌 게 아니라, 노래가 절 찾아왔으니까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데뷔곡 ‘안개’ 역시 67년 우연히 작곡가 이봉조를 만나면서 부르게 된 곡이었다.
“날 가수로 만들어 준 분이 이봉조씨라면, 다시 세상에 불러 준 이가 이영훈씨인 셈이죠.” 비록 약속대로 그의 신곡을 받지는 못했지만 그때 불렀던 ‘사랑이 지나가면’을 새 음반에 실었다.
새 음반에는 김태원, 김현철 같은 후배 작곡가들이 곡을 썼다. 타이틀곡 ‘삐삐코로랄라’에는 버블시스터즈가 코러스를 넣었고, ‘노 러브’에는 인순이가 듀엣으로 함께했다. 모두 13곡 가운데 8곡은 신곡이고, 나머지는 ‘안개’ ‘꽃밭에서’ ‘무인도’ 같은 히트곡들이다. 감미로운 목소리는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목소리며 곡이 늙지 않아 요즘 젊은이들 휴대전화 벨소리로도 손색없지 않을까”라며 그는 소녀처럼 웃었다.
“다음에는 스탠더드 재즈 팝 느낌의 노래로만 채운 음반을 내고 싶어요. 외국 작곡가들의 재즈곡을 받아서, 블루스 솔의 감각이 살아 있는 노래로 불러보고 싶네요.”
그는 오는 30일 케이티아트홀에서 쇼케이스 공연을 하며, 가을께 공식적인 40주년 기념 콘서트를 할 예정이다.
글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글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