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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더위 식힐 세 전시’ 박물관으로 간 똥바가지

등록 2008-08-01 14:27수정 2008-08-01 14:39

철모를 활용한 똥바가지
철모를 활용한 똥바가지
세 대표급 박물관인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이 볼만한 전시를 마련했다. 언제 봐도 즐거운 ‘그때를 아시나요’ 풍의 생활사 전시, 그리고 중국 문화의 고갱이를 소개하는 두 전시회다. 에어컨 쌩쌩 돌아가는 시원한 박물관에서 잠시 더위를 잊고 가뭇한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다. 괜찮은 피서법이다.

그때를 아시나요 9월15일까지 열리는 국립민속박물관(02-3704-3114)의 건국 60주년기념 특별전 ‘그 고난과 영광의 순간들’은 1948년 정부수립 이후 우리 생활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전시다. 압권은 철모 양쪽에 구멍을 뚫어 자루를 끼운 똥바가지가 아닐까. 졸지에 똥바가지가 된 철모는 2차대전 때 미군이 쓰던 것을 한국군이 이어받아 파이버 방탄모가 보급되기 전까지 쓰였다. 군용품과 농기구의 기막힌 결합.

농약을 옅게 탄 사이다 물병은 어떻게 썼을까. 부는 대롱이 달린 뚜껑을 끼워 사용한 모기약이다. 농약에 취해 어질어질 누우면 모기가 있든 없든 방안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새벽마다 스피커에서 ‘잘 살아보세’ ‘새마을 노래’가 울리면 비실비실 깨어났더랬다.

시골 소녀가 서울 공장에 취직하겠다고 들고 나온 푸른 옷가방은 단칸방 웃목에 놓여 옷장이 되었다. 팥앙금빵, 아이스케키, 입술연지, 잡지 <선데이서울>, 빨간 공중전화통까지.

당시 생활상을 보여주는 통계들도 재미거리다. 1974년의 데이트 평균 비용은? 남자는 호기롭게 4235원이었고 여자는 달랑 토큰 하나(25원)면 됐다. 2008년은 남자가 7만2120원, 여자가 5만8420원이다.

일제강점기의 자수 태극기
일제강점기의 자수 태극기
왕희지 글씨 좀 볼까 중국 시안의 비림 박물관에 있는 비문 3500여점 가운데서 명품으로 꼽히는 탁본 100여점을 서울역사박물관(02-120)에서 31일까지 전시하고 있다. 비림 박물관은 역사가 무려 920년. 1087년 북송 때 설립된 최고의 비석 박물관으로 국보급 134점을 소장하고 있다.

뭐래도 왕희지, 구양순, 안진경의 글씨가 눈에 띈다. 왕희지(307~365)의 글씨로는 당나라 때 집자해 새긴 ‘집왕성교서비’와 ‘흥복사 잔비’가 선보이고, 구양순(557~641)은 ‘황보탄비’에서, 안진경(709~785)은 ‘다보탑감응비’, ‘안근례비’, ‘안씨가묘비’ 등에서 각각 글씨를 살펴볼 수 있다. 진시황의 공덕을 기려 이사가 썼다는 ‘역산각석’, 조맹부와 문징명의 필법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유천관산시비’, 청나라 때 영국 아편을 몰수해 태웠던 린쩌쉬(임칙서)의 ‘유화산시각석’도 빼놓을 수 없다.


관우가 조조한테 잡혔을 때 유비에 대한 충심을 댓잎 형상의 암호로 써보냈다는 ‘관제시죽’(關帝詩竹)의 오언절구와 권력욕의 상징 서태후가 그린 모란꽃도 볼거리.

왕희지의 ‘집왕성교서비’
왕희지의 ‘집왕성교서비’
중국 회화의 원천 ‘화상전’ 두 악공의 연주에 맞춰 한 사내가 저글링을 하고, 또다른 한 사내는 왼쪽 팔꿈치에서 어깨로 공을 흘리고 있다. 하늘하늘 여인이 휘돌고 한 사내가 수작을 부린다. 귀족부부가 성장을 하고 질펀한 연희를 지켜본다. 1954년 쓰촨성 청두시 양쯔산에서 출토된 화상전 가운데 ‘연회장면이 그려진 전돌’ 그림. 1~3세기 동한시대 귀족부부의 생활상을 그렸다. 묘실 내벽을 꾸몄던 이 화상전은 무덤 주인의 화려했던 생활을 기록한 기념물이다.

화상전(畵像塼)은 중국 고대 흙으로 벽돌처럼 네모나게 만들어 구운 건축재료로, 다양한 그림과 기하학적 무늬가 들어가 있는 유물로 역사적 가치는 물론 미술적 가치도 크다.

국립중앙박물관(02-2077-9000)이 중국 국가박물관에서 중국유물 60여점을 빌려와 내년 6월28일까지 여는 ‘중국 고대회화의 탄생’ 전에는 국보라고 할 수 있는 1급유물이 5점이 들어 있는데, 이 가운데 3점이 화상전이다. 다른 화상전에는 연잎 일산(큰 양산)을 씌운 마차로 외출하는 귀족부부의 모습, 디딜방아를 찧어 곡식을 나르는 모습 등 윤택하고 풍족한 귀족의 생활상이 손에 잡힐 듯 묘사되어 있다.

나머지 두 점의 1급유물은 ‘사냥장면이 그려진 청동그릇’(춘추시대)과 ‘악군계에게 발급한 통행증’(전국시대). 청동그릇에는 우리 반구대 암각화와 비슷한 그림이 새겨져 있고, 통행증은 대나무 모양의 청동통에 154자의 전서를 금으로 상감했다.

이번에 전시되는 중국 유물은 선사 이후 당대까지 걸쳐 있으며, 화상전 외에 선사시대 토기와 옥기를 비롯해 춘추전국시대 청동기, 한대 동경, 당대 벽화와 공예·조각품 등이 포함돼 있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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