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 작가의 ‘야스쿠니의 미망 2’.
민중미술가 홍성담씨 제주 전시회
홍성담씨
“한국 국가폭력 겨냥한 발언이기도” “동아시아의 역사적 갈등이 함축된 곳이 야스쿠니 신사입니다. 미래의 위험이 잠복해 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70·80년대 유신과 신군부의 폭력에 몸으로 맞서 투옥을 마다하지 않았던 민중미술가 홍성담 화백이 이번에는 야스쿠니 신사의 폭력성을 폭로하는 전시회를 연다. 15일부터 30일까지 제주시 아트스페이스 씨에서 열리는 전시회에는 <야스쿠니와 칼> <야스쿠니와 히로히토> <천황과 히로시마 원폭> 등 일본 도쿄 마키갤러리에 걸었던 열세개 작품에다 일곱 작품을 더해 스무 작품을 건다. 일본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는 에이(A)급 전범 14명을 포함해 2차대전 중 전사한 246만6천명의 영령을 봉안한 곳으로 조선인 2만여명, 중국인 2만8천명 등 외국인 강제징병자도 동의 없이 합사돼 있다. 8월이면 일본 총리의 참배 여부를 놓고 한국과 중국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예민한 장소다. 일본도(刀) 위를 행진하는 해골 모습을 한 일본 군인, 죽어서도 일본제국의 사슬에 매여 합사된 조선인 병사, 원폭 버섯구름에 아랑곳없이 3종 신기를 안고 있는 일왕, 야스쿠니 신사를 배경으로 한 일본 육사 출신의 박정희 전 대통령…. “6년 전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와 류슈칸 전쟁박물관, 가고시마의 가미카제 비행훈련장, 오키나와 평화공원 등을 둘러봤어요. 둘러보면 볼수록 일본에 대한 절망을 느꼈어요.” 그림을 위해 공부를 하다 보니 반전문가가 됐다는 홍 화백은 평소 일본인들이 보여주는 질서, 양보, 환경보존 등의 이면에 깔린 억압 기제가 그곳에 고스란히 담겨 있더라고 말했다. 그것은 해결되지 않은 일본의 침략전쟁이었고 언제라도 부활할 수 있는 군국주의의 망령이더라는 것이다. 이를 인식하는 일부 양심적인 일본인들조차도 이에 관해 발언할 수 없는 게 일본의 현실이라고 그는 평가한다.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문화상징의 정체를 폭로하고 양심적인 작가들이 연대하여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고민의 결과가 지난해 말 도쿄 전시회였고, 제주 전시가 끝나면 작품들은 3년에 걸쳐 대만, 오키나와,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을 순회하게 된다. “도쿄 전시를 본 가미카제 출신의 일본 화가가 ‘그동안의 경험에 잔혹한 것이 너무 많아 추상화에 빠져 허우적거렸는데, 그림을 보고 용기가 생겼다’며 자기 경험을 그려보겠다고 하더군요.” 10일부터는 야스쿠니 신사 인근 일본교육회관에서 열리는 안티야스쿠니 아시아 공동행동 주최의 전시회에도 참여한다. 여기에는 그를 포함해 한국 작가 2명, 대만 작가 1명 외에도 일본 작가 여섯 명도 함께한다. 자신의 노력이 낳은 작은 결과인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한국이 일본을 닮아가 큰 문제입니다. 우리의 반쪽 북한을 외면한 친미 일변도 외교인데다 경제를 살린다며 재벌만을 싸고돌고 있잖아요.” 그런 점에서 이번 전시는 국가 폭력이 횡행하는 한국을 향한 발언이기도 하다고 홍 화백은 덧붙였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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