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알도 파리소·피아니스트 엘리자베스 파리소 부부
연주자로 교육자로 ‘인생 협주’
대관령국제음악제서 매년 강의 세계적인 첼로 거장이자 첼로계의 존경받는 교육자 알도 파리소(88·예일대 음악대학원 명예교수)와 피아니스트 엘리자베스 파리소(예일대 음악대학원 교수) 부부가 올해도 강원도 평창을 찾았다. 미수를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노 예술가 부부는 지난 2004년부터 올해 제5회 대관령국제음악제(7월30일~8월22일)까지 꾸준히 ‘첼로 마스터 클래스’를 열어 그의 명성을 듣고 찾아온 세계 각국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대관령국제음악제에 참가하는 각국 학생들의 수준이 굉장히 높아서 그들에게 조언해 주고 가르치는 일이 너무 즐겁다. 특히 마스터 클래스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음악제가 그만큼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성장하고 있는 것 아니냐.” 알도 파리소는 “다른 음악제와 마찬가지로 대관령국제음악제에 오면 굉장한 수준의 친구들과 교수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해마다 실력이 뛰어난 학생들의 참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엘리자베스 파리소도 “가장 실력이 좋은 학생들을 뽑아서 그런지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강하고 항상 최고가 되고 싶어하며, 무엇이 되어야 하겠다는 목표가 뚜렷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노 교수들이 오랫동안 수많은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지켜온 원칙과 교육철학이 궁금했다. 알도 파리소는 “한국은 서로 경쟁이 심한데, 특히 어머니들의 경쟁이 심한 것 같다”며 “그런 짓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어머니들이 해야 할 일은 아이들이 스스로 자라고 성장할 때까지 지켜봐주는 것인데, 한국 어머니들은 당장 비교하면서 아이들에게 최고가 돼라고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듯이 모든 사람들은 다 특별한 재능이 있다. 같은 첼리스트라도 연주 스타일이 다르고 각자 장점이나 음악을 느끼는 점이 다르기 때문에 누가 더 낫다고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런 것이 아이들에게 너무 스트레스를 줘서 성장을 방해한다.”
그는 자신도 세 아들이 있지만 자신을 닮기를 결코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그는 한국 음악교육의 문제점을 짚어나갔다. 그는 “한국의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연습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고 자신을 따라 하라고만 강요하는 것 같다”고 그동안 한국 학생과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느낀 점을 끄집어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제대로 연습방법을 배우지 않으면 하루 24시간을 연습한다 해도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지난 50년 동안 예일대 음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오면서 결코 자신의 복제판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실제로 그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 시범을 보이지 않는 독특한 교육방법을 고수하기로 유명하다.
“시범을 보여주기 시작하면 학생들이 그대로 따라하려고 하고 나 자신도 내가 맞는 것이라고 스스로 증명하려 하는 것 같다. 같은 가르침을 받은 제자라도 다 다른 스타일의 연주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이 각각 본인의 선생님이 되고 자기 스스로를 가르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나의 교육방법이다.”
그는 “많은 제자들을 길러냈지만 결코 ‘알도 파리소 복제판’이 돌아다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각자 자기 성격과 자기 음악적 성향을 가지고 활동을 하고 자기 음악을 만들기를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엘리자베스 파리소도 “한국 학생들은 반드시 이름난 선생님한테서만 레슨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남편을 거들었다. 그는 “필요한 것은 누구에게든 각각 다른 의견과 정보를 섭렵해서 받아들인 다음에 스스로 발전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알도 파리소는 자신이 그린 그림이 담긴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그림솜씨가 수준급인 그는 “지난해에는 전시회도 열어 판매 수익금을 모아 첼로 장학금으로 쓰기도 했다”고 수줍게 웃었다. 그러면서 “몇년 전에 예일대 음악대학원에 1억달러의 기부금이 들어왔다”며 “악기에 관계없이 음악대학원 학생들은 전액 장학금을 받고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학교 자랑을 했다.
두 사람이 나란히 탁월한 연주자와 존경받는 교육자의 길을 걸으며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을 물었다. 엘리자베스 파리소가 “내 말만 잘 들으면 된다”고 웃자 알도 파리소도 “아내가 나의 보스다. 그가 원하는 대로 하면 된다”고 맞장구쳤다. 그러면서 “결혼한 지 42년이 되었는데 같이 연주하면서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 엘리자베스를 안 믿었으면 나는 죽었을 것”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브라질 태생의 미국 첼리스트 알도 파리소는 12살에 공식 데뷔한 뒤로 스토코프스키, 바비롤리, 번스타인, 메타, 몽튀, 자발리쉬, 힌데미트, 빌라 로보스 등 세계적인 지휘자들과 함께 베를린, 런던, 파리, 암스테르담, 스톡홀름, 뮌헨, 바르샤바 등 세계 최정상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1958년부터 재직하고 있는 예일대 음대로부터 1994년에 초대 새뮤얼 샌포드 석좌교수로 추대됐고, 2002년 구스타프 스토겔상을 수상했다.
피아니스트 엘리자베스 파리소는 1977년부터 예일대 교수로 있으면서 남편 알도 파리소를 비롯해 요요마와 야노스 슈타르케르, 랄프 커쉬바움 등과 함께 연주했으며 지금도 독주자와 실내악 연주가로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대관령국제음악제 제공
대관령국제음악제서 매년 강의 세계적인 첼로 거장이자 첼로계의 존경받는 교육자 알도 파리소(88·예일대 음악대학원 명예교수)와 피아니스트 엘리자베스 파리소(예일대 음악대학원 교수) 부부가 올해도 강원도 평창을 찾았다. 미수를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노 예술가 부부는 지난 2004년부터 올해 제5회 대관령국제음악제(7월30일~8월22일)까지 꾸준히 ‘첼로 마스터 클래스’를 열어 그의 명성을 듣고 찾아온 세계 각국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대관령국제음악제에 참가하는 각국 학생들의 수준이 굉장히 높아서 그들에게 조언해 주고 가르치는 일이 너무 즐겁다. 특히 마스터 클래스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음악제가 그만큼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성장하고 있는 것 아니냐.” 알도 파리소는 “다른 음악제와 마찬가지로 대관령국제음악제에 오면 굉장한 수준의 친구들과 교수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해마다 실력이 뛰어난 학생들의 참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엘리자베스 파리소도 “가장 실력이 좋은 학생들을 뽑아서 그런지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강하고 항상 최고가 되고 싶어하며, 무엇이 되어야 하겠다는 목표가 뚜렷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노 교수들이 오랫동안 수많은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지켜온 원칙과 교육철학이 궁금했다. 알도 파리소는 “한국은 서로 경쟁이 심한데, 특히 어머니들의 경쟁이 심한 것 같다”며 “그런 짓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어머니들이 해야 할 일은 아이들이 스스로 자라고 성장할 때까지 지켜봐주는 것인데, 한국 어머니들은 당장 비교하면서 아이들에게 최고가 돼라고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듯이 모든 사람들은 다 특별한 재능이 있다. 같은 첼리스트라도 연주 스타일이 다르고 각자 장점이나 음악을 느끼는 점이 다르기 때문에 누가 더 낫다고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런 것이 아이들에게 너무 스트레스를 줘서 성장을 방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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