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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세월따라 변하는 자화상

등록 2008-08-21 18:47수정 2008-08-21 22:27

이중섭, 이쾌대, 서동진, 황주리, 김승영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중섭, 이쾌대, 서동진, 황주리, 김승영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자아 이미지:거울시선’
우리나라의 자화상은 조선후기 실학의 도래와 상통한다. 윤두서, 김정희, 강세황 등 자화상을 남긴 이들이 그 유파다. 중국을 거울삼아 조선을 돌아보고 나아가 문인화적 전통 위에 자아를 성찰하는 일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자화상은 근대에 들어와 일본 유학을 다녀온 화가한테서 시작된다. 졸업작품으로 자화상을 의무적으로 그려야 했던 탓도 있지만 나라 상실이 자의식을 강화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서울시립미술관에서 10월5일까지 열리는 ‘자아이미지: 거울시선’은 최초의 서양화가로 첫 서양화 자화상을 그린 고희동을 비롯한 김인승, 이쾌대, 김환기, 이중섭 등 미술사의 주요 작가들부터 변웅필, 김우임 등 동시대 젊은 작가들까지 26명의 자화상 47점을 전시한다. 이들 작품을 통해 시대를 살아낸 작가의 심리상태와 자기 확인, 자기 연민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 기획자인 최정희씨는 동양의 전통적 초상화 그림법인 ‘전신사조’(傳神寫照, 인물의 생김만이 아니라 정신까지 초상화에 그려내는 것)를 계승한 작품으로 이중섭의 <자화상>을 꼽았다. 숨지기 1년 전인 1955년 개인전 실패와 생활고로 이중섭이 정신이상이라는 소문이 돌자, 그렇지 않다는 것을 친구인 소설가 최태응에게 증명하기 위해 그렸던 그림이다.

최지만의 자화상
최지만의 자화상
근대 초창기 서양화 자화상들은 배경이나 옷차림으로 자기 신분이나 지위를 내보이는 게 특징. 고희동은 책과 그림을 배경으로 하고, 서동진은 아예 팔레트에다 자화상을 그려 자신이 화가임을 드러냈다. 이쾌대는 한복에다 중절모를 씌워 전통과 현대의 중간에 서있음을 말한다. 최욱경은 자화상을 통해 이국에서의 정체성 고뇌를, 유근택은 막다른 조형적 실험에서 탈출구를 찾은 것으로 평가된다.

동시대와 가까워질수록 자아를 다른 존재에 이입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변웅필과 김우임은 자화상이라기보다 자신의 얼굴을 소재로 삼아 현대인의 심리와 생활상을 드러내고자 한다. 하인두, 황주리, 권여현 등의 작품에서는 자아보다 화가로서의 작풍이 훨씬 강렬해 ‘자화상’ 제목이 없다면 알아보지 못할 정도다. 매체가 다양해지는 경향도 뚜렷하다. 김승영(비디오), 최지만(도예), 천성명(조각), 박형근(사진), 이훈(인터랙티브 미디어) 등이 그 예. 아직은 자아의식보다 매체가 주는 인상이 더 강렬해 보인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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