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미 ‘화수분’
“니 맘대로 해보세요”
“그래? 그렇다면…좋지”
“그래? 그렇다면…좋지”
누구나 일탈은 즐겁다. 틀에 박힌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고 재충전의 기회를 갖고 싶어하는 것. 작가라고 다를까.
두아트(02-2287-3500)에서 10월12일까지 열리는 ‘비-사이드(B-Side)’전은 작가들의 가을야유회다. 자의든 타의든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작업을 해 보자는 것.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하지만 문제는 ‘공개의 원칙’. 엘피판 ‘B면’처럼 하고 싶지만 못했던, 아직 설익은, 혼자 즐기던, 숨겨져 있던 것들에 형태를 부여하는 것까지는 룰루랄라지만 거기에다 화단에 익히 알려진 자신의 이름을 붙인다면 완전히 사정이 달라지는 것.
순진하게 전시기획자의 꾐에 빠져 즐거움에만 탐닉한 작가가 있는가 하면, 자신의 이름값에 집착해 꼬물꼬물거리는 작가까지 다양하다. 그러니까 이 전시는 작가의 이름을 익히 알고 있는 관객을 위한 것. 작품을 보면서 작가의 이름을 알아맞히는 재미와 기획자와 작가의 심리게임을 엿보는 이중의 재미가 있다. 작품의 질이 담보되느냐 그렇지 않으냐는 그 다음.
망한 술집 간판을 뜯어온 작가가 있는가 하면, 아예 ‘작가는 타협하지 않는다’라는 간판을 만들어온 작가도 있다. 심지어 작품은 내지 않고 작업계획서만 낸 이도 있다. 또 컬렉션 가운데 몇 점을 두고 간 작가가 있고 준비기간 내내 화랑에서 살다 간 작가가 있고 아예 작업공간을 마련해두고 수시로 다녀간다는 이도 있다. 그렇게 얌전한 이한테 이렇게 터프한 면이 있단 말인가? 마음에 이런 감옥을 두고 있다니! 작가들이 없으니 발견의 기쁨과 재확인의 고소함은 오로지 관객의 몫이다. 전시기획자 김성원씨는 “B급이 결코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B급이면 어떤가. 사실 B급이 더 재밌지 않은가.
임종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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