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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1인?역’ 주인공도 울고 가는 멀티맨 전성시대

등록 2008-09-05 14:27

뮤지컬 ‘김종욱 찾기’
뮤지컬 ‘김종욱 찾기’
쉴틈없이 오가며 변신 또 변신
‘공연의 감초’로 흥행몰이 톡톡
그들이 무대에 들어서면 폭소가 터져 나온다.

주인공을 감시하던 두 모자란 스파이가 순식간에 영국 극장가의 쇼프로그램 주인공과 사회자로 변신한다. 그것도 잠시, 두 사람은 또다시 끊임없는 변신을 해댄다. 포악한 농장 주인, 속옷 판매원, 신문팔이, 경찰, 열차 승무원, 비행기 조종사, 심지어 바위 동굴이나 침입금지 표지판으로까지 변한다.

뮤지컬 ‘한밤의 세레나데’
뮤지컬 ‘한밤의 세레나데’
요즘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서 공연하고 있는 알프레드 히치콕 원작의 코믹 스릴러 연극 <39계단>의 인기 배우는 남녀 주인공이 아니라 이름도 없는 ‘남자 1’과 ‘남자 2’다. 두 배역을 맡은 배우는 연극 공연시간 100분 내내 쉴 틈 없이 무대를 오가며 무려 30여 가지의 배역을 소화한다. 연극계에서 흔히 일컫는 ‘멀티맨’의 거의 극한에 도전하는 수준이다. 연기뿐만 아니라 장면 전환 때 무대세트 정리도 도맡는다. 이 연극 한 편에서 이들 ‘멀티맨’이 수행하는 역은 자그마치 130여 가지다.

최근 <39계단>처럼 1인 다역배우들이 도드라지는 연극과 뮤지컬이 인기가 높다. 5일부터 시작한 뮤지컬 <김종욱 찾기>(대학로 예술마당)와 뮤지컬 <한밤의 세레나데>(10월19일까지 충무아트홀),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대학로 더 굿씨어터에서 오픈런) 등 멀티맨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동시에 공연 중이다.

객석 점유율이 93%에 이를 만큼 인기 뮤지컬로 자리 잡은 <김종욱 찾기>는 ‘멀티맨’ 활용의 원조 격인 작품이다. 이창희, 조휘, 문용현 세 배우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20여 가지 역을 넘나든다.

강풀의 만화가 원작인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도 ‘멀티남’(염동현)과 ‘멀티녀’(이주나)가 인기의 주역으로 앙코르 공연의 원동력이 됐다. 배우 염동현씨는 산동네에서 그랜저를 끌고 다니는 껄렁한 주차장 손님부터 우편 배달부, 동사무소 직원까지 다섯 가지 배역을 연기하고, 이주나씨는 아침 운동녀부터 집주인 아주머니, 임신부, 상가집 조문객 등을 맡아 여섯 차례 옷을 갈아입는다. 인기 창작 뮤지컬 <한밤의 세레나데>에서도 김성현씨와 이상은씨가 다섯 가지 배역을 소화하며 쉴 새 없이 무대를 뛰어다닌다.

연극 ‘39계단’
연극 ‘39계단’
다중 배역을 맡는 이들 재주꾼들은 연기력과 끼를 맘껏 선보일 수 있지만 당연히 공연 중 가장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여야만 한다. 즉석에서 변신할 때는 의상을 갈아입을 겨를이 없기 때문에 반쪽은 다른 캐릭터로, 반쪽은 또다른 캐릭터로 분장해 폭소를 자아내기도 한다. 오차 없이 빠르게 변신하기 위해 철저한 계산과 피나는 연습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39계단>에 출연 중인 권근용(36)씨는 “역할을 바꿀 때마다 순식간에 캐릭터에 맞는 호흡을 찾는 일이 가장 어렵다”며 “힘들지만 배우라면 한번쯤 도전하고 싶는 재미있고 매력적인 역할”이라고 말한다.


<김종욱 찾기>의 김동연 연출가는 “1인 다역의 멀티맨은 특히 소극장에서 다양한 인물과 다양한 장면 전환의 효과를 내고 있어 앞으로도 더욱 많이 등장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멀티맨은 남녀 주인공의 사건에 끼어들기도 하고 멀리서 보조하면서 극의 전개를 돕고 완급을 조절한다. 뛰어난 멀티맨들은 ‘공연의 감초’를 넘어 공연 흥행을 좌지우지할 정도다. 멀티맨을 본격적으로 도입해 성공을 거둔 <김종욱 찾기>는 <멀티맨 찾기>란 별명까지 붙었다. <김종욱 찾기>에서 멀티맨으로 인기를 끈 무명의 배우 전병욱은 지난해 제1회 더뮤지컬어워즈에서 남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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