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마리아 마리아>의 히로인 강효성(46)씨가 처음으로 연극에 도전한다. 1981년 서울시립가무단에 입단한 뒤 27년 동안 뮤지컬 무대에만 서온 그가 연극 <벚꽃동산>(안톤 체호프 원작·구태환 연출)으로 18일부터 남산 드라마센터 무대에 오르고 있다.
“오래전부터 연극을 하고 싶었어요. 원래 진지한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나이가 들어 연륜이 쌓이다 보니까 삶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뮤지컬과 달리 연극은 대사 이면에 숨겨진 사연들이나 감정들을 찾아가는 작업이라는 게 너무 행복하고 보람이 있어요.”
강씨는 뮤지컬대상 여우주연상과 아름다운 연극인상 최고 배우상, 서울연극제 여자 연기상 등 뮤지컬 최고상을 휩쓴 최고의 여배우다. 그가 느끼는 뮤지컬과 연극의 차이점은 뭘까? 그는 생선 이야기로 답했다. “뮤지컬이 생선의 익은 살을 먹는 과정이라면 정극(연극)은 뼛속에 붙어 있는 살을 뜯어 먹는 느낌이에요. 뮤지컬이 조명이 밝은 상태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반면 정극은 어두운 상태에서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봤어요.”
<벚꽃동산>은 체호프의 마지막 작품으로, 러시아 혁명 전후 급격한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몰락하는 귀족계급과 주변의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세대의 변화와 부조리한 인간 삶을 담아낸 작품이다. 강씨는 이 작품에서 철없지만 귀엽고 감정 기복이 심하면서도 따뜻한 심성을 지닌, 세상물정 모르고 향수에 젖어 있는 귀부인 여주인공 라네프스카야 역을 맡았다.
2006년 <마리아 마리아> 뉴욕 공연 당시 조명으로 참여했던 구태환 연출가가 “<벚꽃동산>의 라네프스카야 역에 적격이겠다”고 미리 점을 찍어놓았다고 한다.
강씨는 “연출가로부터 제의를 받고 굉장히 부담을 느꼈지만 여배우들이 누구나 탐내는 매력적인 역할이어서 도전했다”고 연극 출연을 결심하게 된 동기를 설명했다. “구태환 연출이 저를 택했을 때 어떤 이미지를 원하는지, 저의 어떤 점을 보고 라네프스카야 역에 맞게 생각하셨는지 여쭤봤어요. 그래서 듣고 보니, 그냥 저더라고요.”
그는 웃으며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라네프스카야를 연습하면서 개인적으로 저의 엄마를 표본으로 많이 삼고 있어요. 저의 엄마가 팔십이 넘으셨는데 소녀 같으세요. 언제나 당신이 여자라는 것을 잊지 않으시는 분이시거든요. 그 엄마의 딸이다 보니까 제게도 그런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서 저 자신에게서도 많이 찾고 있어요.”
그렇다면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 <돈키호테> <햄릿> <하드락 카페> 등에서 보여준 도도하고 강한 여성의 이미지는 무엇이란 말인가. “제 안에는 불이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무대에서 필요할 때는 그 불도 꺼내고, 또 집어넣기도 하고 여러 가지 인물로 표현된다고 생각해요. 배우로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너무 멋있고 행복한 작업인 이유죠.”
그는 앞으로도 연극 무대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뮤지컬 무대에 섰지만 뮤지컬 배우나 정극 배우를 떠나서 그냥 배우라고 생각해요. 관객들에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배우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아요.”
다음달 12일까지 공연하는 <벚꽃동산>에는 국립극단 단장을 지낸 정상철(가예프 역), 원로배우 류순철(피르스 역), 배우 겸 연출가로 활동하는 정해균(로파힌 역), 가수 지오디 멤버에서 연극배우로 변신한 데니안(야샤 역) 등이 출연한다. (02)889-3561~2.
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