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렉트라, 가해자>
서울세계무용축제 10월10~30일 ‘향연’
국내 최대의 국제 무용축제인 제11회 서울세계무용축제(시댄스)가 10월10부터 30일까지 예술의전당, 호암아트홀, 김포공항 등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열린다. 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회장 이종호) 주최로 16개국에서 39개(외국 17개, 한국 22개) 단체가 참여했다. 올해 축제는 ‘무용은 어렵다’는 오해를 불식시킬 만한 프로그램들을 배치하려는 노력이 눈에 띈다. 이번 행사의 두드러진 특징을 몇가지 열쇳말로 풀어본다.
독일 댄스 풍자극 ‘돈큐’
크로아티아 실험극 ‘벗겨진’ 중남미 실험적 시사 춤도
16개국 39개 단체 참여 ■ 춤이 있는 드라마, 드라마가 있는 춤 현대무용은 무조건 어렵다고 생각하는 관객을 위한 댄스드라마 형식의 작품들이 눈에 띈다. 이른바 춤이 있는 드라마, 드라마가 있는 춤으로 독일 에곤 마젠 & 에릭 고티에의 <돈 큐>(10월13일)와 그리스 로에스 댄스 시어터의 <엘렉트라, 가해자>(10월30일), 이스라엘 샐리 앤 프리들랜드 무용단의 <레드>(10월16일) 등이 대표적 작품이다. <돈 큐>는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상임안무가 크리스티안 슈푹이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로부터 영감을 받아 제작한 댄스 풍자극이다. 슈투트가르트발레단 부예술감독과 네덜란드 국립발레단Ⅲ의 예술감독을 지낸 에곤 마젠(66)과 신세대 무용수 에릭 고티에(31)에게 헌정됐다. 60대와 30대의 두 무용수가 늙어가는 남자와 그의 젊은 파트너로 등장해, 과거의 모험 속으로 탈출하는, 부질없는 현실도피를 보여준다.
폐막작 <엘렉트라, 가해자>는 그리스의 대표적 안무가 소피아 스티라투가 고대 그리스 비극 <엘렉트라>에 마이클 나이먼의 현대음악을 덧입혀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이 작품에서 엘렉트라는, 남동생 오레스테스가 어머니를 살해하도록 충동질하는 역할이 아니라 어머니의 목에 직접 칼을 찌른 가해자로 부각된다.
■ 실험예술의 산실 동유럽과 라틴 무용예술
그동안 국내에서 잘 접하지 못했던 동유럽과 라틴 아메리카의 실험적 시사적 현대춤도 소개된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무용단의 <벗겨진>(10월27일)은 실험예술의 산실인 동유럽의 새로운 시각으로 인간 관계를 해부한다. 헨델, 도니체티, 베르디의 오페라에 등장하는 과장된 멜로드라마와 신화 속에 담긴 남녀간의 불완전한 친밀감, 성욕, 그릇된 성역할의 혼란 등을 꼬집는다.
콜롬비아 ‘몸의 학교’의 <몸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10월18일)는 라틴 아메리카 현대무용의 선두주자로 일컬어지는 안무가 알바로 레스트레포의 역작. 몸이 함부로 다뤄지는 현실을 고발한 시사성 있는 작품이다. 현대음악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이 2차대전 중 전쟁 포로수용소 안에서 작곡한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가 바탕이 됐다. 10명의 ‘몸의 학교’ 무용수와 6명의 한국 무용수가 함께 공연한다. ‘몸의 학교’는 레스트레포가 가난한 콜롬비아 아이들을 춤으로 치유하기 위해 설립했다.
■ 바람직한 공동작업의 예시
딘 모스 & 김윤진의 <기생 비컴즈 유>(10월25~26일), 아시아-아프리카 댄스 익스체인지의 <탁자 주위에서> <패턴과 패턴 변수(가제)>(10월20일) 등과 같이 국가를 넘나드는 공동 작업도 눈길을 끈다.
<기생 비컴즈 유>는 뉴욕 예술가 딘 모스가 뉴욕 책방에서 우연히 옛 조선 기생들의 시조를 담은 영역판 시조집을 읽고 감명을 받아 한국 안무가 김윤진에게 공동작업을 제안한 작품이다. 사회로부터 고립된 기생들의 외로운 삶을 통해 소통하지 못하는 현대사회의 모습을 그렸다. 시댄스에서 초연한 뒤 11월 홍콩 뉴비전아트페스티벌, 내년 2월 미국 뉴욕 댄스시어터워크샵에서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아시아-아프리카 댄스 익스체인지는 오래전부터 제3세계와의 경계 없는 공동창작을 추진해 온 시댄스의 다국적 레지던스 프로젝트. 카메룬과 가나, 말레이시아, 타이의 무용수 4명이 한국에서 여섯 달 동안 살면서 한국 안무가 이동원과 공동창작한 작품을 선보인다.
이밖에 김포공항, 인사동길, 백화점, 갤러리 등 공연장 아닌 길거리로 관객을 찾아나서는 무료 공연 <춤추는 도시>도 눈길을 끈다. 자세한 일정은 홈페이지(www.sidance.org) 참조. (02)3216-1185.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시댄스 제공
크로아티아 실험극 ‘벗겨진’ 중남미 실험적 시사 춤도
16개국 39개 단체 참여 ■ 춤이 있는 드라마, 드라마가 있는 춤 현대무용은 무조건 어렵다고 생각하는 관객을 위한 댄스드라마 형식의 작품들이 눈에 띈다. 이른바 춤이 있는 드라마, 드라마가 있는 춤으로 독일 에곤 마젠 & 에릭 고티에의 <돈 큐>(10월13일)와 그리스 로에스 댄스 시어터의 <엘렉트라, 가해자>(10월30일), 이스라엘 샐리 앤 프리들랜드 무용단의 <레드>(10월16일) 등이 대표적 작품이다. <돈 큐>는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상임안무가 크리스티안 슈푹이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로부터 영감을 받아 제작한 댄스 풍자극이다. 슈투트가르트발레단 부예술감독과 네덜란드 국립발레단Ⅲ의 예술감독을 지낸 에곤 마젠(66)과 신세대 무용수 에릭 고티에(31)에게 헌정됐다. 60대와 30대의 두 무용수가 늙어가는 남자와 그의 젊은 파트너로 등장해, 과거의 모험 속으로 탈출하는, 부질없는 현실도피를 보여준다.
위에서부터 <레드><벗겨진><돈 큐><몸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