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수
김기수씨, 20년 만에 첫 음반
“일요일이 다 가는 소리 아쉬움이 쌓이는 소리/ 내 마음 무거워지는 소리….”
해 저문 일요일 들리는 소리처럼 안타까운 것이 있을까. 엿장수가 아이 부르는 소리, 두부 장수 짤랑대는 소리, 가게 아줌마 동전 세는 소리와 함께 저무는 휴일의 서정을 그린 노래가 ‘일요일이 다 가는 소리’다.
1984년 <노래를 찾는 사람들> 1집에 실렸던 이 노래의 작곡가 김기수(49)씨가 20여년 만에 처음 자기 이름을 건 음반 <희망>을 냈다. 김씨는 당시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의 모태인 서울대 노래패 ‘메아리’에서 활동했다.
“이 노래를 지은 건 고3 때였죠. 마루에 앉아 석양을 바라보는데 어찌나 아쉽던지…. 대중음악 작곡가였던 아버지 덕택에 일찍 음악에 눈떴어요. 대학 노래패에 들어갔는데, 김민기씨가 새로 낼 음반에 수록했죠.”
그는 “아버지 같은 직업은 안 된다”는 어머니의 만류로 대학 졸업 뒤 제약회사에 들어가 20년간 다른 길을 걸었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갈증을 끝내 누를 수는 없었다. 결혼하고 첫아이가 태어났을 때 그 기쁨에 먼저 작곡부터 했던 그다. 87년 그렇게 탄생한 노래 ‘그림을 그리자’는 2007년 공익광고협의회 출산장려 캠페인 음악으로도 쓰인 바 있다.
그는 20년 넘게 해묵은 갈증을 새 음반에서 마음껏 풀어냈다. <희망>에는 삶의 기쁨과 사랑 등을 잔잔하게 풀어낸 포크송들이 실렸다. ‘일요일이 다 가는 소리’처럼 몇 번씩 들어도 질리지 않는 생명력이 있다. 그는 “운동권들이 제도권에 흡수되는 것을 보면서, 한순간 확 타올랐다 꺼지기보다 평생을 통해 실천 가능한 일을 하는 것이 더 의미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사람들에게 ‘아, 나도 좌절하지 않고 새롭게 해나가자’고 힘을 주는 곡을 쓰고 싶어요. 덤덤한 듯 평범하면서도 색다른 노래를 만들고 싶습니다.”
“음악 이야기를 하는데 왠지 인생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며 그는 웃었다. 결코 늦지 않은 삶을, 느지막하게 노래하는 ‘희망’이 느껴졌다.
글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사진 탁기형 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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