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열린 서울미팅프리뮤직 공연 장면. 엠제이플래닛 제공
“너무 해괴한 음악회입니다.”
연출을 맡은 타악 연주자 박재천씨의 첫마디 대로다. 드럼, 피아노, 색소폰, 트럼펫, 베이스, 기타 연주자 18명이 무대에 둘러 앉아 제맘대로 소리를 푼다. 수시로 서로 짝을 바꿔가며 어울린다. 협연도, 독주도 할 건 다하는데, 악보 없이 내키는 대로 가락을 푼다. 춤꾼도 옆에서 선율에 몸을 떨거나 꺾는다. 곡목을 묻는 건 부질없다. 음악이 어디로 튈지는 아무도 모른다.
‘서울미팅프리뮤직’(SMFM)이란 제목의 이 별난 연주회가 10일 저녁 8시, 11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린다. 기존 재즈와 다른 진보적 즉흥 음악, 이른바 ‘집단자유즉흥’의 난장. 재즈, 전위음악 등에서 잔뼈가 굵은 연주자들이 악보 없이 감성과 직관만으로 떼거리 연주를 펼친다. 진행을 위해 연출자가 일부 테마나 리듬 따위를 최소한도에서 지시하지만, 기본 선율 진행이나 음색은 오직 연주자의 감성과 직관에 달려 있다.
4회째인 올해 무대는 한국 프리뮤직 태동 3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다. 1978년 사물놀이가 태동했던 서울 공간사옥의 공간사랑 소극장에서 타악기 연주자 고 김대환, 색소폰 달인 강태환, 트럼펫 명인 최선배가 처음 프리재즈를 연주하면서 이른바 즉흥 자유음악의 물꼬를 텄다. 그래서 당시 주역인 강태환, 최선배가 이번 연주회장에 올라와 배장은, 손성제, 임달균, 계수정씨 등의 젊은 재즈 아티스트들과 한판 기싸움을 벌이게 된다. 연출자 박재천씨는 말한다.
“강태환, 최선배 등이 개척한 70년대 프리뮤직은 100% 현장에서 즉흥 연주를 합니다. 반면 2000년대 이후에는 일부분 곡의 구조나 멜로디 틀을 만들어 놓고 다른 일부를 즉흥으로 연주하는 ‘구조적 즉흥’이 유행하고 있죠. 신구 세대의 프리뮤직 스타일이 빚어낼 뜨거운 긴장감이 묘미일 겁니다.” 3만원. (02)2278-5741.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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