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연극무대에 ‘라틴 단풍’ 들다

등록 2008-10-14 18:26수정 2008-10-15 10:09

또 다른 사도
또 다른 사도
중남미 연극제 21일~11월1일
‘또 다른 사도’ ‘페로즈’ 등
비언어극 국내서 첫선 보여
가을 연극계에 라틴 바람이 불어온다. 서유럽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 거듭된 정쟁과 사회적 불안, 가난 등으로 점철된 중남미의 복잡한 근현대사를 터전으로 자란 라틴아메리카 나라의 다양한 실험극이 국내 무대를 두드리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연극의 현주소를 살펴볼 한마당은 ‘2008 라틴아메리카 연극제’다. ‘올라! 라틴!-거친 시선, 갈색의 유혹’이란 부제가 붙은 이 연극제는 21일부터 11월1일까지 경기도 안산 문화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보기 드문 이 라틴 공연예술 축제엔 콜롬비아와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파나마의 4개 단체가 연극과 무용이 결합한 실험극을 국내 초연한다. 모두 비언어극으로 진행돼 이해하기 편하다. 라틴 현실에 바탕한, 치열한 무대 언어를 지닌 중남미 연극의 휴머니티를 엿볼 수 있는 기회다.

가장 주목되는 극단은 지난해 한국방송 다큐멘터리로 소개된 콜롬비아 공연집단 ‘몸의 학교’(엘 콜레히오 델 쿠에르포). 24일 전당의 달맞이극장에 올릴 역작 <또 다른 사도>(안무 마리 프랑스)는 포르투갈 작가 호세 사라마고의 소설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복음>을 무용극으로 꾸민 것이다.

비행이론 / 충격적인 꿈 / 페로즈
비행이론 / 충격적인 꿈 / 페로즈
“세상의 모든 여성에게 경의를 표하다”라는 작가의 의도에서 엿볼 수 있듯 <또 다른 사도>는 여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일깨우는 작품. 모든 시대에 걸쳐 마리아, 막달레나의 이미지로 상징되고, 숭배 대상인 동시에 비난과 핍박의 대상인 여성들의 이미지를 개성이 살아 있는 한 인간으로 새롭게 조명한다. ‘몸의 학교’는 앞서 이 행사와 별개로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초청작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안무 알바로 레스트레포)를 선보인다. 현대음악가 메시앙이 제2차 세계대전 중 포로수용소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작곡한 곡에, 안무가 레스트레포가 몸짓을 입혔다. 몸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극이다. 몸의 학교는 21~22일 청소년단체를 대상으로 비공개 워크숍도 진행한다.

또 다른 주목작은 1996년 창단된 아르헨티나 극단 칸다도의 1인 실험극 <페로즈>다. 전당 별무리극장에서 25~26일 선보일 이 연극은 인간의 잔인성, 흉악성이 공간 상황 속에 즉흥적으로 짜여 들어간 블랙 유머극이다. 한 가정사에 담긴 위선과 분개, 질투와 충돌 등을 통해 인간의 흉포함을 풀어낸다.

베네수엘라 실험극단 리오 테아트로 카리베가 31일~11월1일 전당의 해돋이극장에서 올리는 <충격적인 꿈>도 남미 특유의 실험적 연극언어가 결합한 작품이다. 혼돈과 가치의 충돌, 남과 여, 삶과 죽음, 소망과 절망, 꿈과 현실 등 인간이 경험하는 일상과 일탈의 모든 것을 한 여인의 ‘꿈의 공간’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이 연극은 조종당하기, 불구 상태, 동물적 본능, 좌절된 행위 등과 같은 여성에게 가해지는 억압의 단면과 ‘남성’이란 이름으로 지배하는 것들에 대해 끝없는 질문을 던진다. 리오 테아트로 카리베는 94년 유럽에서 활동하던 연극인들이 영상과 움직임을 결합시킨 실험극단을 표방하며 창단했다.

파나마의 대표적 춤꾼 밀비아 마르티네즈는 11월1일 전당 별무리극장에서 <비행이론>을 공연한다. 시인, 극작가, 조종사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만든, 몽타주 같은 작품이다. 회귀에 필요한 비행, 그것에 필요한 지평선의 이야기를 몸짓으로 표현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서충식(48·연극원) 교수는 “라틴 공연예술은 사회적 변화를 요구하는 외침과 울림에 힘이 실린다”며 극들의 현실참여적 성격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안산의 ‘올라 라틴’은 2009년 콜롬비아 마니살레스로 무대를 옮겨 한국 작품들을 공연하는 ‘올라 아시아’로 이어질 예정이다. 문의 : 031-481-4000.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안산문화예술의전당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