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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베를린 필 ‘가을’을 연주하다

등록 2008-10-21 18:28수정 2008-10-31 16:32

3년 만에 내한 공연
거장 사이먼 래틀 지휘
브람스 교향곡 전곡 들려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한국을 찾는다. 2005년 말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초청으로 내한공연을 가진 후 3년 만이다.

베를린 필은 거장 사이먼 래틀(53·음악감독 및 수석지휘자)의 지휘로 11월20-21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에서 이틀간 브람스(1833~1897) 교향곡 전곡(1~4번)을 연주한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더불어 세계 3대 교향악단으로 불리는 베를린 필은 설명이 필요없는 꿈의 오케스트라이다. 한국에는 1984년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처음 방문했다.

베를린 필은 최근 현대음악을 주로 선보여 왔는데, 3년 만에 다시 서는 한국 무대에서는 다분히 고전적인 브람스 교향곡을 선택했다. 브람스 교향곡은 독일 정통 클래식의 전형으로 화려하고 웅장한 선율이 인상적이며 늦가을 분위기에 알맞다. 세계 정상의 오케스트라와 지휘자가 연주하는 브람스 교향곡 전곡을 한꺼번에 감상하는 매우 드물고도 특별한 순간이다. 또한 라벨과 토머스 아데스의 현대음악 등으로 꾸며졌던 2005년 말 내한 연주회를 지켜본 청중에게는 고전과 현대의 양 날개로 비상하고 있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진면모를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베를린 필은 1882년 창단된 뒤로 빈 필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브람스 연주단체로 손꼽힌다. 초대 지휘자인 한스 폰 뵐로, 근대 지휘사에 장을 연 2대 지휘자 아루트르 니키쉬, 3대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4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5대 클라우디오 아바도과 같은 역대 상임 지휘자들이 모두 뛰어난 브람스 해석가로 이름을 떨치며 확고한 브람스 연주 전통을 세웠다.

베를린 필이 녹음한 브람스 교향곡은 푸르트벵글러의 전집 레코딩(이엠아이)과 카라얀의 세가지 전집 레코딩(도이치 그라모폰)이 역사적인 명반으로 평판이 높다. 또 상임 지휘자는 아니지만 오이겐 요훔, 카를 뵘(교향곡 1번, 2번), 요제프 카일베르트(교향곡 1번, 2번), 루돌프 켐페 등 기라성 같은 당대의 독일-오스트리아 출신 명지휘자들이 베를린 필과 브람스 교향곡을 전곡이나 일부 녹음하여 호평을 받았다.

2002년 6대 지휘자에 취임한 사이먼 래틀은 고전과 현대 음악을 균등하게 연주 레퍼토리로 선택하며 베를린 필의 새로운 한 시대를 이끌고 있다. 근현대음악의 전문가로서 사이먼 래틀은 쉔베르크가 관현악용으로 편곡한 브람스의 <피아노 사중주 1번>을 자주 연주하며 브람스 음악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 뒤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독일 레퀴엠> 등을 잇달아 연주하고 녹음하며 브람스 음악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다.

최근 들어 래틀은 브람스 교향곡에 본격적으로 도전해 올해 6월 엑상 프로방스 음악제에서 <교향곡 3번>을 지휘하는 등 콘서트 프로그램에 선보이기 시작했다. 9월 말에서 10월 초 이엠아이 레이블과 계약을 맺고 브람스 교향곡 전곡 레코딩을 끝내 곧 국내에도 출반될 예정이다. 그는 또 베를린 필 음악감독으로 취임하면서 베를린 필하모닉 재단을 설립해 재정적 안정에 기반한 베를린 필하모닉의 음악적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것은 베를린 필이 전통과 혁신을 아우르는 신구 조합의 레퍼토리와 다양한 무대를 선보이는 토대가 되었다. 또한 대표적인 활동으로 더욱더 넓은 층이 음악을 향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육 프로젝트(Zukunft@Bphil)으로 교육 분야에 헌신하고 있다. 올 여름 부산국제영화페스티벌에서는 베를린 필과 사이먼 래틀의 아시아투어를 그린 영화 <트립 투 아시아>가 소개되었다.


 또한 최근에는 런던 바비칸센터 행정감독을 맡고 있는 음악 칼럼니스트 니콜라스 케니언이 30년 가까이 래틀을 지켜보며 래틀 본인은 물론, 수많은 음악가와 음악 행정가들의 인터뷰를 모은 평전 <사이먼 래틀>(김성현 옮김/안그라픽스 펴냄)이 나왔다. 또 지난 주에는 워너뮤직코리아에서 사이먼 래틀과 베를린 필의 새 음반(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이 발매되었다.

사이먼 래틀과 베를린 필은 첫 날 11월20일에는 브람스 <교향곡 1~2번>을, 다음날에는 <교향곡 3~4번>을 연주한다. 특히 <교향곡 1번>은 브람스가 무려 21년이나 걸려 완성한 걸작이다. 브람스 음악을 즐겨 지휘했던 베를린 필의 한스 폰 뷜로는 <브람스 1번 교향곡>을 <베토벤 10번 교향곡>이라 불렀다고 한다. 베토벤이 남긴 불멸의 유산, 교향곡 아홉 편을 이어받는 걸작이라는 의미이다. <교향곡 2번>은 <교향곡 1번>이 발표된 뒤 이듬해 작곡되었다. 브람스의 <전원 교향곡>이라고 불릴 만큼 부드럽고, 따뜻하며 목가적인 시정이 넘치는 아름다운 곡이다. 2005년 베를린 필이 내한 시 연주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같은 곡과는 달리, <교향곡 1번>과 <교향곡 2번>에서는 다분히 실내악적이고 악기 편성도 엑기스만 남겨놓은 소편성이다. 따라서 웅장하고 화려한 베를린 필이 아닌, 날렵하고 참신한 연주가 기대된다.

브람스 4개의 교향곡 가운데 가장 스케일이 큰 <교향곡 3번>, 그리고 브람스가 가장 아꼈고 가장 가을에 어울리는 비통함과 애절함이 녹아 있는 <교향곡 4번> 모두 가을에 감상하기 적합한 곡들이다. 모두 가을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를 지니면서도, 동시에 각기 조금씩 다른 개성들을 지닌 브람스의 4개 교향곡 전곡을 비교 감상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청중과 음악에 열중하고 겸손을 잃지 않는 거장 사이먼 래틀의 모습을 통해 세계 최고를 유지하는 주인 정신을 읽는 것도 중요한 관람포인트다.

음악 평론가 이영진씨는 “베를린 필의 유구한 전통과 근현대음악 전문가 래틀의 준민한 지성이 어우러져 참신한 시각의 브람스를 들려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공연은 R석이 무려 45만원으로 올해 국내 최고가 티켓 기록을 세웠다. R석은 현재 90% 정도 판매됐으며, S석(37만원)은 50%, A석(26만원) 20%, B석(16만원) 10% 정도만 좌석이 남아있다. 가장 저렴한 C석(7만)은 모두 매진된 상태다. 장애인 및 국가유공자는 50%(동반 1인까지) 할인된다. (02)6303-7700.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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