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출가 부투소프
5년만에 한국 무대에
‘죽음’ 화두로 원작 재해석
배우 김태우 주인공 맡아 러시아의 인기 연출가 유리 부투소프(47· 사진)가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로 두 번째 한국 무대에 선다. 2003년 한국 배우들과의 <보이체크> 공연으로 국내 연극계에 큰 화제를 일으킨 이후 5년 만이다. 그는 러시아 최고의 연극상인 황금마스크상과 스타니 슬랍스키상의 수상자로, 고전의 현대적 해석과 과감한 생략으로 정평이 나 있다. 11월7~23일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무대에 오르는 <갈매기>는 예술의 전당 개관 20돌 기념작이다. 극작가를 꿈꾸는 청년 트레플레프와 여배우를 지망했다가 좌절한 니나, 은퇴한 여배우 아르카지나, 위선적인 작가 트리고린 등의 사랑과 갈등, 꿈과 좌절을 통해 우울한 시대의 고통을 파헤쳤다. 부투소프는 셰익스피어의 고전이나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와 같은 부조리극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선보여 왔지만, 체호프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 1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가와 민족을 넘어 사람들이 각자 개성이 있듯 연극도 다 다르다”며 “여러분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깜짝 놀랄 만한 작품을 올린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고 조심스러워했다. “체호프보다 더 어려운 작가를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른 작가들이 다루지 않았던 인생의 진실을 단순 명료하게 이야기한다는 것에 체호프 작품의 비밀이 있다. 연습 과정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따라 작품이 달라진다. 오늘 나의 느낌을 무대에 올린다는 생각으로 연출하고 있다.”
그는 체호프를 현대 연극사의 ‘첫번째 부조리 작가’로 해석한다. 부투소프는 “체호프는 의사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냉혹한 작가이며 그의 작품은 부조리 상황에 놓인 그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라며 “(이런 정신을 반영해) 이번 <갈매기>는 100년 전의 원작에 충실하기보다 현재 시점 우리들의 고민을 담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부투소프의 연출은 군더더기를 싫어하는 것으로 이름 높다. 작품 안에 담긴 많은 테마 중 한두 개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과감하게 생략하거나 줄이는 스타일이다. 그가 이번 공연에서 집중하는 테마는 ‘죽음’과 ‘어머니’다. 그는 “죽음과 어머니는 최근 나에게 가장 중요한 테마로 떠오른 문제”라고 말했다. 예술의 전당 관계자는 “그가 지난겨울 사랑하는 어머니를 잃은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부투소프는 한국 배우들과 초기 대본작업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한국에 <갈매기> 번역본이 열 가지가 넘는다고 들었다. 그것은 러시아 단어 하나를 열 개가 넘는 한국어로 해석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번역에 따른 뉘앙스 차이를 줄이려고 노력했다”고 대본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 배우들과의 작업에 대해 “대단히 좋은 배우를 선정했으며, 현재 배우들과의 작업에서 굉장히 좋은 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만족을 표시했다. 부투소프는 지난 4월 한국을 방문해 후보 배우들을 인터뷰했고, 2004년 지차트콥스키가 연출한 <갈매기>에 출연했던 남명렬·정재은·이호성을 다시 선택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미술가이자 무대 디자이너인 알렉산드르 시시킨과 안무가 니콜라이 레우토프 등 ‘유리 부투소프 3인방’이 참가한다. 극중 중심인물인 트레플레프 역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제이에스에이>,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등에 나온 배우 김태우가 맡아 연극무대에 처음 도전하며, 상대 니나 역은 뮤지컬 배우와 탤런트로 활동하는 정수영이 꿰찼다. (02)580-1300.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예술의전당 제공
5년만에 한국 무대에
‘죽음’ 화두로 원작 재해석
배우 김태우 주인공 맡아 러시아의 인기 연출가 유리 부투소프(47· 사진)가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로 두 번째 한국 무대에 선다. 2003년 한국 배우들과의 <보이체크> 공연으로 국내 연극계에 큰 화제를 일으킨 이후 5년 만이다. 그는 러시아 최고의 연극상인 황금마스크상과 스타니 슬랍스키상의 수상자로, 고전의 현대적 해석과 과감한 생략으로 정평이 나 있다. 11월7~23일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무대에 오르는 <갈매기>는 예술의 전당 개관 20돌 기념작이다. 극작가를 꿈꾸는 청년 트레플레프와 여배우를 지망했다가 좌절한 니나, 은퇴한 여배우 아르카지나, 위선적인 작가 트리고린 등의 사랑과 갈등, 꿈과 좌절을 통해 우울한 시대의 고통을 파헤쳤다. 부투소프는 셰익스피어의 고전이나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와 같은 부조리극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선보여 왔지만, 체호프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 1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가와 민족을 넘어 사람들이 각자 개성이 있듯 연극도 다 다르다”며 “여러분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깜짝 놀랄 만한 작품을 올린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고 조심스러워했다. “체호프보다 더 어려운 작가를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른 작가들이 다루지 않았던 인생의 진실을 단순 명료하게 이야기한다는 것에 체호프 작품의 비밀이 있다. 연습 과정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따라 작품이 달라진다. 오늘 나의 느낌을 무대에 올린다는 생각으로 연출하고 있다.”
유리 부투소프(47·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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