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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장기하,눈뜨고 코 베일 능청스런 ‘룸펜의 노래’

등록 2008-10-28 19:42수정 2008-10-28 21:57

장기하(26)
장기하(26)
장기하 첫 싱글 ‘싸구려 커피’
퍼포먼스 같은 음악 동영상
인터넷서 급속한 인기몰이
“재미난 일 그 자체로 좋아”

이 가수는 우연한 어느 순간부터 인터넷 웹상에서 ‘대세’가 되어버렸다.

처음 사람들의 눈과 귀를 붙잡은 건 지난달 29일 방송된 교육방송(EBS)의 라이브 프로그램 ‘스페이스 공감’. 그 무대에서 그는 ‘싸구려 커피’란 노래를 불렀다. ‘장판이 나인지 내가 장판인지’ 모를 정도로 누워 지내다 실수로 ‘담배 꽁초 들어간 캔콜라를 마셔버’린 룸펜 정서의 랩 가사들. 그 랩을 너무나 능청스럽게 포크록 스타일로 소화하던 그의 몸짓을 담은 동영상이 각 음악 커뮤니티 사이에서 삽시간에 이야깃거리로 떠올랐다.

지난 3일 열린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 공연은 확실한 인기 바람을 만들어주었다. ‘미미 시스터즈’란 이름의 백댄서들과 함께 빚어낸 안무를 담은 <달이 차오른다, 가자>의 공연 영상은 ‘놈놈놈’, ‘타이타닉’ 등 각종 합성사진 붐까지 이끌면서 비음악 사이트들로 퍼져 나갔다.

장기하(26). 이렇게 떠버린 인터넷 스타의 이름이다. 백밴드를 더하면 ‘장기하와 얼굴들’이라고 불린다. 다섯 달 전 발표한 그의 첫 싱글 음반 <싸구려 커피>는 현재 서울 홍대 앞과 신촌의 큰 음반점 두 곳에서만 팔리는데, 모두 판매 차트 1위다. 시디가 들어오는 즉시 모두 팔려나간다고 한다.

“스페이스 공감이 방송된 뒤로 인터넷 싸이월드에 개설된 팬클럽 회원들이 6~7배 정도는 늘어난 거 같아요. 더 많은 분들이 들어주시면 저야 좋죠. 하지만 평소와 달라진 건 없어요. 인터뷰 요청이 좀 많아졌는데 그냥 친구들에게 얘기하는 식으로 이야기하면 되는 거니까.”

장기하는 대학 입학 전까지 학교와 교회를 꾸준히 다니고, 공부도 잘하던 모범 학생이었다. 드럼은 교회 성가대 활동을 하면서 배웠으나 딱히 음악을 열심히 찾았던 것도 아니다. 그의 표현대로 ‘표면적으로 마구 드러나는’ 가요 쇼 프로그램 음악들을 주로 들었다. “소방차, 정수라, 이지연, 박남정, 도시의 아이들을 좋아했고, 서태지와 아이들에게도 반해서 반 학예회 때는 춤도 따라 추고 그랬죠.(웃음)”

지금 같은 음악스타일을 굳힌 건 대학에 들어가 인디 로컬 밴드 ‘눈뜨고 코베인’의 드러머로 가입하면서부터다.

“그때까지 1970~80년대 한국 록밴드들의 음악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밴드 멤버들이 자기들의 지향점이라면서 산울림, 송골매 등의 음악을 들려줬는데 처음엔 시큰둥했죠. 그런데 들을수록 느낌이 달라지면서 좋아지더라고요. 그들은 운율을 살리면서 우리말에 가장 적합한 가사를 썼어요. 전위가 아닌 가요 명곡들을 많이 냈다고 생각해요.”

그는 “당시 한국 록음악들에서 지금 ‘장기하와 얼굴들’이 본받으려는 측면이 많다”고 했다.

의구심을 내비쳐 봤다. 지금 그에 대한 관심과 인기는 음악성에 대한 반응일까, 아니면 단순히 노래를 수놓는 퍼포먼스가 재밌기 때문일까.

“다 섞여 있다고 봐요. 세상에 재미있는 일 하나 더 생기면 그 자체로 좋은 거니까. 단순 퍼포먼스만 좋아하는 이들이라도 그들이 즐겁게 사는 데 도움이 된다면 충분한 거죠. 하지만 모든 이들이 그렇게 받아들인다면 좀 슬플 것 같긴 해요.” ‘장기하와 얼굴들’은 내년 초 발매를 목표로 정규 앨범을 녹음 중이다. ‘달이 차오른다, 가자’ ‘아무것도 없잖아’ 등 요사이 공연에서 불렀던 노래들은 다 실을 생각이고, <싸구려 커피> 수록곡들도 모두 재편곡해서 실을 예정이다. “미공개 노래 몇 곡도 넣을 거예요. 지금 포크 록 스타일에 비해 약간 의외의 노래가 한두 곡 들어갈 수도 있지요.”

새 앨범 발매 때까지 공연은 당분간 자제할 생각이다. 하지만 11월16일 서울 홍대 앞 클럽 디지비디(DGBD)에서 열리는 밴드 ‘눈뜨고 코베인’의 단독 공연(02-322-3792)에는 참여한다. 그는 여전히 이 밴드의 드러머이기 때문이다.

글 김학선/대중음악 평론가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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