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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덴마크 두 작가가 공동 출제한 공간 퍼즐

등록 2008-11-11 20:51

쌈지스페이스 ‘트랜스미션’전
건물 속 모든 표지가 사라졌다고 가정하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어떤 층에 내렸다. 원하는 층에 내린 것이 맞을까. 그걸 어떻게 인지할까. 기다란 복도, 똑같은 위치에 똑같은 모양의 문들. 찾고자 하는 사무실은 어떻게 찾나. 일일이 문을 열고 “실례지만~ 여기가 ○○○인가요?”라고 물어야 한다. 불행히도 층을 잘못 내렸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서울 홍대 앞 전시공간 쌈지스페이스에서 재미있는 전시가 열린다. 덴마크의 두 작가 아슬라크 비베크와 페테르 되싱의 ‘트랜스미션’전. 인간이 공간을 어떻게 인지하는지를 체험하도록 5개의 설치작업을 해 두었다. 이들은 메타-건축, 또는 웹상의 ‘하이퍼스페이스’ 등에 관심이 많아 11년 동안 함께 작업해 온 학교 동창이다.

건물 들머리. 걸어가 문 앞에 이르면 문이 스르르 닫히기 시작한다. 어머! 짧은 동안만 열리는 문인가 봐! 문으로 육박해 들어가지만 몸을 집어넣을 만큼 여유가 남지 않는다. 자칫 치이기라도 하면 큰일. 뭐, 이런 게 있어 하고 물러나면 저쪽 끝에 이곳이 닫힌 만큼의 틈이 빠꼼하게 열려 있다. 저게 문인가 봐!

실은 건물의 폭에서 조금 모자란 너비의 판자가 좌우로 왕복운동 하는 것. 애초 틈 위에 장치된 센서가 다가오는 물체를 감지하면 판자를 이동하도록 해놓았다. 출입자는 간단한 장치를 통과하면서 문→틈→문→틈→문의 복잡한 인지과정을 거쳐 ‘문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문은 건물의 틈새. 사람이 그곳으로 출입할 때 비로소 문이 될 뿐이다. 작가들은 말한다.

“사람들은 원하는 것만 본다. 틈에서 문을 보는 식이다. 이 설치 작업은 상식적 공간을 흐트러뜨림으로써 공간 감각 또는 공간 자체가 무엇인가 돌아보게 하는 체험이다.”

표지가 소거된 계단을 오르내리고 공간 또는 시간이 뒤엉킨 몇 개의 방을 거쳐 마지막 방에 이른다. 밀폐 공간에 한국과 6시간 차이 나는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의 빛이 비친다. “사람들은 시간을 햇빛의 양으로 가늠한다. 그리고 공간은 빛에 의해 비로소 인지된다. 자, 이곳에 코펜하겐의 빛이 비쳤다. 그렇다면 이 공간은 한국인가, 코펜하겐인가?”

다섯 가지 체험을 하고 나면 도 닦고 하산한 기분이 든다. 12월31일까지. (02)3142-1693.


임종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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