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곤(51·사진·고흥곤국악기연구원장)
국내 유일 악기장 고흥곤씨, 15일부터 첫 개인전
“우리 국악기는 자연 그대로의 재료로 만들어서 자연의 소리를 내는 세계에서 드문 명기입니다. 중국와 일본도 자연 재료를 썼지만 최근들어 서양악기의 영향을 받아서 현악기의 줄이 합섬이나 쇠줄로 바뀌었습니다. 우리 악기는 나무를 가공하지 않고 비 바람을 맞혀 자연 그대로 삭히고 줄은 누에고치에서 뽑은 생명주를 꼬아서 만들기 때문에 맑고 투명한 소리가 나와요.”
30여년간 우리 전통 현악기를 만들어온, 국내 유일의 악기장(중요무형문화재 제42호) 고흥곤(51·사진·고흥곤국악기연구원장)씨가 15일부터 서울 서교동에 있는 상설무대 우리소리 2층 전시장에서 첫 개인전 ‘제1회 국악기 전시시연회’를 연다
이 전시회에는 그와 김영렬(전수교육조교), 오병화·진영만(이수자) 등 여섯 제자들이 지난 3~5년간 공들여 만들어온 가야금, 거문고, 해금, 양금, 대금, 나각, 단소, 박 등 15점과 그의 스승인 고 김광주(1906~84) 선생의 유품인 가야금(1958년 제작), 거문고(1950년 제작) 등 17점을 선보인다. 즉석에서 이 악기로 시연회도 한다.
이번에 선보이는 그의 풍류가야금은 토종 오동나무를 베어내 3~5년 동안 햇볕과 눈, 비바람을 맞혀서 썩거나 갈라지지 않은 곰삭은 재료로만 쓴다. 비파는 밤나무를 5년 정도 그늘에 말렸고, 해금은 왕대나무 뿌리를 통째로 3~5년간 그늘에서 말려서 만든다.
“악기장 삶을 운명으로 타고 났다”고 말하는 그는 고향인 전주시 태평동 친가 바로 옆집에 국내 국악기 제조 분야의 첫 무형문화재인 고 김광주 선생이 살고 있어 어려서부터 공방에 놀러다니곤 했다. 19살 무렵 김 선생의 권유로 두말 없이 악기장의 길을 선택했다.
그는 “우리 민족의 감정과 정서를 담아낼 수 있는 최고의 소리를 만들어내고 싶은 것이 꿈이다”라고 말했다. (02)268-6872.
정상영 기자, 사진 고흥곤국악기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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