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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무릉도원 시각 파티에의 초대

등록 2008-11-18 18:02수정 2008-11-18 18:57

피카소 <누워있는 여인>.
피카소 <누워있는 여인>.
서울시립미술관 ‘퐁피두센터 특별전’
사람들은 무릉도원을 꿈꾼다. 사는 게 고달플수록 그렇다. 22일부터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프랑스 국립 퐁피두센터 특별전’은 고달픈 이들을 위무하기 위한 ‘시각적 파티’다.

무릉도원은 별것 아니다. 19세기의 인상파 거장 에두아르 마네가 낙선전에 출품한 <풀밭 위의 식사>가 대변한다. 단지 풀밭 위의 식사면 된다! 거리낌없이 자연 속에서 식사를 즐기는…. 마네의 그림이 후대의 화가들에 의해 반복해서 변주되는 건 그런 이유다. 알랭 자케가 그린 <풀밭 위의 점심식사>(1964), 마시모 비탈리의 <피크닉 거리>(2000), 뒤보살스키의 <풀밭 위의 점심>(2003) 등등.

1930년대 프랑스에서는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면서 노동자들에게 상당한 유급 휴가를 주게 된다. 노동자들은 최초로 중산층처럼 소풍을 즐길 수 있었다. 비록 자전거 타고 가는 것이었지만…. 페르낭 레제가 그린 <여가-루이 다비드에게 표하는 경의>(1948~1949) 등에서 그들의 면모가 잘 드러난다. 밝은 색채 속에 나타나는 행복한 표정들이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작품 <마른 강가에서>에는 직접 드러난다. 한껏 식사를 마친 뒤 포도주 잔을 채우는 뚱보 아저씨의 뒷모습.

전시는 17세기 거장인 니콜라 푸생의 명작 <아르카디아의 목자들>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왔다. 아르카디아는 서양인들이 꿈꾸는 무릉도원. 중부 그리스의 실제 지명이지만 베르길리우스 등이 지은 라틴 문학에서 축복과 풍요의 땅으로 묘사되는 곳이다. 전시에서는 근현대 화가들한테서 더욱 피부에 와닿도록 변주되고 재구성되는 이상향의 이미지들을 보여준다.

무정부주의도 무릉도원과 상통한다. 황금시대는 과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마티스의 작품 <초록 찬장이 있는 정물> (1928), <붉은색 실내>(1948) 등에서 보이는 순수하고 활달한 색채를 통해 혹자는 이런 이념을 읽는다. 물론 거기엔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에서 그가 찾아낸 도원경도 반영돼 있다. 보나르의 그림 <미모사 꽃이 핀 아틀리에>(1939~1946), <남프랑스 풍경> (1929~1930) 등에서 보이는 아련한 그리움도 마찬가지다.

전시는 ‘황금시대’, ‘풍요’, ‘허무’, ‘쾌락’ 등 10개 소주제로 나누어 퐁피두센터의 명작을 두루 소개하는 방식. 샤갈의 <무지개>(1967), 조르주 브라크의 <과일그릇과 식탁보 위의 과일> (1925), 피카소의 <누워 있는 여인>(1932), 마티스의 종이 오려붙이기 작품 <폴리네시아-바다>(1946), 키리코의 <오후의 우울>(1913) 등은 놓칠 수 없다. 내년 3월22일까지. 7천~1만2천원. (02)325-1077.

임종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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