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영화 ‘로큰롤 인생’
미국 소도시 평균연령 81세 노인들의 ‘실버밴드’
“건강 때문에 공연중단? 노래 못하면 참담할거야” 다큐멘터리의 힘은 ‘진정성’에서 나온다. 카메라는 낮은 곳에 자리한 사람들의 일상을 포착하고, 그들은 그저 담담하게 말할 뿐이다. 그런데도 평범한 사람들이 보여주는 ‘찰나의 순간’들에는 배우들의 계산된 연기에선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삶의 진득함이나 애잔함, 강인함 같은 것들이 녹아 있다. 스티븐 워커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로큰롤 인생>은 그런 ‘찰나의 순간’들에 대한 영화다. 원제 ‘영@하트’는 미국의 작은 도시 노스햄턴에 사는 평균 연령 81살의 노인들로 구성된 코러스 밴드의 이름에서 따왔다. 노인들은 ‘건재하다’(Alive and Well)라는 이름이 붙은 2006년 가을 공연을 위해 제임스 브라운의 <아이 갓 유>, 소닉 유스의 <스키조프리니아>(정신분열증), 앨런 투세인트의 <예스 위 캔 캔> 등의 신곡을 맹연습하는 중이다. 밴드가 처음 생긴 것은 1982년. 그 때만 해도 ‘영@하트’는 노인들 나이에 맞는 조용하고 클래식한 음악을 들려주는 평범한 노래 모임이었다. 밴드 성격이 변한 것은 ‘릴’이란 멤버 때문이었다. 그는 어느 날 무대에서 무심한 표정으로 맨프레드 맨의 <두 와 디디>(Doo Wah Diddy)를 불렀고 관객은 열광했다. 그날 이후, ‘영@하트’는 젊은 밥 실먼 단장의 지휘 아래 ‘로큰롤을 연주하는 실버밴드’로 거듭났다. 밥은 스팅의 <에브리 브레스 유 테이크>를 앞세워 90년대 ‘영@하트’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올드 멤버다. 그는 4년 전인 71살 때 척수막염 탓에 구사일생의 위기를 겪었다. 죽음의 순간을 떠올리는 노인의 얼굴에는 구김살이 없다.
“그때 응급실에서 계속 노래를 불렀지. 노래를 배운 다음 처음으로 한 번도 틀리지 않고 끝까지 불렀다니까.”(웃음)
단장은 가을 공연을 위해 밥과 울혈성 심부전증으로 활동을 접은 ‘타고난 가수’ 프레드를 다시 불러내 콜드 플레이의 <픽스 유>를 맡긴다. 그러나 밥 앞에 닥친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부활절 휴가를 마친 뒤 다시 연습실에 나타난 밥은 기력이 다해 노래를 소화하지 못한다. 카메라는 가사 적힌 종이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가까스로 목소리를 게워내는 밥의 모습을 안타깝게 응시한다.
“(건강 때문에라도) 공연을 그만둬야 하는 게 아닌가요?”(감독)
“앞으로 노래를 못하게 된다면 참담할 것 같아.”(밥)
교도소 위문 공연을 위해 올라탄 버스 안에서 노인들은 전날 밥이 숨졌다는 소식을 듣는다. 노인들은 슬픔을 주체하지 못해 몸을 뒤흔들지도, 어색한 목소리로 흐느끼지도 않는다. 노인들은 어느 여름 날 교도소 정원에 삼삼오오 모여 앉은 손자 뻘 되는 죄수들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밥 딜런의 <포에버 영>(Forever Young)을 불러준다. 그리고 드디어 ‘건재하다’를 공연하는 날, 산소공급용 호스를 코에 매단 프레드는 먼저 간 밥과 듀엣으로 준비했던 <픽스 유>를 낮은 저음으로 부른다. 그 순간, 영화는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한 어떤 성찰을 관객들에게 전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27일 개봉.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사진
“건강 때문에 공연중단? 노래 못하면 참담할거야” 다큐멘터리의 힘은 ‘진정성’에서 나온다. 카메라는 낮은 곳에 자리한 사람들의 일상을 포착하고, 그들은 그저 담담하게 말할 뿐이다. 그런데도 평범한 사람들이 보여주는 ‘찰나의 순간’들에는 배우들의 계산된 연기에선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삶의 진득함이나 애잔함, 강인함 같은 것들이 녹아 있다. 스티븐 워커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로큰롤 인생>은 그런 ‘찰나의 순간’들에 대한 영화다. 원제 ‘영@하트’는 미국의 작은 도시 노스햄턴에 사는 평균 연령 81살의 노인들로 구성된 코러스 밴드의 이름에서 따왔다. 노인들은 ‘건재하다’(Alive and Well)라는 이름이 붙은 2006년 가을 공연을 위해 제임스 브라운의 <아이 갓 유>, 소닉 유스의 <스키조프리니아>(정신분열증), 앨런 투세인트의 <예스 위 캔 캔> 등의 신곡을 맹연습하는 중이다. 밴드가 처음 생긴 것은 1982년. 그 때만 해도 ‘영@하트’는 노인들 나이에 맞는 조용하고 클래식한 음악을 들려주는 평범한 노래 모임이었다. 밴드 성격이 변한 것은 ‘릴’이란 멤버 때문이었다. 그는 어느 날 무대에서 무심한 표정으로 맨프레드 맨의 <두 와 디디>(Doo Wah Diddy)를 불렀고 관객은 열광했다. 그날 이후, ‘영@하트’는 젊은 밥 실먼 단장의 지휘 아래 ‘로큰롤을 연주하는 실버밴드’로 거듭났다. 밥은 스팅의 <에브리 브레스 유 테이크>를 앞세워 90년대 ‘영@하트’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올드 멤버다. 그는 4년 전인 71살 때 척수막염 탓에 구사일생의 위기를 겪었다. 죽음의 순간을 떠올리는 노인의 얼굴에는 구김살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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