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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가족애 ‘모락모락’ 연극·뮤지컬 불황 녹인다

등록 2008-11-25 19:26

지붕 위의 바이올린(위) / 민들레 바람 되어(가운데) / 돌아온 고교얄개(아래)
지붕 위의 바이올린(위) / 민들레 바람 되어(가운데) / 돌아온 고교얄개(아래)
팍팍해진 삶의 추위속
40~50대 복고 심리 자극
‘중장년층을 잡아라.’

불황이 지속되면서 40~50대 중장년층 감성을 자극하는 뮤지컬과 연극이 뜨고 있다. 공통된 열쇳말은 ‘가족’과 ‘복고’다. 세상살이가 팍팍하고 삶이 고달파지면 가족이 더 살갑게 느껴지고 현재보다 과거에 기대고 싶은 게 사람 심리이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가족애를 이야기하는 뮤지컬 <지붕 위의 바이올린>(12월2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을 꼽을 수 있다. 1905년 러시아 유대인 마을을 배경으로 지붕 위에서 바이올린 연주하듯 생계는 위태롭지만, 다섯 딸들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가난한 유대인 가정의 모습을 그렸다. 이 작품은 무엇보다 딸을 시집 보내는 아버지 테비에(노주현·김진태)의 마음을 담은 노래 <선라이즈, 선셋>의 애잔한 선율이 중년층 관객의 감성을 사로잡는다.

배우 조재현이 직접 프로듀서와 주인공으로 나선 연극 <민들레 바람 되어>(내년 1월4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는 죽은 아내를 못 잊는 남편, 그리고 이들을 지켜보는 노부부(이한위·김상규·황영희)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그린다. 특히 평범한 은행원 안중기(조재현·이승준)와 죽은 아내 오지연(이지하)이 산 자와 죽은 자, 과거와 현실을 넘나들며 나누는 부부간 대화는 바쁜 일상에 지쳐 잊고 있던 부부의 ‘인연’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혼한 딸의 자살을 앞둔 모녀의 마지막 밤을 소재로 한 연극 <잘 자요, 엄마>(내년 1월4일까지, 원더스페이스 네모극장)는 모녀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최근 2개월 연장에 들어갔다. 가족애의 소중함을 잊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삶의 소중함을 되돌아보게 하고 가족간 소통을 호소한다. “잘 자요, 엄마!”란 마지막 인사를 남기는 딸 제시(황정민)를 향해 “내가 몰랐어! 줄곧 네 곁에 있었는데 네가 혼자였다는 것을 짐작이나 할 수 있었겠니!”라는 델마(손숙, 예수정)의 외침이 객석을 울린다.

검은 교복, 까까머리와 단발머리, 통기타, 교련 시간, 계엄령 등을 겪었던 아날로그 세대에게 흘러간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복고풍 뮤지컬도 잇따라 무대에 올랐다. 1970~90년대의 히트곡을 마치 콘서트처럼 공연장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게 중장년층에게 큰 매력이다.

70년대 후반 큰 인기를 얻었던 하이틴 영화 <고교얄개>를 바탕으로 만든 뮤지컬 <돌아온 고교얄개>(내년 1월4일까지, 이화여고 100주년기념관)는 추억을 파는 대표적 작품이다. 40대 중반이 된 주인공 나두수(이승현·김정훈·원기준·이상현)가 고교 시절 동창생을 만나 학창시절로 추억 여행을 떠나는 내용이다. 옛 하이틴 스타 이승현과 김정훈을 무대에서 만나고 건아들의 <금연>, 이문세의 <붉은 노을>, 다섯손가락의 <풍선>, 전영록의 <종이학> 등 70∼90년대 히트곡을 즐길 수 있다.

뮤지컬 <젊음의 행진>(12월31일까지, 한전아트센터)도 7080 세대를 위한 추억의 뮤직박스다. 1990년 방영된 만화 <영심이>의 주인공 오영심이 33살이 돼 <젊음의 행진> 콘서트를 준비하던 중 학창시절 친구 왕경태를 만나 추억을 떠올리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상우의 <그녀를 만나는 곳 100미터 전>, 현진영의 <흐린 기억 속의 그대>, 강수지의 <보랏빛 향기> 등이 아련한 향수를 자극한다.


한국판 주크박스 뮤지컬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뮤지컬 <달고나>(12월20일∼내년 1월18일, 코엑스 오디토리움)도 지방 순회공연을 마치고 서울 공연을 벌일 예정이다. 장독대를 무대로 사랑을 나눴던 남녀가 40대에 다시 만나 어린 시절을 함께 추억한다는 내용이다.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 송창식의 <담뱃가게 아가씨>,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 등 70∼80년대 유행했던 노래가 40~50대 관객들에게 ‘내 이야기’처럼 와닿는다.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 뮤지컬과 교수는 “중장년층을 겨냥한 복고풍 공연들은 작품성과는 별개로, 공연의 다양성이나 관객층의 다변화 측면에서 눈길을 끄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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