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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노래·작곡에 레이블 설립까지…‘1인6역 뮤지션’ 떴다

등록 2008-11-25 19:30

여성 싱어송라이터 휘루
앨범 ‘민들레 코러스’ 내놔
“혼자 모든 걸 하다보니
취재요청 전화도 못받아”

최근 대중음악계는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가 많이 옅어졌다. 음반 판매량부터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을뿐더러 중소 레이블 소속 뮤지션들의 방송 매체 출연도 늘어났다. 이른바 ‘홍대 얼짱 4인방’ 마케팅이 좋은 예다. 곱상하게 생긴 여자 가수들을 한데 묶어 이슈를 만들고 방송에 출연시키며 음악 외적인 홍보에 열중하는 식이다. 물론 여기에는 대형 기획사의 전략과 다를 바 없고, 서로 비슷비슷한 ‘팬시 음악’ 같다는 비판이 뒤따르기도 한다.

조금 늦은 나이에 데뷔 앨범 <민들레 코러스>를 낸 휘루(32)는 원하건 원치 않건 이런 마케팅 트렌드의 대척점에 서 있는 가수다. ‘소공녀뮤직’이란 독립 레이블을 만들고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싱까지 앨범의 모든 작업을 혼자서 다 해냈다. 인터뷰를 위해 전화를 했을 때도 세 번째 통화 시도만에 직접 전화를 받을 정도로 그는 바빠 보였다.

“기존의 인디 레이블에 먼저 다가가 앨범을 내달라는 얘기는 이상하게 못하겠더라구요. 대형 기획사처럼 돼 있는 것 같아서 들어가도 적응을 잘 못할 것 같고. 고민하다가 결국 레이블을 만들게 됐어요. 혼자 하다 보니까 취재 요청 전화도 못 받을 때가 많아요.(웃음)”

모던 록을 기반으로 했다고 할 수 있는 이번 앨범에는 서정적 발라드부터 비트가 강한 곡까지 다양한 스타일이 담겨 있다. 하지만 1980년대 가요를 연상케 하는 복고적 정서와 상실감을 느끼게 하는 보컬의 목소리 덕분에 앨범은 일관된 흐름을 지니고 이어진다.

휘루는 뜻밖에도 원래 국악을 했다고 한다. 고교 때부터 해금을 배워 국악 관현악단에서 연주하기도 했다. 행로를 바꾼 건 1998년. ‘강아지문화예술’이란 인디 레이블 뮤지션들과 교류하며 인디 음악계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3호선 버터플라이’라는 밴드에 해금 연주를 하는 정식 멤버로 뛰었고, 크라잉넛이 5집 앨범에서 심수봉과 함께 부른 ‘물 밑의 속삭임’을 만들기도 했다. 영화 <…ing>에 삽입되기도 했던 ‘그녀에게’는 그가 만든 가장 유명한 노래다. 이렇게 꾸준히 홍대 앞 영역에서 활동해온 그였지만, 솔로 앨범을 처음부터 계획했던 건 아니었다.

“어느 날 문득 돌아보니까 해놓은 게 아무것도 없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내가 마치 유령처럼 느껴지고. 그러다가 우연히 컴퓨터에 예전에 작업해 놓았던 음악 파일들을 발견했고, 이걸로 앨범을 만들자고 생각하게 됐어요. 까맣게 잊었던 음악 파일들이 제 삶을 풀어줄 한 통로가 된 셈이죠.”


그의 오랜 활동 기간을 보여주듯 새 앨범 제작에는 인연을 쌓은 인디 음악계의 유명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했다. 크라잉넛, 박현준(H2O, 삐삐밴드), 고경천(오메가 쓰리), 최창우(문샤이너스) 등이 연주를 도왔고, 시인 겸 뮤지션 성기완(3호선 버터플라이)이 추천사를 써줬다. 귀한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주목할 만한 데뷔 앨범이다.

그는 12월7일 홍대 앞 라이브 클럽 ‘타’(打)에서 첫 단독 공연을 연다. 이 자리엔 크라잉넛, 장기하와 얼굴들, 전자양 등의 게스트들이 함께 한다.

글 김학선 객원기자 studiocarrot@naver.com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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