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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독일 작가 욘 보크 ‘피클 속 핸드백 두 개’

등록 2008-11-25 19:40

“읽으려 하지말고 즐기라”
색다른 퍼포먼스 비디오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독일의 퍼포먼스·시나리오 작가이자, 비디오 감독인 욘 보크(43)의 영상과 소품들이 함께 전시되고 있다. 전시 제목도 요상한 ‘피클 속 핸드백 두 개’.

“읽으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고 즐기라.”

작가는 속 편하게 말한다. 하지만 작품 읽는 데 길든 관객한테 그의 작품은 취급 곤란이다. 무엇을 읽으라는 걸까.

<평행-이면체, 서로 뒤엉켜 으르렁대는>이란 제목의 신작은 남녀 두 사람의 이야기가 동시에 펼쳐지는 두 개의 채널로 구성된다. 지난 5~6월 내한한 작가가 서울 낙원동, 창신동, 경기도 동두천 답동 등에서 촬영했다. 줄거리? 외계에서 뚝 떨어진 듯한 남녀가 으르렁거리며 세상을 살다가 우연한 인연으로 만나 서로 으르렁거리며 살게 되지만 경쟁 사회에서 낙오한 듯한 남자는 죽고, 여자는 도시를 떠나 모를 심는다는 얘기다.

욘 보크 <평행-이면체…>의 촬영 장면.  아르코미술관 제공
욘 보크 <평행-이면체…>의 촬영 장면. 아르코미술관 제공
처음에 대칭적인 동상이몽의 남녀 이야기였다가, 결국 대조적인 이야기가 된다. 작가는 한국 땅의 무엇인가에서 ‘대칭’의 아이디어가 나왔을 거라고 했지만 콕 집어 말하지는 않았다. 유난히 어지러운 전깃줄이 외계 메시지의 통로가 되고, 거리에 있는 ‘뻥튀기’ 기계의 폭발음이 질서를 깨뜨리는 도구가 되었다는 정도는 설명해준다. 눈에 띄는 사람(것)들이 그때그때 배우(도구)가 되어 이야기의 전개가 달라졌다는 말도 한다. 애초 미술관 쪽이 예약해둔 프로덕션 팀을 쓸 수 없었던 것도 작가의 즉흥성, 즉 ‘죽 끓는 변덕’을 감당할 수 없었고 짜둔 스케줄이 하나도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시장 한편에 달팽이처럼 빙글빙글 쳐진 커튼이 있다. 꼬인 통로에는 소도구들이 배열돼 있다. 작가는 달팽이 커튼을 말아가면서 드러나는 소도구를 두고 관객과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막이 올라가면서 작가도 이동하고 관객도 이동하고 바뀐 소도구가 나온다. 서로 위치가 바뀌면서 관점과 시점도 바뀌어 ‘같지만 다른’ 사람들 간의 ‘다른’ 이야기가 된다. 촬영 때 소도구에 의해 스토리가 변한 것처럼 이야기 역시 관객에 의해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를 두고 ‘사이 공간의 작업’이라고 말한다.

그의 작업은 한걸음 더 나아가 예술에 대한 통념을 깬다. 예술은 어떤 작품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보고 나서 관람자의 뇌리에 남는 잔상으로 존재한다는 것. 그의 말을 들어보면 작품 쌓아둔 사람처럼, 거액 주고 작품을 사고파는 사람처럼 어리석은 자가 없다. 서울 원서동 인사미술공간에서는 구작들을 튼다. 내년 2월8일까지. (02)760-4724.


임종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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