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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이사람] 현미경 대신 카메라로 보는 사람살이

등록 2008-11-30 18:56수정 2008-11-30 20:31

레지스 그라일(43·사진)
레지스 그라일(43·사진)
인물사진전 여는 프랑스 신경과학자 레지스 그라일
30년 촬영…한국에서 생애 첫 전시회
“찍고 찍히는 삶 묻어나야 좋은 사진”

뇌세포를 연구해온 프랑스 신경과학자가 틈틈이 찍은 인물 사진들로 한국에서 생애 첫 개인전을 연다. 3일 서울 관훈동 토포하우스에서 ‘빛과 진실’ 사진전을 여는 레지스 그라일(43·사진)은 프랑스에서 신경과학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뉴욕 등에서 연구하다 현재는 한국 파스퇴르연구소 운영실장(COO)을 맡고 있다. 현미경과 카메라로 현실과 미시 세계를 함께 찍어온 이색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열세살 때 삼촌 과수원에서 자두 따기를 도와준 댓가로 카메라를 장만한 게 사진 인생의 시작이었다고 말한다. 전시엔 인화비가 비싸 현상 또는 밀착만 해둔 필름 가운데 기억에 남는 것들을 골랐다.

“카메라와 현미경 사진은 빛과 시간을 활용하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하지만 전자는 조작자의 생각을 최대한 반영하고, 후자는 철저히 배제한다는 점에서 정반대다.”

연구소의 실질적 책임자인 그는 하루 10만장 이상 세포 사진을 찍는다. 그 가운데 임상용 약물에 반응하는 세포를 잡아내 체계적으로 정리, 분석한다. 연구 분야는 알츠하이머, 파킨슨 병 같은 퇴행성 뇌질환이다. 또다른 관심사는 루게릭병(ALS). 감명 깊게 읽었다는 베스트셀러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에서 모리 교수가 앓은 질병이다. 그라일은 “환자의 통증을 내 몸에서 그대로 느끼는 특이 체질”이라며 “나의 의약 연구가 일 또는 취미로 구분되지 않는 ‘그 무엇’인 것도 체질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인 부인 전성희씨는 그런 남편을 ‘엄청 착한 휴머니스트’라고 불렀다.

그의 사진은, 그래서, 특이해 보인다. 찍힌 인물의 느낌과 그때 정황이 그대로 옮겨온다. ‘허름한 입성(옷의 속된 말)의 세 사람이 띄엄띄엄 벽에 기대어 해바라기를 한다. 이들은 그리스 산토리니 항의 마부들. 관광객을 가득 싣고 들어오는 배를 기다린다. 사각 틀 안에 배도, 말도 보이지 않지만 시선 속에 배가 있고, 벽에 기댄 채찍이 말을 대신한다.’

출품 사진들은 뉴욕 시절 틈틈이 찍었다고 한다. 브루클린, 샌프란시스코, 남프랑스 등 세미나 출장이나 관광 때 발길 닿는 곳에서 포착한 것들. “삶의 흔적 묻어나는 게 좋은 사진이다. 특히 피사체와 감정이 일치하면 찍고 찍히는 사람의 삶이 동시에 묻어난다. 그렇지 않는 사진은 껍데기다.”


전시는 9일까지. 수익금은 각별한 관심을 보여온 한국 루게릭병(ALS)협회에 전달할 예정. 5일 저녁 7시30분부터 특별자선행사도 연다. (02)734-7555.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토포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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