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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두 여성광대의 연기놀음 솔직한 웃음보 간질이네

등록 2008-12-09 19:08

[리뷰] 연극 ‘콘트라베이스와 플룻’
연극 <콘트라베이스와 플룻>(서울 명륜동 선돌극장, 12월25일까지)은 소박한 광대의 예술이다. 작가나 연출가의 야심이 작용한 작품은 아니란 말이다. 그렇다고 상업성을 염두에 둔 기획물도 아니다. 연출가(하일호)와 배우 6명은 ‘관계’라는 소박한 이야깃거리를 매개로 찰리 채플린이나 버스터 키튼 부류의 어릿광대극을 구상했고, 그것을 놀이하듯 재미와 근성으로 밀고 나간다.

배우의 연기술이 중심이다 보니 작품의 구성은 느슨하다. 콘트라베이스와 플룻을 연주하는 두 연주자의 이야기가 기본 축을 형성하고, 이야기 앞뒤로 극중극인 무언극과 여기에 출연했던 배우들의 일상 술자리가 짤막하게 보태진다. 덕분에 <콘트라베이스와 플룻>은 무언극, 언어가 들어간 어릿광대극, 언어 중심의 사실적 연기라는 세 연기 양식을 보여주며 연극의 안팎을 넘나든다.

체홉의 단편소설에서 모티프를 얻었다는 ‘콘트라베이스와 플룻’ 부분이 그중 완성도가 높다. 생김새나 크기에서 감지되듯 콘트라베이스와 플룻은 전혀 다른 악기다. 인간관계에서도 차이는 매혹하며 끌어당기는 요소였다가도 견딜 수 없어 밀쳐내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콘트라베이스와 플룻’도 마찬가지다. 여자이건만 곰처럼 남성적인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와 토끼 같은 플룻 연주자는 처음 호의적이지만 함께 살게 된 뒤로는 서로 견디지 못하고 헤어진다.

단순한 구도지만 두 여성 광대의 연기가 볼만하다. 남자보다 더 남성적인 콘(김선영 연기)의 무뚝뚝하면서도 게걸스런 말투와 몸짓, 새침데기 문학소녀 플룻(구시연 연기)의 가식적 우아함과 호들갑은 별 내용 없이도 관객을 무장해제시켜 버린다. 하긴 그러고 보니 연극이 어떻게 형이상학을 위해서만 존재하겠나. 영혼과 동물의 접점인 인간을 보여주기 위해 때론 형이하학의 광대 놀음도 필요한 법. <콘트라베이스와 플룻>은 우리 안의 형이하학을 간질이고 긁고 솔직한 웃음으로 토해내게 만든다.

공연은 최근 문을 연 선돌극장 기획시리즈로 마련되었다. 연극 메카인 동숭동 극장가는 높은 대관료로 상업화되어 가는 중이고, 젊은 연극인들은 점점 외곽으로 밀려난다. 연극의 메카가 연극을 밀어내다니 우습지 않은가. 그래도 외곽의 둥지에서 바보광대들은 천연덕스럽게 인간세상을 놀이한다.

김명화/연극평론가·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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