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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한대수 “록의 전설? 난 귀여운 할아버지, 오케이!”

등록 2008-12-12 14:36수정 2008-12-12 15:50

토크쇼 악어(樂語)로 방송 활동나서는 한대수.
토크쇼 악어(樂語)로 방송 활동나서는 한대수.
한살 딸 위한 ‘화폐’ 마련하려 출연
“이 대통령 웬 업보냐며 토닥이고파”
가수 한대수(61)는 전기기타 대신 통기타를 치는 로커다. 아름다운 노랫말을, 의도한 듯 위악적으로까지 느껴지는 거친 음색으로 내지른다. 자본주의에 대한 거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다가도 “우리 딸 양호를 위해서라면 도둑질 빼고 다 한다”고 말하는 그다. “나는 히피요”라면서 아침 7시30분에 집을 나서는 직장 생활을 한다. 그의 아침 작업은 작곡하던 시절부터의 버릇. 한대수의 이력을 보면 실제로 1970년 공무원으로 일한 적도 있다.

그가 이번에 새로운 이력을 하나 추가한다. 방송 토크쇼 진행자. 지난 30여년 동안 혐오에 가까울 정도로 방송 출연을 피해 온 사실을 생각하면, 주변 사람들이 놀랄 법도 하다. 지난 9일 서울 신촌에서 한대수를 만났다.

“내가 토크쇼를 하다니 …. 와! 우습죠?”

혹시나 그의 ‘전설’에 흠집이라도 생길까 노심초사하는 골수팬들을 향해 “전설? 나는 재미있고 귀여운 할아버지예요. 하하하, 오케이?”라며 통쾌한 웃음을 날린다. 하지만 아직도 “텔레비전은 너무 빨라서 위험한 매체”라는 생각은 그대로다.

그가 나설 토크쇼는 시험(파일럿) 프로그램으로 28일 밤 방영될 문화방송의 <악어>(樂語).

“어느 날 퇴근하고 아내 옥산나와 가만히 누워서 텔레비전을 보는데 볼 만한 프로그램이 하나도 없더라고 …. 국민 건강을 위해 주말 밤 볼만한 토크쇼 하나는 있어야 나도 잘 것 같았어요.”

그러던 차에 방송 진행 제의가 들어왔고 흔쾌히 승낙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자본주의 시대에 이제 걸음마를 뗀 딸 양호가 살아가도록 화폐를 준비하기 위해서”란다.(그는 굳이 돈이라는 말 대신 화폐라는 말을 쓴다.)

말장난이 모자라 온갖 험담과 폭로가 대세인 요즘 방송가 한복판에 정통 토크쇼라니 …. 게다가 젊은 세대에게는 낯설기만한 한대수다. 하지만 그는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그는 “팝가수 빌리 조엘을 불러다 놓고 그의 뉴욕 생활을 묻고, 일본 공연을 즐겨 했던 재즈 거장 팻 메시니에게 왜 30년 동안 도쿄만 다녀가다가 단물 다 빠져서 한국을 찾았냐고 핀잔 주고, 함께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나오면 무슨 카르마가 있어서 그리 고생하냐며 오히려 토닥이고 싶다”는 욕심도 내비쳤다.


<악어>의 첫 출연자는 2003년 <피플>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50인’에 뽑혔던 크로스오버 클래식 그룹 안 트리오, 여행작가 유성용, 그리고 인디밴드 불나방스타쏘세지 클럽 등이다.

그에게 예능 프로그램에 나서야 하는 가수들은 자신을 포함해 모두 연민의 대상이다. 한대수는 “이제 비틀스처럼 예수보다 더 유명한 아티스트가 나오는 시대는 갔다”며 웃는다.

“음악에 몰두할 수 없는 가수만 불행한 것은 아닙니다. 실연 당해 자살하기 직전 제 살을 도려내는 아픔으로 만든 음악을 들을 수 없는 시대입니다. 불행한 것은 어쩌면 우리 모두일지도 모릅니다.”

한대수는 팝스타 크리스티나 아길레나보다 훌륭한 이효리를 부르고 싶다고 했다. 결국 이 시대에 마돈나가 아니라 마릴린 먼로가 될 수밖에 없는 이효리를 보면 가슴이 아리다고 했다. 지난겨울 서울 홍대 인근 클럽에서 열린 후배 인디밴드의 공연에 3명만이 무심하게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느낀 것은 절망이나 체념이 아니었다고 한다. 라면처럼 노래를 후루룩 먹어치우는 시대, 할 수 있는 것은 “양호를 제대로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시간여 만에 맥주 다섯 병을 비웠다. 불콰해진 얼굴로 “나도 전설이고 싶어. 쉴 나이지”라고 말했다. 요절한 김현식, 유재하, 김광석이 부럽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곧 영원히 쉴 것이니까. 그때까지만 실컷 모험하겠다. 양호를 위해서…”라고 말했다.

한대수의 ‘형용모순 인생’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예순 나이에 딸 양호를 얻었고, 딸이 최고라며 ‘양호주의자’란 농담을 하며 혐오하던 돈을 벌러 다닌다. “양호하다”는 그의 입버릇. 날마다 술 마시고 줄담배를 피우는 그는 무서워서 심장 수술을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글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사진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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