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한·일 경계인을 찍다

등록 2008-12-14 19:03

재일동포 3세 김인숙씨 사진전 ‘사이에서’
사진가 김인숙(30·사진)
사진가 김인숙(30·사진)
오사카 동포 가족 초상 14점
촬영가족 5년마다 다시 찍기로

재일동포 3세인 사진가 김인숙(30·사진)씨가 20일까지 서울 충무로 사진갤러리 일룸(02-2263-0405)에서 전시회 ‘사이에서’를 연다. 지난 1월부터 찍어 온 오사카 재일동포 가족들의 초상 14점을 걸었다.

사진 속 가족들은 일상복 또는 성장을 한 채 가족사를 대표할 만한 물건들을 배경에 놓고 카메라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오사카 조선인 학교 출신인 작가는 그곳 출신자 혹은 이주 1세가 포함된 가정을 대상으로 했다.

“재일동포의 민족성은 제례 등 특별한 경우에만 드러나요. 평소엔 일본인과 조금도 다르지 않죠. 그것을 사진 작업으로 드러내려면 일종의 엄숙한 의식을 치를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인지 사진 속 인물들은 표정이 엄숙하다. 작가는 “찍기 전 한두 시간 정도 인터뷰를 한다”고 했다. 가족사를 알아보고, 기념사진을 어떻게 찍을지 의논한 뒤 화면 구성을 하고 촬영을 한다. 예컨대 친구 할머니의 경우 평상복을 입고 증손녀는 대대로 대물림해 온 한복을 차려입게 했다. 1대와 4대 사이에 많은 가족이 있지만 양 끄트머리 두 인물만 함께 찍었다. 세대차 혹은 민족성의 대물림을 두드러지게 하기 위해서다. 물론 4세대가 한꺼번에 찍은 사진도 있다. 촬영한 가족들은 5년마다 다시 찍을 계획이다. 그러면 한 세대가 변하는 양상을 잡아낼 수 있으리라고 그는 기대한다.

“재일동포는 경계인입니다. 일본, 한국,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유목민 같아요. 우리말 이름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조선학교 출신입니다. 조선학교 재학생이 점점 줄어요. 기타오사카 조선학교의 경우 유·초·중등 합쳐 100명정도밖에 안 돼요. 언젠가 없어지겠죠.”

김씨는 지난 8년 동안 기타오사카 조선학교를 사진으로 기록해 왔다. 음악 교사가 동창이고 교무주임이 은사였던 까닭에 촬영할 수 있었다. 아이들과 뛰어놀면서 스스럼없이 가족처럼 찍었다. 기록 사진이 아니라 따뜻한 시간과 공간을 찍었다고 그는 말했다.


김씨는 2003년 한국에 왔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 문화와 역사가 깃든 ‘내 나라’에서도 이방인이었음을 깨달은 것. 그 충격은 2004년 38장으로 구성한 비디오쇼와 사진 400컷, 6통의 편지로 구성한 ‘님에게 드리는 편지’에 드러나 있다. “재일동포인 저만큼 경계에 민감한 사람은 없을 거예요. 앞으로도 경계를 주제로 사진 작업을 확대할 생각입니다.”

글·사진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