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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근엄한 클래식? 신명나는 놀이판!

등록 2008-12-15 19:05수정 2008-12-17 14:09

[리뷰] 지휘자 두다멜 내한공연
태양처럼 뜨겁고 흑표범처럼 포효하는 이국 젊은이들에 의해 근엄한 클래식 공연

장은 신명나는 축제의 장으로 탈바꿈했다. 열정과 환희와 율동으로 관객의 어깨를 들썩거리게 하다 결국 일어나게 만든 무대. 지난 1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구스타보 두다멜과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의 콘서트를 일컫는 말이다.

두다멜은 실로 비범한 실력의 소유자였다. 자유분방한 템포 설정과 대담한 강약 대비, 본능에 가까운 폭발적 에너지. 시종일관 자신만만한 자세로 확실하게 박자를 저어대며 지휘대에서 펄쩍펄쩍 뛰는 모습에서 전세기의 대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을 연상했다면 과장일까. 족히 150명이 넘어 보이는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그의 지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결집된 앙상블을 들려주었다.

첫 곡은 번스타인의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모음곡 형태로 편찬한 <심포닉 댄스>. 이국적 선율과 복잡다단한 재즈 리듬이 혼합된 이 작품을 두다멜은 강렬한 터치로 표현했다. 작곡가 본인의 레코딩에 버금가는 명연이었다. 튀는 듯 통쾌한 음향의 타악기에 비해 관악 파트의 음조가 들쭉날쭉한 게 아쉬웠다.

1부 마지막 곡 ‘피날레’ 뒤 한참 이어진 침묵의 감흥을 채 삭이기도 전에 시작한 2부는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1번>. 이미 레코딩한 <교향곡 5번> 음반(도이치 그라모폰)처럼 두다멜은 기존 스타일에 얽매이지 않는 해석을 제시했다. 음악 진행의 속도를 극단적으로 움직이며 곡상의 기복을 극적으로 강조하는 그의 말러는 남미 열풍으로 채색된 한편의 불 같은 청춘백서였다. 탄력적 악센트로 반등하는 2악장, 아찔한 가속으로 몰아붙이는 4악장이 청중의 가슴을 터질 듯 격앙시켰다. 물론 원로 지휘자가 유럽 명문 악단과 연주한 말러만큼 진중한 맛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중용을 내세우다 기백을 잃어버린 연주보다야 훨씬 낫지 아니한가.

이날 공연의 진정한 절정은 앙코르였다. 불을 잠깐 끈 사이 조국 베네수엘라의 국기 무늬 점퍼를 덧입은 지휘자와 단원들은 번스타인의 <심포닉 댄스> 중 ‘맘보’를 소리 높여 외치며 손에 든 악기를 빙빙 휘둘렀다. 아르헨티나 작곡가 히나스테라의 발레음악 <에스탄시아> 중 ‘말란보’에서는 아예 의자 위에 올라 춤을 추었다. 그들에 전염된 관객들도 덩달아 환호하며 열광했다. 곡을 모두 마친 뒤 점퍼를 벗어 청중들에게 던지는 파격 행동이 흥분을 더욱 고조시켰다.

이영진/고전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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