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디 사발(67·사진)
21·23일 서울·고양 공연
스페인 출신의 고음악 거장 조르디 사발(67·사진)이 자신의 고음악 전문연주단체 ‘르 콩세르 드 나시옹’을 이끌고 한국을 찾는다. 21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3일 오후 8시 고양아람누리에서 서양 고음악의 세계로 초대한다. 4번째 방한무대.
모스크바 연주회를 마치고 19일 한국에 도착한 그는 “한국의 관객층은 유럽에 비해 상당히 젊다. 매번 따뜻하게 맞아주는 그들의 열정에 감사한다”면서 “이번에도 젊은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발은 중세와 르네상스, 바로크 음악을 당시 연주법으로 재현하는 원전 고음악 해석의 최고 권위자이다. 또한 비올라족의 바로크 악기인 ‘비올라 다 감바’의 최고 연주자로 손꼽힌다. 이번 연주회에서 그는 ‘비올라 다감바’를 들고 ‘르 콩세르 드 나시옹’과 함께 퍼셀의 <요정의 여왕> 모음곡과 헨델의 <왕궁의 불꽃놀이>, 하이든의 <콘체르토 그로소(합주협주곡) 6번 사단조> 등을 17, 18세기 바로크시대 연주법으로 들려준다. 6줄짜리 거트현(양 창자를 꼬아 만든 현악기 줄)을 쓰는 비올라 다감바의 담백한 음색을 음미할 수 있는 기회다.
사발은 “내년 2009년이 퍼셀의 탄생 350주년과 헨델의 서거 250주년이기 때문에 그들의 작품으로 프로그램을 선정했다”면서 “이들을 기념하는 2009년의 전야제로 한국을 시작으로 이 프로그램이 내년 콘서트의 주요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발은 일찍부터 비올라 다 감바 같은 잊혀진 악기를 복원하고 끊임없는 연구로 옛 음악을 부활시키고 있다. 그와 르 콩세르 드 나시옹은 1991년 프랑스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의 배경음악을 작곡하고 연주해 전 세계에 바로크 음악의 아름다움과 그의 이름을 두루 알렸다. 세자르상 7개 부문을 수상한 이 영화는 바로크 시대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두 명의 음악가 생트 콜롱브와 마랭 마레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발은 1974년에 1800년대 이전 서구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아내인 소프라노 몽세라 피구에라스와 아들 페란 사발(보이스, 기타, 티오르바), 딸 아리안나 사발(보이스, 하프) 등과 함께 ‘에스페리옹 20’(21세기가 시작된 후 에스페리옹 21로 개명)를 만들었다. 1987년엔 지중해와 남부 유럽의 음악 보고를 캐기 위해 성악전문 단체인 ‘라 카펠라 레알 드 카탈루냐’를 창단했으며, 바로크 이후로 음악적인 관심이 넓혀지면서 1989년에는 원전악기 오케스트라인 ‘르 콩세르 드 나시옹’까지 만들었다.
르 콩세르 드 나시옹은 바로크 시대부터 낭만 시대의 고음악을 연구하고 당시의 연주법으로 생생히 재현해 세계 음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바로크 시대에서 낭만주의 시대의 오케스트라와 교향곡 레퍼토리를 중점으로 삼고 있으며, 조르디 사발의 음반 레이블인 ‘알리아 복스’에서 헨델의 <수상음악>,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하이든의 <십자가상의 칠언>,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 등 다양한 작품들을 내놓고 있다. (02)586-2722.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유유클래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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